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학대 문제 해결 관심 기울이자
홍창표 한국복지재단 도아동보호전문기관 소장
가정폭력, 학교폭력, 우울증, 자살, 사회생활 부적응 등 과거에 보기 드물었던 사회문제는 복잡하고 급속한 사회변화가 낳은 부산물이다. 그 중 아동들에 대한 신체학대, 정서학대, 그리고 성학대와 방임, 유기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2005년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아동학대예방센터)에 신고된 아동학대 사례는 모두 8000건. 이 중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가 5761건으로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는 3862건(83.4%)이다. 도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작년 한해동안 신고된 아동학대는 383건으로 이 중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는 152건에 해당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현장조사시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내 자식 내가 알아서 키운다"이다. '알아서'라는 말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는 의미보다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소유의 의미가 더 부각되는 듯 하다. '잘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폭력을 사용하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욕설을 하는 행위는 결코 '알아서'라는 말로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악화로 인한 가족기능의 불안정은 때로는 가정폭력이나, 심한 경우 가족해체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동들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바란다는 것은 분명 욕심이다. 신체 및 정서학대, 성학대와 방임을 경험한 아동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여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거나 우울증이나 부적응으로 고통받는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것을 볼 때, 이제 우리 사회는 아동들의 문제를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로 다루기에는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아동학대는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할 문제이다. 간혹 현장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행위자를 처벌하는 기관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처벌보다도 가족기능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 아동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기관이나 복지시설 역시 원활한 가족기능의 회복을 위해 지원하는 기관이다. 이런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을 자존심을 내세워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로부터,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자존심 상해 할 단계는 아니다. 진정 아동을 위한다면, 이제는 보호자로서의 자존심만을 내세울 때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정부정책이나 사회의 각종 기관들을 십분 활용하는 것 역시 국민이라면 가질 수 있는 권리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우리 아동들의 보호를 위해서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비단 내가 낳은 자식, 내 조카들 만이 아니라 이웃, 우리 사회의 아동들도, 바로 내 아이처럼 보호해야 한다. 정부는 아동들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여 지원함에 아낌이 없어야 하며 또한 교육기관이나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아동들의 문제를 아동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에 맞게 분석하여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은 물론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보호자는 이런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아동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기타 개인, 사회단체, 기업들은 아동들을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로, 후원자로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의 건전한 미래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우리 아동들이 밝고 맑게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다.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 민간기관, 사회단체, 기업, 그리고 개인 모두의 몫이다. 참고적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아동학대신고는 전국 어디서나 국번없이 '129'번이나 '1577-1391'을 통해 가능하다.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온정을 전하는 창구다.
강원도민일보 기사 : 2006-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