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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무엇을 구했던 것인가.
구해지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고,
구해내지 못했던 자신이 있었다.
분명히, 그것이 이유일 것이다.
그 뒤로 무엇이 있었고, 무엇이 되려고 생각한 것인가.
……회색 하늘을 기억하고 있다.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인 어두운 하늘.
거기서,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던 의사도 반쯤 사라졌다.
의사가 없어지면 죽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을 내버려 둔 채 걸어서, 겨우 몇 분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살았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것들이 죽은 것이다.
그래서 거의 텅 비었다.
살아 있고 싶다, 라고 하는 소원만 꺾이면, 그걸로 무가 된다.
아무것도 없다면, 그 뒤는 죽는 것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렇게 해서 죽었다.
생각하는 것도 어려워져서, 눈을 감고——완전히 새카맣게 되기 일보직전에서, 하늘로 뻗고 있었던 손을 잡혔다.
————그것이 전부다.
전부 다 없어졌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것 밖에 없었다.
자신에게는 불가능했으니까, 통렬하게 동경했다.
……그렇다.
구함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 대신에, 이제부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되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거짓이라고, 그 녀석은 말했다.
빌린 이상.
돌고 도는 금화 같은 구원.
보답 받는 일 따위 없다고 하는, 그 말로.
「———————————」
무엇을 위해, 무엇이 되려고 했던 건가.
“정의의 사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말을 남긴 건 내가 아니라, 아마도————
「——윽」
눈을 뜬다.
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강하고, 어제와는 확 다르게, 오늘이 맑음이라고 고하고 있었다.
「——제길. 그런데도 두통이 있잖아」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원인인지, 기상은 좋지는 않았다.
어지간히 가위눌렸는지, 관자놀이가 지끈지끈한다.
「아—……얼굴, 씻고 오자」
「이야, 멋지게 개였군」
아직 6시반 인데도, 하늘은 넋을 잃고 볼 정도로 푸르렀다.
기온도 겨울 아침치고는 따뜻해서, 뜰에 쌓인 눈은 남김없이 깨끗하게 없어져 있다.
세면장에서 얼굴을 씻고 이를 닦고 나니, 잠기운은 완전히 없어졌다.
「그런가.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무리해서 후지 누나를 깨울 이유도 없구나」
아침 식사 준비도 늦게 해도 괜찮고, 식사도 느긋하게 할 수 있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다.
「……내가 1등이었군. 후지 누나와 세이버는 이해가 가지만, 토오사카가 아직 자고 있다는 건 의외인데」
뭐, 어쨌든 아침 식사 준비다.
아무리 휴일이라고 해도, 오늘 아침은 4명이나 있다.
밑준비 정도는 슬슬 시작해도————
「어라, 식빵 없네?」
어제 한 봉지 사뒀을 텐데, 봉지 채로 소실돼 있다.
「그 대신에 100엔짜리가 3개 있는 건, 성의로 봐야 하는 건가 아닌가」
……이런 수법의 범죄는 처음이다.
제 1용의자인 후지 누나는, 이런 손이 가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미 범인은 한 명밖에 없는데.
자, 어떻게 할까.
식빵이 없는 정도는 별일 아니지만, 오늘 아침은 토오사카라고 하는 식객이 더 있고.
「……7시 좀 전. 두부가게는 열려 있겠지」
「——아침은 프라이드 에그에 된장국으로 결정. 엄하게 다루지 않는 건 좋지 않지, 응」
그것보다 문제는, 밤중에 부엌을 급습한 침입자의 처우겠지.
「토오사카. 깨어 있냐, 토오사카」
객실 문을 노크하지만, 대답은 없다.
시간은 곧 아침 7시.
후지 누나라면 몰라도, 우등생의 귀감인 토오사카가 이 시간에 깨어 있지 않다, 라는 일은 없겠지.
「토오사카. 토오사카—. 토오사카—!」
……이상한데.
이만큼 불러도 대답이 없다는 건, 어딘가에 가 있는 걸까?
「……좀 이상한데, 이거」
……불안해 진다.
그 녀석, 어쩌면 혼자서 거리에 나가서, 그 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라는 일은 없겠지————
「…………음.......좋아」
안의 상황을 보자.
사라진 식빵의 행방도 밝혀내지 않으면 안 되고, 토오사카 없으면 찾으러 나가지 않으면 안 되고.
어쩐지 긴장하고 안에 들어갔다.
「아—, 여보세요……?」
작은 목소리로 안의 상황을 살피지만, 전혀 대답은 없음.
「————뭐야. 역시 없잖아」
이야 정말, 객실은 객실이었다.
사람의 기척은 없고, 달라진 모습은 하나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 하면, 테이블 위에 놓인 수수께끼의 정방형 물건뿐이다.
「……뭐지, 이거」
크기, 가로세로 모두 15센치 하고 약간, 두께는 6센치 하고 좀 남고. 플라스틱 제이고, 척 보면 도시락통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도시락통이잖아, 이거」
그게 3단으로 겹쳐져 있다.
용도도 의도도 전혀 불명이다.
