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구곡(華陽九曲)에서 우암 송시열 선생의 숨결을 느낀다 !

[농월]

화양구곡(華陽九曲)

多口所聞九曲名(다구소문구곡명)-많은 입으로 화양구곡 명승(名勝)을 들었는데

今日始我九曲步(금일시아구곡보)-오늘 비로소 구곡(九曲)길을 걷고 있다

秋空刺時流如淸(추공자시류여청)-가을 하늘은 찌르면 흘러내릴 듯 맑고

樹枝各葉開始染(수지각엽개시염)-나무잎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九曲絶景問人啊(구곡절경문인아)-화양구곡의 절경(絶景)을 묻는 사람들이여 !

眼心不見口說何(안심불견구설하)-눈과 마음으로 다 못 본 것을 입이 어찌 말하랴

言文傳達有限界(언문전달유한계)-말과 글이 전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九曲知慾直接看(구곡지욕직접간)-화양구곡(華陽九曲) 알려 거든 직접 가 보아야 하노라

농월(弄月)

화양구곡(華陽九曲)에서 우암 송시열 선생의 숨결을 느낀다 !

그동안 벼르던 화양구곡(華陽九曲) 답사(踏査)를 오늘 아들과 같이 훌쩍 떠났다.

벼르면 못가고 그냥 일상(日常)에서 벗어난 일탈(逸脫)의 행동으로---

벌써 군데군데 단풍이 물들고 일손이 부족한지 가을 논에는 황금색 벼가 옛날

코흘리개 머리에 기계독(부스름)같이 남아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不知不覺秋節!(불지불각추절)-어느새 가을이구나 !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화양구곡(華陽九曲)

속리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계곡으로 화양천(華陽川)을 따라

제1곡 경천벽(擎天壁)부터 제9곡 파곶(巴串)까지의 절경(絶景)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구곡(九曲)이란

“아홉 구비”를 이룬 물줄기란 뜻이며 중국 남송(南宋)때의 유학자 주희(朱熹1130~1200)가 머물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구곡(九曲)의 어원은 주역(周易)의 양효(陽爻)가 제5위에 있는 九五의 원리에 따라 설정했다.

주역(周易) 64괘 가운데 첫 번째 괘가 건괘(乾卦)이며, 건괘의 다섯번째 효(爻)의 이름이 구오(九五)다. 구오(九五)는 비룡재천(飛龍在天)이라하여 천자(天子)의 자리를 말한다.

즉 사람에 의하지(人爲的) 않아도 천하(天下)가 평화롭게 잘 다스려지는

세상을 꿈꾸었던 옛사람들의 천하관(天下觀)을 산수(山水)에 의하여 표현한 것이다.

화양구곡(華陽九曲)은 우암 송시열이 중국 철학자 주자(朱子)의 고향에 있는

무이구곡(武夷九曲)의 아름다운 경관(景觀)을 본따 이름 지은 아홉 골짜기의 절경으로 화양천(華陽川)을 거슬러 올라가며 펼쳐지는 명승지(名勝地)다.

화양천(華陽川)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바위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루는 계곡길이 약 4㎞다.

조선에 주자학(朱子學)이 정착하면서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은 조선 도학(道學)에 필연적으로 따라 다니는 마치 말고삐같이 여겨졌다.

이런 상징성으로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도산구곡(陶山九曲)을 만들었고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고산구곡(高山九曲)을 경영하였다.

화양동(華陽洞)의 지명(地名)은 17세기 이곳에 머물렀던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선생에 의하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화양계곡(華陽溪谷)은 원래 황양나무(黃楊木-회양목淮楊木)가 많아 “황양동(黃楊洞)”이라 불렸으나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선생이 자리를 잡은 뒤 중국을 뜻하는 중화(中華)의 “화(華)”와 일양래부(一陽來復)의 “양(陽)”을 따서 이름을 화양동(華陽洞)으로 고쳤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

*일양래부(一陽來復)-역경(易經)에서 불행이 지나고 행운이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동지(冬至)를 고비로 음기(陰氣)가 사라지고, 양기(陽氣)가 다시 온다는 뜻이다.

