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경쟁률 뚝… “병사와 월급 차이 줄고 10개월 더 복무”
올해 모집기간 한달 연장했지만 경쟁률 2.4 대 1… 7년만에 반토막
긴 복무기간에 월급 역전 가능성 “목돈 마련 등 ROTC 매력 사라져”
지원 포기 늘고 일부 ‘탈단’ 고민
인수위 ‘복무 장려금 인상’ 해법에… 국방부 “아직은 내부 검토 단계”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ROTC 지원 상담센터. 양회성 기자
“월급은 비슷하게 받는데, 10개월 더 복무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선택할까요.”
지난달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지훈 씨(21)는 학군사관후보생(ROTC)에 지원했다가 후속 서류를 내지 않고 포기했다. 김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어 ROTC에 지원하려 했지만 병사 월급이 크게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 지원 경쟁률 7년 만에 반 토막
대학가에서 ROTC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역대 정권이 지속적으로 복무기간을 단축해 온 데다 병영 내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로 병사의 복무 여건이 개선된 반면에 ROTC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 공약까지 나오면서 ROTC의 매력이 더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3월 2일 시작돼 이달 6일 마감한 올해 육군 ROTC 지원 경쟁률은 2.4 대 1로 2015년(4.5 대 1) 대비 7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원래 4월 9일까지였던 모집 기간을 1개월 연장했는데도 지원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는 먼저 상대적으로 긴 복무 기간이 꼽힌다. ROTC는 졸업 뒤 장교 임관 시 복무 기간이 28개월로 병사(육군 기준 18개월)보다 10개월 길다. 1968년 당시 복무 기간은 ROTC(28개월)가 병사(36개월)에 비해 8개월 짧았지만, 54년이 흐르며 병사 복무 기간이 반으로 줄어드는 동안에도 ROTC 복무 기간은 그대로다.
○ 병사, 장교 월급 역전 가능성도
최근 병사와 장교의 월급 역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군 복무를 하며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ROTC의 매력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전에는 장교와 병사 간 급여 차이가 컸지만 병사 월급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현재는 장교 월급(올해 소위 1호봉 기준 176만 원가량)이 병사(병장 기준 약 68만 원)의 2.6배가량이다.
여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발표대로 병사 월급이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라 200만 원이 될 경우 현행 소위 월급 인상률(연간 2% 안팎)을 감안하면 역전 가능성도 있다.
서울의 한 학군후보생 A 씨는 “캠퍼스에서 ROTC 지원을 열심히 홍보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도 호응이 적었다”며 “병사 복지가 좋아지는 만큼 장교 지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미 합격한 훈련생 중에도 중도 포기를 고민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소재 학군후보생 B 씨는 “복무 기간과 보상 측면에서 병사 대비 장교의 메리트가 적어지다 보니 일부 후보생들은 진지하게 탈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ROTC로 임관한 현역 육군 중위 C 씨(25)는 “대학 후배인 학군후보생이 초기 교육을 받다가 그냥 병사로 입대하겠다며 떠난 경우도 있었다”며 “병사 근무 여건이 소위보다 훨씬 낫다면 누가 간부로 복무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인수위는 학군·학사 장교 후보생에게 주는 ‘단기복무 장려금’을 600만 원에서 3000만 원 선으로 2400만 원 인상하는 해법을 내놨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 단계로 아직 시행 시점을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송진호 기자, 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