「토오사카 녀석, 어째서 이런 걸」
신경 쓰여서 손을 뻗는다.
————그 때.
「에?」
뒤척, 하고 등뒤에서 소리가 났다.
「응…………」
작은 숨결.
아침 해가 눈부신 건지, 자기 힘들어진 듯 몸을 비틀면서, 그것은, 이쪽으로 몸을 돌려왔다.
「—————————————————————————————————————————————————————————————————————————————————————————————————————————————————————————————————————————————————」
한 순간에 사고가 표백됐다.
정말 새하얗다.
호흡 따위 속공으로 멈췄고, 안구는 고정된 채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윽, ————, 윽」
꿀꺽, 하고 목이 움직인다.
소리를 내면 곤란하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끄럽다고 하면, 심장 소리 쪽이 시끄럽다. 두근두근이 아니라 이미 쾅쾅 뛰고 있다. 어느 정도 대음향인가 하면, 바로 옆에서 기차가 달리고 있는 정도.
「————윽」
아니 진정해라.
냉정하게, 냉정하게.
이번만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이후의 협력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을 떠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여기서 토오사카가 눈을 뜨면 목숨은 없을 듯 하고, 이 이상, 그——토오사카를 보고 있으면, 협력관계 따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응……잠깐만, 미안……조금 더, 걸린다니까……」
「윽…………!」
화들짝, 하고 몸이 뒷걸음질친다.
……토오사카는 아직 자고 있다.
잠은 깊은 편인지, 내버려두면 계속 자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후우」
가슴을 쓸어 내리고, 조금씩 후퇴한다.
……그 사이.
봐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도, 시선은 토오사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거기에 있는 것은, 정말로, 잠에 든 평범한 여자애였다.
마술사라든가 마스터라든가, 그런 직함은 거짓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토오사카는 여자애였다.
잠자기 힘든 듯이 새어 나오는 숨결과, 흐트러진 잠옷.
말하자면, 극악하기까지 한 파괴력이다.
거의 반칙이잖아, 이건.
이런 모습을 보면, 이제, 지금까지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건 할 수 없게————
「아……응, 눈 부, 셔……」
「————————————윽」
무방비한 잠든 얼굴.
그것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로, 한 발 한 발 문까지 후퇴한다.
……대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 건가.
겨우 2미터의 거리는 엄청나게 길어서, 파열 직전인 심장을 누른 채로 복도로 미끄러져 나온다.
「하아———————————하」
그리고 심호흡.
참고 참았던 호흡을 재개한다.
무릎에서 힘이 없어져서, 털썩, 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진짜. 뭐야, 대체」
……아니, 뭐야고 뭐고, 전면적으로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지만, 조금은 정상참작의 여지라는 게 있지 않을까.
「———————————————미안, 토오사카」
진심으로 중얼거린 그 순간, 갑자기 지쳤다.
「……하아」
뭐어, 어쨌든.
질식사하기 전에 밖에 나올 수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
……어쨌든, 아침 식사를 만들기로 했다.
자잘하게 손이 가는 요리를 만들고 있으면 흥분된 마음도 진정되고, 아침밥이 맛있으면 토오사카도 기뻐할 테고, 일석이조다.
「안녕하세요, 시로. 오늘 아침은 꽤나 느긋하군요」
「응? 아아, 안녕, 세이버.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학교 수업이 없으니까, 그만큼 느긋하게 있을 수 있어. 몸 컨디션도 좋으니까, 아침 식사가 끝나면 도장에 가자」
감자껍질을 벗기면서 인사를 한다.
「네, 바라는 바예요. 그럼 시로, 반신마비는 완치된 거군요」
「아, 그러고 보니까 그랬지. 자니까 나아 있었어. 아직 약간 무겁지만, 이 정도라면 내일에는 나아 있겠지」
「그건 잘 됐군요. 당신이 상처를 입은 채여서야 저도 설 곳이 없죠. 시로가 여느 때처럼 주방에 서 있으면, 저도 안심할 수 있어요」
세이버는 테이블 옆, 자기 자리에 앉는다.
시간은 8시 반.
후지 누나와 토오사카가 일어나서 오지 않는 건 늦잠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오늘만은 강하게 말할 수 없다.
「——그렇지. 덕분에 간신히 잊혀졌고」
아까까지 머리에 어른거리던 토오사카의 잠든 얼굴도, 지금은 감자와 양파에 의해서 엷어졌고.
이렇다면 언제 토오사카가 와도 OK다.
냉정하게 평소 같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 있음에 틀림없——
「안녕하세요, 린. 어젯밤은 푹 잠든 것 같군요」
「으으으으으으으으윽!」
쩌—엉, 하고 등이 응고된다.
무, 무서워서 거실로 돌아볼 수 없다.
「……안녕. 별로 그렇지도 않았지만 말야. 햇살은 눈부시고, 자정 지나도 부스럭부스럭 하고 있는 녀석들은 있었으니」
……세이버에게 대답하면서, 토오사카는 거실에 들어온다.
「———————————」
자아, 중요한 대목이다.
