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노세끼 완주기를 쓰려다 과거에 정확히 언제 풀을 뛰었는지 확인해보니 2003.10.17일이다. 21년만에... 사실 2003년 풀완주하고 그 해 겨울 발바닥 건초염. 발 뒷꿈치 염증등이 차례로 나타나는 바람에 04년 4월 하프 뛰고 몇년간 1년에 10km만 1~2번 뛰었다. 2010년 말 6년 반 만에 다시 하프를 뛰기시작하다가 18년에 협심증 판정이후 다시 10km선수로 전락.
협심증 판정 전까지는 다시 한번 풀 뛰는것이 인생의 목표였는데, 몇년 지나니까 "할수는 있을까" 하다가, "못한다". 이룰수 없는 목표로 인정하고 하프라도 뛰어보자고 꿈을 낮추었다. 2017년이후 7년만에 효마클 분위기에 휩쓸려 청도하프를 조심스럽게 뛰었다. 기적처럼 목표인 하프를 완주했다.
목표 완수. 앞으론 조심스럽게 2시간 20분 만에 하프만 뛰면 되었다.
그런 참에 수달에서 시모노세끼 가잔다. 좋지. 내친김에 해외에서 하프를 뛰고싶었다.
회원들 풀 뛸때 나는 하프뛰고, 들어오는 주자들 사진도 찍어주고 일본 관광도하고 좋아보였다. 그런데 시모노세까는 하프가 없단다. 잘 다녀 오세요. 저는 못갑니다.
박세규 선배가 갑자기 갈 형편이 못되서 한 명이 대신가야 하는데. 풀 주자 중에 갈 사람이 없단다.
청도 가자고 꼬시더니 또 꼬신다. 가고는 싶고, 풀은 안되고, 가서 뛸만큼 뛰고 중단할까?
못이기는 척하고 꼬임에 빠졌다. 그래 하프는 뛰어 봤으니 25km만 뛰자. 대회가 다가오자 누구는 LSD한다고 하는데 나는? 7년만에 하프 한번 뛰고 1주일에 한번 수달에서 10km 정도 뛰는 운동량으론 하프도 힘든 거리인데 걱정이 앞선다. 대회4일 앞둔 수요일 집에서 조금 일찍 나서서 온천천을 14km 뛰었다. 내 나름 LSD 1시간50분정도.
대회 전날 저녁자리, 술 무한리필 식당, 외국에서의 첫날밤, 모두 즐거운 마음에 다양한 요리 맥주 사케
잘 먹는다. 그런데 내 얼굴이 왜 어둡냐고 묻는다.
대회 끝나고 또는 먼 훗날 오늘의 시모노세끼 대회가 어떻게 기억될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 그때 풀코스 잘뛰었고 신나는 여행이였어
- 그때 무리하게 풀 뛰다가 부상으로 그 이후로는 달리기 접었어
- 그때 25km 정도에서 포기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최고의 판단이었어.
후회하지 않도록 결정을 잘해야 한다. 나는 몇km까지 갈수 있을까? 갈수있을때 까지 가고 몸이 신호하면 바로 그만하자. 회수차는 운행하겠지?
여러가지 생각에 얼굴이 굳어졌나 보다.
나의 전략.
1. 초반 사람들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을것이다
전체속도에 몸을 맡긴다. 걸어도 좋다
2. 다른 사람들 속도에 휩쓸리지 않는다.
나의속도로
3. 모든 급수대와 간식장소는 멈춰서 먹고간다.
4. 15km 지점25km지점에서 파워젤 1개씩 먹는다.
5. 중간중간 스트레칭하고 하프 거리 가면 10분정도쉬고 재충전후 다시 시작한다.
6. 휴대폰 가지고 풍경도 찍으면서 간다
(핑계 삼아 쉬자)
7. 아프면 무리하지 말고 멈추자
대회당일 날씨는 좋고 모든것이 순조롭다.
5km 쯤 가니 치골근에서 신경을 건드리듯 찌릿하고 신호가 온다. 자주오는 신호가 아니라서 신경쓰인다. 특히 발딛는 땅이 불편하거나 옆주자 때문에 스텝이 약간 흔들릴 때 그렇다. 심해지면 중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주때까지 처음과 비슷하였고 악화되지 않았다. 다음은 무릅 뒷쪽 오금근이 땡긴다.
이건 청도 가기전 운동량 조금 늘리면서 부터 그랬다. 같은 자세로 계속 달리면 더 많이 느껴지는 증상이라서 속도. 보폭. 자세. 몸통스웡. 팔 어께 힙 스윙등 자세를 계속 바꾸면서 갔다. 오르막에 뛰면 오금이 많이 당기게 되어 20km이후 오르막은 빠른 걷기로 대체했다.25km 지나니 무릅등 신체상태로는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5km정도 가서 체력고갈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만 우려했다.
2km정도 마다 주는 물과 음식을 빠짐없이 먹어서 인지 걱정과 달리 체력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씩씩하게 피니시를 통과.
영원히 풀은 안되는 줄알았는데 무리없이 완주했다. 함께한 효마클 회원님들 덕분에,
감사합니다. 효원 힘~~~
그리고 갑작스런 부상으로 뛰지도 못하고 자봉에 가이드 해준 호진후배 감사~
기록요?
5:22:40
첫댓글 20년만에 그것도 환갑 넘어서 우수한 성적으로 풀 완주 축하합니다.
진짜 수고했데이
선배님!
후기 넘 잼있게 읽었습니다😁
함께한 덕분에 일본마라톤 여행 즐거웠습니다!
선배님께는 이번 풀완주가 정말 큰 감동일듯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첫풀 후기처럼 감동적입니다. 역사의 현장을 함께해서 더 감동이구요.
회복 잘하시고 계속 주로에서 뵙겠습니다
어찌보면 제한시간으로 도전을 실현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참에 두번째 완주 축하합니다.
무릇 모든 인간이 관계되는 사는 유효기간이 있는법.
법도 "법위에서 낮잠 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금언으로, 채권과 물권 등등의 제척기간이 있으며, 토플도 ...suvㅡ3도...
허나 풀의 간격이 20년이 되고 신체의 노화를 극복하고서... 완주 했다면 첫풀 이상의 가치를 인정 해줍시다. 오늘 수달에서 축하연을....
후기에서 20여년의 경륜이 보입니다.
축하합니다.^^
그정도 훈련양으로 풀을 뚝딱 해치우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길고긴 이야기라 다 못하신게지요 아마도..
여하튼 무지 부럽고
수고하셨습니당
왜 이리 짠~할꼬.
마치고 부상이라도 있으면 내 어짤고 걱정했는데 참말로 장하요.
이로서 수달 지기를 하려면 풀은 뛰어야한다는 전통은 계속 유효 중.
겉으로 표 하나도 안났는데(허허실실 모습만 보이셔서..ㅎㅎ) 이런 치밀한(?) 고민 중이셨군요..
정말 완주의 기쁨이 남 다르실 듯 합니다.. 많이 축하드립니다^^
ㅋㅇ도훈씨 대단하다!
이번 완주는 요리를 잘 하셨네~~ㅋ!
욕봤습니다!!
그동안 나름 마라톤을 적극적으로 못한 사연이 있었네...
우쨌든 예측이 않되는 들쑥날쑥한 스피드로 별로 연습도 않하고 크게 힘들어 보이지도 않게 완주해내는 4차원 멘탈과 체력이 대단한 거 같네...ㅎ
첫 풀 같은 2번째 완주 축하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