“화양(華陽)”은 곧 혼탁한 세상에서 바른 세상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로,

중화(中華)의 부활을 꿈꾼다는 뜻의 글이다.

중국에서 화양(華陽)은

화산(華山)의 남쪽을 의미한다. 고대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 나라 폭군(暴君)인 주왕(紂王)을 쳐서 멸하고 무공(武功)을 이룬 다음 화산(華山)에서 해산했다고 한다.

서경(書經) 주서무성(周書武成)에서는

至于豊 乃偃武修文 歸馬于華山之陽 放牛于桃林之野 示天下弗服

풍(豊) 땅에 이르러 무력(武力)을 거두고 문교(文敎)를 닦아

말(馬)은 화산(華山)의 남쪽 기슭으로 돌려보내고

소(牛)는 도림(桃林)의 들에 풀어 놓아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을 온 천하에 보이셨다.

온 세상에 평화를 의미한다.

“화양구곡(華陽九曲)”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는 기호학파(畿湖學派)의 영수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선생의 혼(魂)이 서려있는 곳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암(尤庵)은 평소 화양동을 “신선이 사는 곳(仙境)”으로 여겨 즐겨 찾았다고 한다.

우암은 60세가 되는 1666년(현종 7년) 이곳으로 은거(隱居)하여 학문정진과

여생(餘生)을 정리하는 공간으로 삼았다.

이곳 화양구곡의 제 4곡인 금사담(金沙潭) 못 위에 있는 바위위에 집을 지어

“암서재(巖棲齋)”라 이름을 붙였다.

“서(棲)”자는 “새가 나무위에 집을 지어 짝과 함께 깃들어 산다”는 글자다.

나무가 아닌 바위위에 둥지를 틀었다는 이름이 이채롭다.

1636년(인조 14) 병자호란(丙子胡亂)으로 지금의 롯데월드 앞 삼전도에서 조선의 인조(仁祖)를 항복받은 청(淸) 태종(太宗)은 17세기 중엽부터 청(淸)나라가 중화대륙(中華大陸)의 주역(主役)으로 등장한다.

이 시기가 중국 대륙에서 명(明)나라의 세력이 약해지고 청(淸)나라로 교체되는 시기다.

명(明)나라 숭배자(崇拜者)인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은 명(明)나라에 대한 절대적 의리(義理)를 지킨다는 “대명의리(大明義理)”를 주장했다.

또 청(淸)나라 때문에 단절된 중화문화(中華文化)의 적통(嫡統)을 조선이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암의 명(明)나라를 받드는 숭명의식(崇明意識)은 화양동(華陽洞)을 중국 명(明)나라에 대한 의리(義理)를 지키는 대명의리(大明義理)의 산실(産室)로 거듭나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

우암 송시열에게 주자(朱子)는 시작이요 끝인 인생의 전부였다.

이름은 주희(朱熹)인 주자(朱子)는 중국 송(宋)나라의 대유학자다.

젊었을 때는 정씨학(程氏學)에 몰두하고, 그 뒤 주염계(周廉溪), 장횡거(張橫渠),

이정자(二程子)의 설(說)을 종합 정리하고 공자의 유학(儒學)까지 집대성하여

주자학(朱子學)으로 불리게 한 인물이다.

주자(朱子)는 고대 중국의 금(金)나라에 멸망 중이던 송(宋)나라를 살리는 인물이었다.

주자(朱子)의 학문과 사상을 모델로 삼은 송시열은,

송시열 자신은 청(淸)에 핍박받는 조선을 살릴 학자라고 스스로 자부하였다.

명(明)나라가 청(淸)에 멸망하자 송시열은 조선을 명(明)의 계승자라 자처했다.

그는 “조선을 작은 중국(小中華)”이라 하였고 자신은 조선의 주자(朱子)였다.

그래서 송시열에게 붙은 명칭이 주자(朱子)의 이름을 패러디하여 “송자(宋子)”라 하였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명(明)나라를 받드는 조선의 대표적인 사대주의자(事大主義者)라 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40여개 구곡(九曲)중에 20여개가 충북에 있고 그 중 7개가 괴산에 있다.