침착해라, 침착해라.
할 일은 간단, 우선 3인분의 차를 찻잔에 붓고, 안녕하고 인사를 하면서 얼굴 마주하면 될 뿐이잖아.
「———————————좋아」
쟁반에 찻잔을 올리고, 최후의 심호흡을 한다.
부엌에서 거실로.
단란한 테이블에 쟁반을 놓고,
「여, 여어. 오늘 아침은 감자랑 양파야, 토오사카」
자신도 잘 알 수 없는 인사를 입에 담고, 얼굴을 들었다.
————숨이 막힌다.
토오사카가, 또 낯선 복장을 하고 있었다.
「윽————」
그러니까 진정해.
괜찮다, 토오사카의 사복 같은 건 어제도 봤다. 내성은 나름대로 생겨 있을 거다.
「아냐. 정정하자면, 오늘 아침은 일식이라는 거야.
조금 더 걸릴 테니까, 우선 차라도 마시고 있어」
탁, 하고 찻잔을 토오사카와 세이버 앞에 놓는다.
——그러자.
「뭘 태평하게 있는 거야. 오늘은 외출할 거니까, 빨리 준비해」
아침 식사 따위 나중으로 미뤄, 하고 토오사카는 노려봐 왔다.
「하——? 에에, 외출한다니, 어디로」
「신토까지야. 사실은 더 멀리 나가고 싶지만 그렇다곤 해도 그 정도까지 여유는 없잖아. 그러니까 타협안이라는 걸로」
「……?」
새 수법의 선제공격인가.
토오사카의 의도가, 나한테는 아무래도 파악되지 않는다.
「하아. 타협안인 건 알았는데, 뭐 하러?」
「뭐라니, 놀러 가는 게 뻔하잖아. 데이트야, 데이트」
「데이트라니——누가, 누구랑」
「나랑, 시로가」
딱 잘라서 말한다.
「———————————?」
거기에 응? 하고 머리를 갸웃한 뒤.
「데——데이트라니, 나랑 토오사카가아아아아아아아!?」
「그 이외에 누가 있다는 거야. 어젯밤에 그렇게 말했잖아」
「아————」
눈이 어질어질 한다.
무언가 응수하고 싶은 상황인데, 장본인인 토오사카가 너무나도 당당하게 있으니까 반론 따위 가능할 리도 없다.
「자, 됐으니까 가자. 어차피 이럴 거라고 생각했었고, 도시락 만들어 뒀으니까. 자, 시로는 이 백을 들고 따라와」
녹색 백을 억지로 떠맡기고, 토오사카는 거실을 뒤로 한다.
「———————————」
그걸 멍하니 배웅하는 나.
「시로……? 린의 뒤를 쫓지 않아도 되나요?」
「아————아아, 잠깐 기다려 토오사카————!」
당황해서 달린다.
발소리는 2인분.
뒤에는 세이버도 따라오고 있는 듯 했다.
「늦어. 여자애를 기다리게 하다니, 꽤나 여유 있네」
여유고 뭐고 없어.
이쪽 말도 안 듣고, 이미, 데이트하러 간다는 건 결정사항이 돼 있는 듯 하다.
「아니, 그러니까 기다리라니까……! 놀러 간다니, 그, 어째서!?」
「그럴 기분이니까. 별로 상관없잖아, 어차피 낮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고. 이제 와서 도망치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윽——분명히 상관없겠지만, 그——그래, 아쳐는 어떻게 할 거야! 그 녀석도 반대잖아, 이런 거!」
「아쳐는 두고 왔어. 지금쯤 우리 집에서 자고 있지 않을까」
「———————————」
으, 하고 목이 막힌다.
……이길 수 없다.
나 혼자선 토오사카를 말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이 녀석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면, 에에————
「그래, 세이버! 세이버는 어떻게 할 거야」
「세이버라면 괜찮아, 동반해도」
옥쇄.
겨우 한 마디로, 이쪽의 가드는 전부 분쇄되었다.
「슬슬 체념했어? 그럼 서두르자. 오늘은 마스터의 의무 같은 거 잊고, 실컷 놀 거니까」
「에——잠까, 기다리라니까 바보……!」
당황하고 있을 여유 따위 없다.
이쪽 손을 잡자마자, 토오사카는 현관에서 뛰쳐나갔다.
「윽——……………!」
……어쩐지, 체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 아침의 토오사카는 힘이 넘쳐서 전혀 당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항의해봐야 논파 당할 건 뻔한데다, 무슨 작정인지 세이버도 불만 한 마디 없이 따라오고 있으니.
……아니 뭐어, 거기에 뭣보다.
봐. 어쩐지, 오늘은 엄청 날씨 좋잖아.
「으————」
버스에서 내린 그 순간, 인파에 압도당했다.
역전은 붐비고 있다.
이렇게 날씨 좋은 휴일, 덤으로 시간은 10시 좀 전이니까, 붐비고 있지 않은 쪽이 이상하다.
「——놀랐어요. 휴일이나 되면 이 정도로 사람이 모이는 거군요」
당황해 하면서도 거리를 바라보는 세이버.
