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조카 딸내미에게 산골살이 체험을...
2022년 6월 20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오월 스무이튿날
연일 아침 안개가 자욱하고 후덥지근한 요즘,
이제 계절은 초여름을 향해 넵다 뜀박질이다.
또 혼자 중얼거린다. "세월 참 빠르네!"라고...
이 계절, 꽃은 피고지고 또 피면 지는구나 싶다.
오래전 단오가 지났지만 '우아한 마음, 좋은 소식'
이라는 꽃말을 지닌 꽃창포가 예쁘게, 우아하게
꽃을 피워 자태를 뽑내고 있는 산골 촌부네 뜨락...
지난 주말은 간만에 다니러 온 조카 딸내미 덕분에
산골집은 화기애애한 이틀이었다. 늘 아내와 둘이
살다보니 한적하기만 했던 단지는 둘째네와 함께
조카 딸내미까지 합류하여 다섯 식구가 되다보니
꽉 찬 느낌이고 떠들썩한 분위기에 그 옛날 모두가
함께했던 그 당시로 돌아간 것 같아 너무나 좋았다.
친딸 그 이상으로 아끼는 사랑스런 조카 딸내미가
분위기를 이끌어 미소와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역시 집안 분위기는 딸내미가 있어야 하는 것임을
절실히 느낀 이틀이었다. 귀엽고 예쁜 녀석이 너무
고맙고 너무 사랑스럽다. 그랬던 녀석이 오늘 아침
출근을 해야해서 작은 이모부인 이서방이 데리고
원주에 나갔다. 딱히 보낼 것이 없어 학교에 가서
함께 근무하는 분들과 나눠먹으라며 싱싱한 상추를
조금 뜯어 주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세 번째 나눔이
된다. 내일 둘째네가 갈 때도 뜯어 보내야겠다.
어제 아침나절 다섯 식구가 완전무장을 하고 정원
가운데 있는 산뽕나무 밑으로 모였다. 긴 사다리,
기다란 장대, 넓은 천막까지 준비했다. 산뽕나무의
열매, 오디를 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털기 위해서
온 식구가 모두 출동한 것이다. 우리 부부는 해마다
경험을 하지만 둘째네와 조카 딸내미는 오랜만에
해보는 것이라 간만에 체험을 해보게 했다. 때마침
오디가 잘 익어 식구들 오는 날이 장날이구나 싶어
우리 부부의 기분도 흐뭇했다. 둘이서 하려면 꽤나
번거롭고 힘들기까지 하니까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
잘 되었구나 싶었다. 다섯이 하다보니 한층 수월해
금새 끝낼 수가 있었다. 조카 딸내미도 장대로 털어
보고싶다고 하여 맡겼더니 힘들기는 하지만 너무나
재밌다며 싱글벙글이었다. 그렇게 털은 오디가 꽤
많다. 플라스틱 함지박 두 개씩이나 된다. 오후에는
아내와 처제 그리고 딸내미가 고르느라 애를 썼다.
큰나무라서 털다보니 나뭇가지, 벌레들까지 섞여
있어 고르는 것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골라
냉동을 시켜놓고 두고두고 먹게 된다. 딸내미에게
많이 가지고 가서 두고 먹으라고 했지만 조금만
가져가겠다고 했다.
아내는 모처럼 산골집에 온 조카 딸내미를 위하여
뭘 챙겨 먹여야 할까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더니만
점심에는 오가피나무, 산뽕나무, 엄나무를 푹 고은
물에 더덕, 대추, 마늘, 찹쌀을 넣고 닭백숙을 끓여
주었다. 보양식이라며 어찌나 좋아하며 잘 먹는지
아내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저녁에는
시골스런 산골밥상을 차려 이또한 녀석이 너무나
맛있게 잘 먹어 보는 우리가 더 흐뭇하고 좋았다.
밭에서 상추를 뜯고, 얼가리 배추를 솎아 데쳐서
나물로 무치고, 어린 열무를 솎고, 강된장도 끓여
보리밥을 지어 온갖 채소를 넣고 쓱쓱 비벼 먹게
했고, 처제는 대파를 길게 썰어넣은 골뱅이 무침을
해가지고 와서 갓 뜯어온 싱싱한 상추에 싸먹게
했다. 고기반찬은 없었지만 채소 위주로 차려낸
산골 아낙들의 그럴듯한 한 상, 진수성찬이었다.
요즘 아이들과는 달리 어른들이 즐기는 음식들을
좋아하는 조카 딸내미의 입맛은 오랫동안 함께한
산골살이에서 자연스럽게 밴 식습관이 되었던 것,
본인의 식습관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녀석이 너무
대견스럽고 너무나 예쁘다. 그랬던 녀석은 방학을
하면 또 오겠다고 하며 갔다. 아내는 챙겨 먹이려
했던 것이 있었는데 빠뜨린 것이 몇 가지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다음에는 빠뜨리지 않고 더 잘 챙겨서
먹여야 겠단다.
첫댓글 아침에 남산에 올라보니 오디가 떨어져서
길이 지저분해 져 있었습니다, 따 먹고 싶어도
못먹는 오디, 2009년 병원에서 매일 오디를 공수해서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형수님이 채리는 식단은 정말로 부러울 뿐입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한 날 즐거운 월요일 시작해 보아요.
그러셨군요.
저희 오디는 산뽕이라서 열매가 아주 잘답니다. 그래도 청정지역 산중에 서식하는 나무의 열매라서 안심하고 먹습니다. 이다음 제수氏와 함께 오시면 산골밥상 대접하겠습니다. 별 것은 아니지만...
오늘도
즐거운 하루 만드세요
무더워지는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며 보람으로 채우시는 나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우와 ~~
시골의 일상ᆢ~
출퇴근길
산책길
바닥에 떨어진 오디들 아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