그 중 하나인 선유구곡(仙遊九曲)의 이름이 말해주듯 예로부터 괴산의 산(山)과 계곡(溪谷)은 가히 신선(神仙)들의 정원이라 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해 왔다.

40여개 구곡(九曲)중에 화양구곡은 명승지 이전에 우암 송시열이 만든 조선속에 있는 “작은 중국”이라는 의미가 특이하다.

만절필동(萬折必東), 만동묘(萬東廟), 화양서원(華陽書院),

창오운단 무이산공(蒼梧雲斷 武夷山空)등의 유적이 증명하고 있다.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선생은 충북 옥천 구룡에서 태어났다.

8세 때까지 회덕 송촌에서 살았고 25세 때까지는 구룡에 머물렀다.

26세 이후 회덕 송촌과 황간 한천(寒泉), 진잠 성전(星田), 회덕 소제, 공주 원기(遠基), 여산 황산(黃山) 등지를 60세까지 옮겨다녔다.

(강민식 백제유물전시관학예실장 글에서)

우암은 1666년 괴산군 청천면 도원리 침류정(枕流亭)에 자리를 잡은 뒤, 선유동과

파곶(巴串)을 오르내리며 화양구곡의 풍광(風光)을 즐기며 80세인 1686년까지 20년 가까이 머물렀다.

물론 적지 않은 시간에 유배(流配) 생활을 했으나 귀양이 풀린 후 먼저 달려온 곳이 이곳 이다.

우암에게 만년(晩年)의 기억이 남은 곳이다.

3곡 읍궁암(泣弓巖)과 4곡 금사담(金沙潭) 위의 암서재(巖棲齋)는 효종(孝宗)의 기일(忌日)을 기억하고 세찬 계곡수(溪谷水)에도 의연했던 우암의 의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곳이다.

노론(老論)의 영수(領袖)인 우암 송시열의 최후는 숙종이 내린 사약(賜藥)을 마시고 사망했다.

조광조(趙光祖)와 함께 조선을 대표한 유학자인 송시열은 주자(朱子)와 율곡(栗谷)의 학통을 계승했고 효종(孝宗)의 북벌계획(北伐計劃)의 후원자였다

그러나 효종의 갑작스런 죽음후 제자인 윤증(尹拯)과의 불화와 예송논쟁(禮訟論爭)등으로 유배(流配)와 복귀(復歸)를 거듭하다가 83세의 나이에 정읍에서 사약(賜藥) 두 사발을 마시고 일생을 끝낸다.

송자대전(宋子大全)등 방대한 주자학(朱子學)의 저술을 남겼고 전국 23개 서원(書院)에 제향(祭享)됐다.

화양구곡의 명승지 계획은 우암 사후 제자인 수암(遂庵) 권상하(權尙夏)가 설정하였고  구곡(九曲)의 굽이마다 붙은 이름은 단암(丹巖) 민진원(閔鎭遠)이 썼다고 한다.

필자가 화양구곡을 답사하고 구곡(九曲)의 아름다운 절경(絶景)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오히려 우암 송시열의 이야기를 많이 쓰고 보니 여행의 내용이 뒤바뀐 느낌이 든다.

화양구곡의 아름다운 경관을 빈약한 필자의 정서(情緖)로는 한번 걸어보고 전부를 말할 수는 없다.

부족하지만 화양구곡(華陽九曲)의 자료를 정리하면서 구곡(九曲)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 묵객들의 한시를 소개면서 절경(絶景)의 소감에 대신한다.

화양구곡(華陽九曲)은

▲제1곡 경천벽(敬天壁) ▲제2곡 운영담(雲影潭) ▲제3곡 읍궁암(泣弓巖) ▲제4곡 금사담(金沙潭) ▲제5곡 첨성대(瞻星臺) ▲제6곡 능운대(凌雲臺) ▲제7곡 와룡암(臥龍巖) ▲제8곡 학소대(鶴巢臺) ▲제9곡 파곶(巴串)이다.

▲1곡(曲) 경천벽(擎天壁)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절벽-擎-높이 들어 올릴 경. 天-하늘 천. 壁-벽벽.

이 바위는 화양구곡(華陽九曲)중 제1곡으로 기암(奇巖)이 가파르게 솟아 있어 그 형세(形勢)가 자연의 신비(神秘) 그대로다.