지금까지 낮에 거리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 반응은 당연하겠지.
「……………………」
그렇게 말하는 나도, 이 인파에 중독되어 있기도 하다.
「자, 어디부터 갈까나. 둘 중에 리퀘스트 있어?」
하지만.
그런 우리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토오사카는 활기가 넘친다.
「으……리퀘스트라고 해도 곤란한데. 노는 데 같은 건 몰라, 나」
「그렇겠지. 그럼 세이버는? 어딘가 가 보고 싶은 데라던가 없어?」
「저 말인가요……? 아뇨, 특별히 관심 있는 장소는 없어요. 애초에 저는 시로의 호위입니다.
이게 린과 시로의 휴일이라면, 저는 없는 걸로 취급해 주세요」
「뭐」
「그래? 그럼 내 취향으로 괜찮겠지.
흐흐—응. 둘 다 의견이 없으니까, 내 방침에는 절대복종이라는 걸로 OK?」
「뭐뭐뭐」
부들, 하고 등이 떤다.
히죽 하고 우리들을 바라보는 토오사카의 눈은, 어쩐지 무섭다.
「자, 잠깐 기다려, 위험한 말투 쓰지 마.
도대체 말이지, 토오사카한테 같이 가 준다고는 했지만, 데, 데이트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이건 어디까지나, 가끔은 휴식을 하자고 셋이서 말이지——」
「그거 유감이네, 세상에선 그런 걸 데이트라고 하는 거야. 자, 여기까지 왔으니까 적당히 체념해. 너무 포기할 줄 모르면 여자애들이 싫어한다구?」
「뭣————시, 싫어한다니, 누가」
「글쎄 누굴까? 하지만 뭐어, 끈질기다고 하는 건 장점일까. 그렇지, 세이버」
「네. 시로는 지기 싫어하니까요. 전투에 있어서 불굴의 정신은 마음 든든하죠」
「그렇대. 잘 됐네, 시로」
「큭————」
빙긋 웃는 토오사카.
아 진짜, 아까부터 사람을 놀려대면서 뭐가 재미있다는 거야, 이 녀석은!
척척 걷기 시작하는 토오사카.
베르데라는 건 아마, 정말 최근에 생긴 새 백화점 이름이었지.
「자, 한가롭게 그러고 있으면 두고 갈 거야? 모닝은 10시까지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끝나버리잖아」
「잠까———————————」
불러 세워도 멈추지 않는다.
토오사카는 전혀 유예가 없고, 이쪽에 진정할 여유도 주지 않는 듯 하다.
「시로. 린이 가 버리는데요」
「크——아 진짜, 알았어! 이렇게 되면 어디에도 같이 가 주지!」
팡, 하고 자신의 두 볼을 때려서 기합을 넣는다.
「가자, 세이버, 떨어지지 마!」
「네. 시로야말로 린을 놓치지 마세요」
둘이서 달리기 시작한다.
인파로 붐비는 거리 속, 토오사카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 등은, 우리들이 쫓아올 것을 완전히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문득 정신이 드니, 진작에 정오가 지나 있었다.
자백하자면, 첫 1시간은 그저 긴장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찻집에 들어가든 볼링장에 가든 부티크를 아이쇼핑하든, 어쨌든 사람들 시선이 모이는 거다.
말해두자면, 토오사카만이라도 눈에 띈다.
눈을 끄는 선명한 적색 옷과, 길고 부드러운 흑발.
그 색채만으로 눈에 띄는데도, 토오사카 자체도 틈이 없는 미인이다.
인파 속에서 한층 눈에 띄는 건 당연.
그런 토오사카 옆에 세이버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화려한 2인조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딱히 시선이 신경 쓰여서 긴장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주목 받고 있다, 라고 알아챈 건 긴장이 풀리고 나서다.
요컨대 나는, 토오사카와 데이트한다, 라는 것 자체에 긴장하고 있었던 거다.
각오를 했다, 라는 건 말 뿐이고, 실제로 찻집에 들어갔던 시점에서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마스터로서라면 등을 맞대고 싸울 수 있는데도, 실제로 데이트라고 들으면 그것만으로 심장이 뛰어오른다.
어중간하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버려서, 새삼스럽게 평범하게 접하는 게 어려웠던 거겠지.
「———————————」
이러저러해서, 이유도 모른 채로 하루가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토오사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긴장한 채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돌아갈 뿐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데이트 같은 것보다 빨리 돌아가서 작전을 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그게.
그, 이런 식으로 된 건, 대체 어떤 마법이었을까?
「이야—, 잘 웃었어. 오랜만에 좋은 거 봤어, 정말로」
공원을 걸어가면서 공연히 크게 웃어대는 토오사카.
「그럴까요. 저는 판단하기 어렵군요. 아무래도, 아까의 시로는 그다지 이미지와 안 맞아요」
「그게 좋잖아. 설마 안경 하나로 그렇게 도련님 분위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에. 시로, 그 안경 사면 좋았을걸」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토오사카는 아직 웃고 있다.
