올해 초 90대 운전자가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노령 운전자 교통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노인의 면허를 회수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 역시 같은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다. 일본 ‘ITARDA’ 조사에 따르면 노인 운전자가 낸 사고의 원인 중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이 헷갈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헷갈려서 하게 되는 ‘실수’가 실제로는 실수가 아니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도로교통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3년 1만 7590건에서 2014년 2만 275건, 2015년 2만 3063건, 2016년 2만 4429건, 2017년 2만 6713건으로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 운전자의 사고 비율도 2014년 9%, 2015년 9.9%에서 2017년엔 12.3%로 10% 선어 급증하고 있다.
특히 7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교통사고 증가율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2012년 대비 2017년 75~79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4.3% 증가했으며, 사망자는 4.4% 증가했다. 80세 이상 운전자인 경우 사고 발생률이 18.5%, 사망률은 16.8%로 급증하는 모습이다.
# 실수로 일어난 노인 교통사고는 주차장과 출입구에서 발생
ITARDA 조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페달을 잘못 밟아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는 어느 연령대라도 그렇듯 주차장이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인 경우 교차 지점보다는 주차장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고령이 될수록 발진과 직진 시 사고율이 높으며, 오히려 좌우 회전이나 후진 때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적었다. 여기서 발진시 사고는 주차 위치 조정을 할 때나 주차공간에서 나갈 때. 직진 시란 주차장으로 향하는 도중이나 주차장 내 이동을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액셀과 브레이크를 잘못 밟는 실수는 대개 ‘당황해 패닉 상태가 되는 것’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여기서 당황해 패닉 상태가 된다는 것은 운전자가 모르고 있던 보행자나 차의 존재를 알아채고 갑자기 멈추려고 했을 때에 일어나는 페달 조작 실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서 ‘판단 실수’가 진정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페달을 밟아서 실수하는 것은 몸이 경직되기 때문
운전자가 주차 중 후진하기 위해 뒤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때 뒤로 방향을 트는 상반신에 이끌려 하반신의 방향도 바뀌게 된다. 하지만 고령자의 경우 허벅지가 열린 각도가 크고, 발끝도 바깥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몸이나 관절이 굳어 있어 상체가 움직일 때 하체가 움직이는 정도도 커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브레이크 페달 위에 있던 오른쪽 다리가 상체를 따라 뒤쪽이나 옆을 향하게 되면서 오른쪽 액셀 페달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자세가 무너지게 되고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던 것이 가속페달을 밟아버리게 된다는 얘기다. 고령자에게 특히 크게 나타나는 신체 기능의 저하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령 이외의 개인차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고를 줄이기 위해 페달 배치를 바꾼 자동차도 있지만 소형이나 경형 자동차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매우 가까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현실에는 무의식중에 발을 헛디디기 쉽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운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발과 페달의 위치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상체를 움직이더라도 다리가 제대로 브레이크 페달 위에 있는지, 가속 페달과의 거리는 적정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차량 운전자의 기본자세는 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자연스럽게 다리를 쭉 뻗었을 때 브레이크 페달 한가운데를 밟는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는 발뒤꿈치를 지점으로 해서 발끝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도록 밟음으로써, 페달을 잘못 밟아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