산이 높이 솟은 것이 마치 하늘을 떠받치듯 하고 있어 경천벽(擎天壁)이라 하였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경천벽(擎天壁) 왼쪽 따로 떨어진 바위에

“화양동문(華陽洞門)”-화양동의 문(門)이라 새겨져 있다.

우암 송시열이 쓴 글이라 전한다.

△경천벽(擎天壁) 윤병의(尹秉義)

壁立千層上有天(벽립천층상유천)-벽이 천층으로 서 있는데 위에는 하늘 뿐

登臨可與玉樓連(등림가여옥루연)-올라보니 옥루(玉樓)와 이어져 있네

後人來到誰能及(후인래도수능급)-후대 사람이 와서 누가 오를 수 있겠는가?

瞻仰彌高鑽彌堅(첨앙미고찬미견)-우러러 볼수록 더욱 높고 뚫으려하니 더욱 단단하네

△경천벽(擎天壁) 강희원(姜熙源)

層巖絶壁擎蒼天(층암절벽경창천)-바위 쌓인 절벽은 푸른 하늘 떠받들고

宋子幽居幾歷年(송자유거기력년)-우암 선생 쓸쓸히 산지 그 몇 해런가

千古遺芳猶有赫(천고유방유유혁)-오랜 세월에 끼친 향기 오히려 빛을 내니

蒼梧雲影尙今懸(창오운영상금현)-창오산의 구름이 지금 까지 걸려 있네

*창오산(蒼梧山)-중국에 있는 산으로 순임금이 돌아가신 곳

▲2곡(曲)-운영담(雲影潭)

구름이 비치는 연못-雲-구름운 影-그림자영 潭-깊은 못담(소)

이곳은 경천벽(擎天壁)에서 약 1.2km 북쪽의 계곡에 맑은 물이 모여 소(沼)를

이루고 있다.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하여 운영담(雲影潭)이라 이름했다.

운영담(雲影潭)은 주자의 시(詩), 관서유감(觀書有感)에 나오는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에서 따왔다.

참고로 아래에 적어 본다.

△관서유감(觀書有感) 주희(朱熹)

半畝方塘一鑑開(반무방당일감개)-반 이랑 모난 연못이 하나의 거울처럼 열리니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함께 배회하네.

問渠那得清如許(문거나득청여허)-묻노니 그 연못이 어찌 그리 맑은가?

為有源頭活水來(위유원두활수래)-샘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오기 때문이라네

△운영담(雲影潭) 김정연(金鼎淵)

二曲水流花自開(이곡수류화자개)-이곡(二曲)이라 물이 흐르고 꽃이 절로 피니

春山時見有人來(춘산시견유인래)-봄 산에 때맞쳐 사람이 오는 것을 볼 수 있네

坐看一片山雲影(좌간일편산운영)-한 조각 산구름 그림자 앉아서 바라보니

千載悠悠去復回(천재유유거부회)-천년을 유유히 떠갔다가 다시 돌아오네

△운영담(雲影潭) 강희원(姜熙源)

人生離合若風雲(인생이합약풍운)-인생이 모이고 흩어짐 바람과 구름 같아서

倒影雲霄共泳濆(도영운소공영분)-구름 하늘 그림자 정답게 헤엄치네

意翕君臣如此境(의흡군신여차경)-임금과 신하가 화합하기 이와 같다면

是邦文化等華紋(시방문화등화문)-이 나라 문화는 꽃무늬 같으리라

▲3곡(曲)-읍궁암(泣弓巖)

활을 품고 통곡 하던 바위-泣-눈물읍. 弓-활궁. 巖-바위암.

이 바위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이

“조선왕 효종(孝宗1619~1659)께서 청(淸)나라 북벌(北伐)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41세의 젊은 나이에 승하(昇遐)하신 것을 크게 슬퍼하여 새벽마다 한양(漢陽)을 향하여 활(弓) 처럼 엎드려 통곡하였다”는 바위로 읍궁암(泣弓巖)이라 하였다.

“읍궁(泣弓)”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있는 “황제(皇帝)” 고사(故事)에서 따왔다.