……사건은 10분 정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토오사카는 안경점에 들러서, 도수 없는 안경을 세이버에게 씌우면서 놀고 있었다.
그 불똥이 튀어서 나도 안경을 쓱 돼서, 그 중 하나가 토오사카에게 히트했다는 거다.
덧붙이자면, 테가 두꺼운 딱딱한 디자인을 한 안경이었다.
「……정말, 쓸데없는 참견이야. 알겠냐? 결단코 안경 따위 안 쓸 거야. 그렇지 않아도 동안인데, 이 이상 꼬마로 보여서 되겠냐」
「에? 아—, 그래, 자각은 있었구나. 그래도 걱정할 필요 없는 거 아냐? 에미야 군, 지금 상태로도 문제 없는데」
「지, 지금 상태라니 문제 있어! 얼굴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더 키가 크지 않으면 곤란해」
「어머. 에미야 군의 신장, 평균이라고 생각하는데?」
「평균일 리가 있냐. 거기에, 키가 크면 뒷심이 생기잖아. 하다못해 잇세 정도는 키가 크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더 커지는걸, 너」
「……그건 기쁜데. 토오사카, 그 근거는 뭐야」
「에——아, 응. 왜냐하면 골격은 견실하게 돼 있으니까, 잘 영양 섭취하면 자라잖아? 제대로 광합성하고 있으면 시로도 커질까—, 하고」
「어디 잎 얘기냐 그거. 사람을 그 근처에 있는 꽃이랑 같이 취급하지 마」
「아. 에미야 군, 혹시 화나버렸어……?」
「별로. 절반 정도만 사실로 들어두지. ……뭐, 토오사카가 보증한다면 생각보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고」
「————응. 키는 보증할 수 없지만, 분명히 엄청 좋은 남자가 될 거야. 그것만은 내가 보증해, 시로」
「뭐————」
어, 어째서 그렇게, 얼굴이 끓어오를 것 같은 소리 하는 거냐 너는!
「아하, 멋쩍어한다 멋쩍어한다. 에미야 군, 금방 얼굴에 나오니까 좋아」
「윽————」
가, 가지고 놀고 있다.
나를, 틀림없이 이 녀석은 가지고 놀고 있다.
「큭, 이 타고난 악인! 같은 학년 남자애 놀려서 재미있냐 너는!」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시로의 반응은 극상이고 말야」
…………신님.
부디, 이 녀석에게 천벌이든 뭐든 내려주세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 남자 녀석들 모두를 위해서.
「아, 시로 가지고 노는 건 이 정도로 하고 진짜 목적지로 갈까. 점심 먹기 전에, 까강— 하고 스트레스 해소하러 안 갈래?」
두 손을 마주 잡고, 붕, 하고 휘두르는 토오사카.
「……까강—이라니……그거, 설마」
설마고 뭐고, 지금 그 제스처는 틀림없이 그거다.
아니, 하지만, 여자애가 데이트 코스로, 그것도 자기가 말하다니 그런 일이 있을까……?
「뭐냐니, 배팅인 게 뻔하잖아. 시로, 혹시 몰라?」
정말로? 하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학교의 (전) 아이돌.
「그럴 리가 있냐!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말이지, 배팅 센터는 여자애 취향이 아니라고 할까————」
거기까지 말하고, 토오사카가 타석에 선 모습을 상상한다.
「………………………………」
……위험하다. 위화감은 있지만, 미덥지 못한 구석이 전혀 없는 건 어찌 된 까닭이지.
「뭐야, 그럼 수족관이라도 갈래? 아마 펭귄 군단 VS 북해의 거대 바다표범, 불꽃의 동결 3판 승부를 하고 있을 텐데, 구경거리로는 3류야?」
「———————————」
아니. 그 구경거리는 비교적 2류라고 생각하지만, 이 푸른 하늘 아래서 수족관이라는 것도 그다지.
「린. 그 배팅이라는 건 뭔가요」
「에? 아, 그래, 세이버가 자신 있는 분야야. 어떤 때는 특훈의 하나로 들어지는, 종합적인 신체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지」
우와.
토오사카 녀석, 또 어처구니 없는 표현을.
「——음. 그건 넘겨 들을 수 없군요」
「그래그래, 기분 좋으니까 해 봐. 세이버라면 가게 경품을 남김없이 획득할 수 있을걸」
무책임하게 세이버를 부채질하면서, 토오사카는 또다시 척척 걷기 시작한다.
「————하아」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뭐, 어쩔 수 없나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토오사카의 활기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말리는 것도 불가능하고, 이렇게 휘둘리는 것도, 그렇게 나쁜 기분도 아니고.
그러니까, 요컨대 그런 거다.
긴장이 풀린 건, 단지 즐거웠을 뿐.
숨쉴 틈도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끌려 다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긴장 따위 없어져 있었다.
다음으로 가자, 하고 손을 뻗어오는 토오사카와, 마지못해 하면서도 응하는 자신과, 그런 우리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세이버.
……그것이, 정말로 즐거웠다.
