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굴이 한움큼
석탄가루 죽처럼 쏟아져 나온다.
커텐에 살짝가린 나의 구역질은
노한 목소리로 노을을 뱉으며
이미 타버린 나의 심장에게
다시 한번 뛰어달라고
다시한번 뛰어달라고
경악에 질린 기침으로
저물어가는 태양을 막아서지만
이미 어두워진 하늘은
내 가슴의 굴을 대신 먹어줄
새 한마리 없다.
이제 주무셔야 한다는 의사와 간호사의 미소마저
지네처럼 징그럽다.
링게르 병에서 떨어지는 한방울 눈물이 다할 때까지
내가 숨쉴 수 있을까.
다른 환자들의 숨소리는
마녀의 입김같은 가습기 물증기가 되어 내 폐 속을 파고들고
시트위에 널브러진 백일몽속에 시베리아의 산맥을 홀로 헤메며
졸면 죽는다는 말을 되뇌인듯
나는 다시금 깨었다.
죽었다 부활했기에
새벽이 오기까지는
오늘도 아마 나는 살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폐가 하얗게
굴조차 말라버린 채
얼음과 눈으로 덮여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 어느날의 겨울 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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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타깝게도 주제가 많아서 소재의 뜻을 모르겠나이다......가르침을 주옵소서....
혈담을 토하는 폐질환 환자의 독백시가 주제입니다. 1연의 새는 언젠가는 숙명적으로 죽어야 하는 나에게 이 삶의 진정한 희망을 주는 치료자가 존재할 수 없음을 인식한 환자의 절망을 표현하는 심상이구요, 3연은 불면 증상으로 괴로워하며 잠시 자는 동안에도 항시 깨어있지 않으면 잠들다 죽는 것이 아닐까 괴로워하는 환자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마지막 연은 결국 나 자신이 죽음으로 돌아가리라는 사실을 거부하면서도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사실임을 인식했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 시기가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라는 뜻도 되겠습니다.
1연은 혈담을 썩은 굴로 비유한 것이고요, 하늘을 바라며 병에서 자유로워 살아남길 원하나, 내 생명의 하늘이 그렇게 긍정적인 상황이 아님을 비유합니다. 노을은 피가래의 색과 통하며 태양은 심장과 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