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부득이하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농협물류센터라는 곳엘 갔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을 보면서
참 엄청나게 많은 상품들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는데
그러고 보니 도시라고 하는 곳이 거대시장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온통 시장으로 만드는 자본주의가
이제 곧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거기서 보았는데
시장이 그렇게 크고 넓다는 것이야 이해가 가지만
온통 세상을 시장천지로 만들 수만은 없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틀림없는 노릇이니
끝이 가깝다는 것 또한 불을 보듯 뻔한 노릇입니다.
나는 이 세상이란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과
고운 노래를 부르는 사람,
그리고 그 가락에 맞춰 멋진 춤을 추는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엮어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 눈에 비치는 흔한 모습은
천박한 꿈을 꾸는 사람들과
타락한 노래,
그리고 거기 맞춰 흔들어대는 광란의 춤으로 가득하니
그 뒤섞인 모습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서글픈 일,
새벽에 일어나 촛불 켜고 앉아 다시 꿈을 꾸었습니다.
꿈을 꾸면서 고운 가락의 노래를 부를 이를
거기 맞춰 예쁜 춤사위를 보여줄 이웃을 기다리는 내 기다림
헛되지 않은 것이기를
눈가에 눈물이 괴이는 것이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기를
하여 두 손을 모으며 아침을 맞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