지금까지 지나칠 뿐이었던 거리의 재미.
상관하지 않겠다고 해 온 모든 것이, 이 정도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고는 몰랐다.
「———————————」
그렇게 생각한 반면, 무언가 우리 같은 것이 떨어져 와서, 아아, 하고 납득했다.
요컨대 분에 넘친다.
이런 건, 너에게는 너무나도 아깝다, 하고.
어딘가,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이 고하고 있었다.
————지, 지쳤다.
한 번에 30구를 5번. 합계 150번이나 배트를 휘두르는 처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된 것도 전부 다,
「뭐, 뭐죠, 시로. 그런 눈으로 보면 곤란해요」
이 녀석이, 이상하게 지기 싫어하는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오산이었어……그렇게까지 세이버가 승부에 구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아, 하고 옆에서 탄식하는 토오사카.
이 녀석은 이 녀석대로,
「어머, 나는 한 게임만이야? 그렇게 배트 쥐고 있으면 손바닥 피부가 거칠어지잖아」
라고 말해놓고선, 세이버의 영향으로 한 게임 더 하고, 나중이 돼서 어깨가 나른하니 손이 아프니 하고 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토오사카는 2번만 하고, 안에서 핸들 쥐고 있었잖아. 나는 5번이라구 5번, 그것도 최고 속도!
……아—진짜, 적당히 하면 세이버가 화 내고, 차를 벌리면 삐지니까 말야. 지옥 같은 1시간이었어」
「삐, 삐지지 않았어요! 시로에 대해서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던 것뿐이지 않습니까. 애초에 도장에서의 대련에 비하면 놀이 같은 것, 그렇게까지 피로해지는 쪽이 잘못이에요」
「……납득. 세이버, 놀이에 지면 화내는 타입이었구나」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비틀비틀 나아간다.
어쨌든 이번에 판명된 것은, 세이버와 내기는 하면 안 된다는 것.
안타 급 타격을 10개 차를 벌린 쪽이 승리, 라는 룰은, 실력이 백중하면 무한지옥이 된다고 하는 것.
그리고, 마력사용을 제한한 세이버는 우리들보다 근력이 없었다, 라는 것.
……아니, 120km를 펑펑 때려대고 있었던 걸 보면, 토오사카가 이상한 건가.
세이버는 가장 작은 체구니까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고, 오히려 토오사카가 여자애치고는 장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례되는 말을, 배팅은 equal 완력이 아냐.
스윙스피드와 명중각도만 맞으면 여자애라도 쳐낼 수 있어」
「그거야 1구나 2구는 말이지. 문제는 그 뒤. 보통은 팔 근육에 쥐가 난다니까. 너, 자기 전에 팔굽혀펴기라도 하고 있는 거 아냐? 이야, 그건 그렇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배팅이었다구」
흐흥, 하고 지금까지의 보복이라고 할 것처럼 빈정거린다.
그러나.
「……하, 하고 있어. 뭐야, 잘못이야?」
「———————아, 아니. ……응, 나이스」
가끔 이렇게 되받아 치니까, 전혀 반격이 되질 않았다.
「어, 어쨌든 점심 먹자. 이미 2시 지났잖아. 이제 슬슬 뭔가 먹지 않으면 현기증이 날 것 같아」
이 근처라면 다리 옆 패밀리 레스토랑이 만만하겠지.
메뉴도 많고, 세이버도 불만은 없을 것 같고.
「토오사카도 그걸로 됐지. 딱히 정해 놓은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가자, 하고 토오사카를 부른다.
「이, 있어. 정해 놓은 가게인 건 아니지만, 예정은 착실하게 짜여 있다니까」
「뭐야, 그랬구나. 그래서, 그건 어디야」
「…………여기」
「하? 여기라니, 어디 말야」
「그러니까, 여기. 날씨도 좋고, 공원에서 점심 먹는 거야」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밥 먹을 데는커녕 핫도그 파는 노점상도 없다.
「토오사카, 설마 배달이라도 시킬 생각이냐」
「……너 말야. 그, 아침부터 계속 들고 있는 내 백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에————?」
아.
그러고 보니 아침에, 짐꾼이라는 듯 들게 된 백이 하나.
「……음. 어딘지 모르게 마스터드의 냄새. 즉, 이것은」
「도시락이 뻔하잖아. 그 정도는 준비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
번뜩, 하고 항의의 시선을 향해 온다.
……그러고 보면, 분명히 그런 소리를 했었지.
「우와, 놀랐어. 설마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
「그런 거 당연하잖아. 내 쪽에서 불러낸 거니까, 나름대로 준비는 하고 있어」
「아아, 이걸로 수수께끼도 풀렸어. 토오사카, 이거 때문에 식빵을 쓴 거구나.
이야, 틀림없이 밤중에 배가 고파서 우적우적 먹어버린 건가 하고 생각했지. 한 봉지 통째로 먹다니 무리인 것 같지만, 토오사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이야, 납득납득.
이걸로 가슴에 막힌 것도 풀렸다, 하고 끄덕이기를 2번.
