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번 학교에서는 4년 내내 중학교 1학년 담임만 맡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규모는 한 학년당 6~7개 학급입니다.
KBO리그와 우리 학교를 비교해 보면,
제 자랑은 아닙니다만, 학교 생활적인 측면이나 학부모 만족도에서 우리 반이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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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반 담임입니다. 제 학급 경영 방침은 조금 집요한 면이 있습니다.
일단 3월달에 신입생 아이들을 만나기 전, 1월달부터 학급 경영 방침을 고민합니다.
2달간 고민하고 확정하여 개학 첫 날, 아이들에게 학급 경영 방침에 대한 A4 2~3장의 자료를 나눠주면서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합니다.
초등학생에서 갓 벗어나 긴장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무언의 긴장감을 더 주는 편이죠.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저희 반은 총 26명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1인 1역할을 줍니다. 3월은 제가 직접 역할을 정해주고, 4월부터는 아이들이 직접 회의를 통해 본인들의 역할을 정하거나 부여 받습니다.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는지에 대해 자기 평가 및 상호 평가를 받고, 그 결과 다음 달에 동일한 역할을 하거나 평가 순위에 따라 다른 역할로 변경됩니다. 상대적으로 편한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그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상대적으로 불편하거나 기피하는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평가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아야 상대적으로 덜 힘든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의 1,2군의 모습과 우리 교실 모습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2. 우리 반은 다른 반에 비해 교내에서 학교 폭력이나 싸움이 거의 없습니다. 3월 첫 날, 아이들과 학급 경영 방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 학교 폭력의 경우 가해자에 한 해 일주일동안 저녁 6시까지 교내 청소를 실시한다. (담임 교사와 함께 청소)
- 싸움의 경우 관련자 모두가 일주일동안 저녁 6시까지 교내 청소를 실시한다. (담임 교사와 함께 청소)
학교 폭력은 아직까지 없고, 3월달에 아이 2명이 서열 순위를 명목으로 다툼이 있었습니다.
싸운 아이 2명과 함께 집요하다시피 일주일동안 저녁 6시까지 교내 화장실 청소를 같이 하였습니다. (참고로, 중학교는 4시 15분쯤 종례합니다.)
대변기와 소변기를 닦고, 거울의 얼룩을 제거하고, 막힌 배수구를 뚫고..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며 청소하면서 싸움이라는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이런 일은 아이들에게 금방 소문이 납니다. 담임 교사가 지독하게 학급 경영 방침을 적용한다는 것을 안 아이들은 교내에서 절대로 싸우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말입니다.
합리적인 하나의 방침을 일관되게 적용하면서, 예외 없이 원칙대로 실천하는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이런 모습이 한화 야구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 부장 선생님이 야구 광팬입니다.
한번은 회식 자리에서 거하게 취하셔서 저와 옆 반 담임을 비교하였습니다.
저는 염경엽 감독처럼 반을 운영하고, 옆 반 담임은 한용덕 같다고 하였습니다.
학생 부장 선생님 고향이...'대전'입니다. (학교는 광주광역시입니다.)
제 옆 반은 방치된 반입니다. 아이들이 싸우거나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아도..담임 교사가 "허허.. 중학생 1학년들이 그렇지 뭐.."라며 추후 지도 없이 넘어갑니다. 그 결과 반 아이들의 학교 생활 태도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싸움이 빈번한 학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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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났다는 글이 결코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한화 이글스에게는 '염경엽'스러운 감독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수를 집요하게 훈련하고 기용하며, 통용될 수 있는 일관된 원칙을 준수하며, 섬세하게 경기 상황을 판단하여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그런 감독 말입니다.
우리 팬들은 방치된 이글스를 원하지 않습니다. 한 감독이 좀 더 섬세하고 세심한 감독이 되기를 바랍니다.. 악착같이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이글스 선수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한화 야구보며 맥주 캔을 들이키다가 두서 없이 쓴 글인데.. 다시 읽어 보니 문제가 많은 글이네요~^^ 이글스의 6연승이 이루어지는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한 밤 되세요~
매우 공감하는 글이네요.
시기에 따라 한용덕일때가 있고 염경엽일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분명 염경엽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이네요. 투지와 의욕, 생각없는 야구는 정말 힘드네여.
팀 전체가 각성할시기ㅜㅜ
학급운영 멋지시네요. 6시까지 아이들과 같이 청소하시는게 쉽지 않으실텐데~ 이글스도 잘 운영됐으면 좋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한감독이 좀 더 발전되고
뚝심있는 모습 많이 기대해봅니다.
한용덕 감독이 방치하고 있는 옆 반 담임 같다는 대전 출신의 학생 부장의 의견에 공감되지는 않네요. 작년에는 나름 원칙을 갖고 운영하면서 잘 돌아갔는데, 올해는 어려가지 이유로 잘 돌아가 보이지 않습니다.
방학하면 대전 홈 경기 늘 직관하시는 열정적인 분이신데.. 올해는 상심이 크셔서 하신 말씀 같습니다. 한 감독이 지혜롭게 다시 작년 모드로 돌아가서 팀을 잘 꾸리길 바랍니다.^^
지금은 2반 선생님의 행보를 걷고 있지만 작년에는 1반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다시 1반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어떻게든 같이 화장실 청소 하셨다는 한줄을 보고 참교육자 라고 생각합니다.
안할 애들은 맞아도 안하거든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