「아」
얼굴을 들자, 토오사카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미야 군?」
「으, 응. 뭐야, 토오사카」
「떠드는 건 그 정도로 해 두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해 주지 않을래? 도구 한 세트, 백 안에 전부 들어있으니까. 그리고, 너무 꾸물대면 죽일 거야?」
「아————네. 노력하겠습니다」
부랴부랴 잔디에 진을 친다.
……이야, 무서웠다.
극상의 웃음으로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농담을 듣는 건 심장에 안 좋다…….
그래서.
2시간 늦은 점심이 개시된 셈인데.
「어라, 왜 그래 시로? 당돌하게 머—엉해져서. ……아—, 혹시 매운 거 질색이야?」
바로 옆.
손을 뻗으면 닿는 위치에 앉은 토오사카는, 그런 소리를 한다.
「에————아, 아니, 괜찮아. 강렬한 맛이지만, 맛있는데, 이거」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고, 더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간다.
「그래? 다행이야, 샌드위치를 맛없게 만드는 것도 일종의 재능이잖아? 혹시, 그런 필요 없는 것까지 가지게 됐나 하고 생각했어」
토오사카는 즐겁게 웃는다.
「———————————」
내가 머—엉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면, 그 모습이 눈부셨기 때문이겠지.
맑은 푸른 하늘 아래, 잔디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평화로워서 충분한데도, 거기에 토오사카가 있으면 허용량을 넘어버려서, 아침의 긴장이 돌아왔다고 할까.
「아. 입가에 토마토 남아있어. 떼 줄까?」
「풋……! 가, 가가가가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너, 그 정도는 내가 뗄 거야!」
슥, 하고 옷소매로 입가를 닦는다.
「아」
……이런.
옷에 에에, 불길한 붉은 얼룩이 척 하고.
「앗차, 조금 장난이 지나쳤나. 미안, 시로가 너무 예상대로 반응하니까, 그만 재미있어서」
사과하고 있는 건지 웃음을 참고 있는 건지, 토오사카는 배를 누르면서 냅킨을 넘겨준다.
「————흥. 됐어, 어차피 오늘은 하루 종일 이럴 테니까. 신경 안 써」
냅킨을 받아서, 싹싹 소매를 닦는다.
붉은 얼룩은 그리 간단히 떨어지지 않는다.
……으음. 토오사카 녀석, 특별 소스를 쓰고 있군. 기름때는 상당히 끈질겨서, 그렇게 간단히 떨어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두고 보라구. 오늘의 교훈을 살려서, 내일부터는 조금 정도로는 동요하지 않게 돼 주겠어. 알겠냐, 언제까지고 마음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
「헤에. 그럼 내일부터는 안 봐 주고 할 수 있겠네. 다행이야, 슬슬 양의 탈을 쓰고 있는 것도 질려 오던 참이었어」
흐흥, 하고 여유 있게 받아 쳐 오는 붉은 악마.
「……아, 아니, 지금 그거 취소. 좀 더 시간이 걸리니까, 당분간 지금 레벨에서 억제해주면 고맙겠어」
「그래? 시로가 그리 말한다면 괜찮지만, 레벨업 해 보고 싶어지면 가르쳐 줘. 사양 않고 때려눕혀 줄 테니까」
「————제길. 언젠가 도리어 그 쪽이 당하게 해 주겠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억지를 쓰는 건 아니지만, 억지로밖에 들리지 않는 소리를 한다.
……왜 그런지, 이상하게 분하기에 눈앞의 샌드위치에 화풀이하기로 했다.
우걱우걱 샌드위치를 해치워 간다.
배도 고팠고, 모처럼 토오사카의 요리고, 이렇게 되면 혼자서 다 먹어주는 것이다.
……아니 뭐어, 이미 1/3은 세이버가 해치워 버렸지만.
이러저러해서 세이버와 둘이서 샌드위치를 먹는다.
토오사카는 이미 배가 꽉 찼는지, 그런 우리들을 유유히 바라보고 있는가 했더니,
「몸 컨디션, 좋은 것 같잖아. 이렇다면 오후는 거리낌 없이 끌고 돌아다녀도 될 것 같네」
라고, 또다시 짓궂은 웃음을 흘려댔다.
저건, 그거다.
오후에 노는 게 기대된다는 것보다, 끌려 다녀서 녹초가 된 나를 보는 게 기대되는 웃음이다.
「흥, 얕보지 마. 이 정도 끌려 다니는 정도로 약한 소리 할 것 같냐. 어제라면 몰라도, 오늘은 훨씬 컨디션이 좋으니까」
「그렇구나. 응, 그럼 이제 괜찮을까」
다행이다, 하고 토오사카는 샌드위치에 손을 뻗었다.
마치 어깨의 짐이 덜어졌다, 라고 하는 듯이.
「……?」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걸까, 하고 머리를 갸웃한 순간.
「아」
딱, 하고 전부 다 서로 이어졌다.
「———————————」
생각해 보면, 여하튼 부자연스러웠던 것이다.
토오사카가 일부러 우리 집에 온 이유.
아쳐는 내 이상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 녀석의 검을 투영했다고 듣고, 몸에 이상이 있을 거라고 간파한 거겠지.
그건 좋다.
하지만, 그 자리에 없었던 그 녀석이 투영을 알고 있었던 건, 토오사카가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오사카가 아쳐에게 캐스터와의 싸움을 알렸듯이, 아쳐도, 내가 어떠한 페널티를 안고 있다고 토오사카에게 알린 것이 아닐까————
「토오사카」
「에, 왜?」
「너, 어째서 어제 우리 집에 온 거야. 그것도 자고 가다니 이상하잖아. 어제는 후지 누나한테 휘둘려서 알아채지 못했지만」
「———————————」
한 순간의 간격.
하지만, 분명히 토오사카가 숨을 삼킨 것만은 알아차렸다.
「어째서라니, 딱히 이유는 없는데. 어제 그건 그저 변덕이야. 가끔은 그런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그래. 분명히 어제는 떠들썩해서 즐거웠어」
「그렇지」
「응. 아무 것도 없지만, 고마워」
「———————!」
오—.
굉장하다, 단숨에 새빨개졌다.
「뭐, 뭐뭐뭐뭘 착각하고 있는 거야……! 나, 나는 별로 시로를 신경 써서 한 게 아니라——!」
「아아, 협력자가 주는 건 마이너스지. 그래서 상황을 보러 온 거잖아」
「으……그, 그래. 잘 알고 있네」
「응. 하지만, 비록 그렇다고 해도 감사하고 있어.
토오사카가 뭘 꾸미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써준 것만은 절대적 사실이니까 말이지」
「……………」
음—, 하고 얼굴 붉힌 채로 불만인 듯이 신음한다.
그 모습은 엄청나게 귀여워서, 그만 얼굴 근육이 풀려버린다.
「———————과연, 그런가」
그래서, 아주 조금 토오사카의 마음을 알았다고 할까.
종류는 다르겠지만, 좋아하는 상대를 멋쩍게 만든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점심 식사가 끝났을 무렵부터 날씨가 이상해져 왔다.
그 정도로 맑았었던 하늘은 아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려져, 지금은 언제 한바탕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가 돼 있다.
「……어쩔 수 없나. 우산도 없고, 오늘은 이제 돌아가자」
반대의견은 없음.
원래 토오사카가 시작한 일이고, 끝을 고하는 것도 토오사카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다.
평소에 내리는 교차점에 닿았을 때, 하늘은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오늘은 즐거웠어?」
버스에서 내려서 비탈길로 향하자, 할 때.
당돌하게, 토오사카는 그런 걸 물어봤다.
「에————」
대답할 필요도 없다.
즐거웠냐고 하면, 말할 것도 없이 즐거웠다.
월등한 파워라고 할까, 세탁기에 쑤셔 넣고 빙글빙글 돌린 것과 비슷한 거다.
긴장도 망설임도, 더러움과 함께 씻겨 나간 느낌이다.
다만, 그것은.
「어때. 즐거웠어, 시로?」
「아아, 항복. 이렇게 논 건 오랜만이야. 잘도 그렇게까지 휘두르는구나」
그, 즐거우면 즐거울수록.
나에미야 시로에게는, 그런 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거북해진다.
「……그래. 시로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즐겁다면 순순히 즐겁다고 말해. 여기까지 에스코트한 나한테 실례잖아」
「에……? 아니, 그럴 작정은 없고 말이지」
「있어. 너,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 걸어버리는걸. ……흥.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괴로운 일이었다면, 아예 잊는 쪽이 편하잖아」
「———————」
……목이 막힌다.
이쪽이 놀랄 정도의 날카로움으로, 깊은 곳환부에 메스가시가 들어간, 듯한.
「토오사카, 그건」
「글쎄, 내가 알 바 아냐. ……뭐, 당초의 목적은 달성했고, 남은 건 그 쪽 문제잖아」
머리칼을 휘날리며, 토오사카는 언덕길을 향해 갔다.
서양식 집들이 늘어선 방향이 아니라, 일본풍 집들이 늘어선 언덕길로.
「………………」
멍하니 서 있는다.
「시로, 집에 돌아가는 게 아닌가요. 곧 비가 내립니다만」
「아, 아아. 그렇구나, 가자」
세이버에게 재촉 받고, 비탈길로 발을 향했다
「———————————아」
저택에 돌아온 그 순간, 격렬한 위화감이 덮쳐왔다.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데도, 무엇 하나 온전하지 않은 소실감.
둘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것은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감각의 정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인데도, 무언가 큰 것을 벗겨진 건물.
저택이 잃어버린 것, 그것은————
「결계가 없어져 있어————」
아버지 키리츠구가 친 결계.
적의가 있는 자의 침입을 알리는 결계가, 억지로 끊어져 있다————
「……누군가가 집을 비운 사이에 억지로 들어간 모양이네……외출해 있었던 게 다행인가」
「시로, 타이가는————!?」
「———————」
깜짝 놀란 뒤,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