중국 황제의 승천(昇天)에 비교하여 효종(孝宗)의 승하(昇遐)를 슬퍼한다는 의미이다.

△읍궁암(泣弓巖) 임상주(任相周)

吁嗟彼盤石(우차피반석)-아 !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

云胡名泣弓(운호명읍궁)-어찌하여 읍궁암(泣弓巖)이라 이름했나?

孝廟之諱日(효묘지휘일)-효종의 제삿날이면

有臣號蒼穹(신호창궁)-우암선생 창공을 향해 울부짖었네

年年是巖上(연년시암상)-세월이 지나도 이 바위엔

淚痕磨不蹸(누흔마불린)-눈물흔적 닮아 없어지지 않았으니

侵晨慟哭語(침신통곡어)-새벽에 통곡 하셨다는 말씀

可以泣鬼神(가이읍귀신)-귀신을 울렸도다!

화양구곡 각각의 이름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이름이지만, 읍궁암만(泣弓巖)은 우암 송시열의 애절한 사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읍궁암(泣弓巖)의 애절한 사연은 지금도 읍궁암(泣弓巖) 입구에 세워져 있는 3기의 비석에 잘 나타나 있다.

읍궁암비(泣弓巖碑) 비문(碑文)의 전문(全文)은 아래와 같다.

先生嘗於孝廟諱日 曉起痛哭於巖上 仍吟一絶 後人號其巖曰泣弓 盖取荊湖故事也

歲丁酉方伯尹公憲柱 謁廟訖大書泣弓三字刻石 視後其誠意至矣

尙夏謹書先生絶句於其末云 此日知何日 孤衷上帝臨 侵晨痛哭後 抱膝更長吟

우암선생께서 일찍이 효종의 돌아가신 날에 일어나 바위 위에서 통곡하고 일절을 읊었다.

뒷사람들이 그 바위를 불러 읍궁(泣弓)이라고 하였다. 대개 형호(荊湖)의 고사를 취한 것이다.

정유년 방백 윤헌주가 사당을 참배하고 “읍궁암(泣弓巖)” 석자를 크게 써서 바위에 새기어 후세에 보이니, 그 진실한 뜻이 지극하다.

권상하가 삼가 선생의 절구를 그 말미에 쓰니,

此日知何日(차일지하일)-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는가

孤衷上帝臨(고충상제림)-외로운 충정만 하늘에 닿았도다

侵晨痛哭後(침신통곡후)-새벽이 되도록 통곡만 하다가

抱膝更長吟(포슬경장음)-또 다시 엎드려 무릎 끌어안고 탄식하노라

권상하(權尙夏)

▲4곡(曲)-금사담(金沙潭)

황금빛 모래가 반짝이는 연못-金-쇠금 沙-모래사 潭-못담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가 보이는 계곡(溪谷) 속의 못(潭)이라는 의미로 금사담(金沙潭)이라 하였다. 화양구곡(華陽九曲)중에서 중심이 되는 위치다.

조선 제19대왕 숙종(肅宗)때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정계를 은퇴한 후 이곳 반석(盤石) 위에 집을 지어 이름을 암서재(巖棲齋)라 하고 이곳에서 은거(隱居)하며 학문을 연구하고 수양(修養)하였다. 이 건물은 그간 여러 차례 중수(重修)를 거쳐 현재의 건물은 1986년 중수(重修)하였다.

암서재(巖棲齋)와 바위에는 새긴 글이 많다.

명(明)나라 멸망을 개탄한 “창오운단(蒼梧雲斷) 무이산공(武夷山空)”

“임금 묻힌 창오산엔 구름이 끊어지고 주자 계신 무이산도 비어 있구나”의 뜻이다

명(明)나라의 멸망과 주자(朱子)의 도통이 끊어졌음을 한탄하는 글이다.

명 태조의 글씨 충효절의(忠孝節義)와

우암이 쓴 “화양수석(華陽水石) 대명건곤(大明乾坤)”

“화양동의 물과 돌은 중국 명(明)나라의 하늘과 땅과 같다”는 뜻으로

중화사상을 담은 글이 있었으나 일제(日帝)가 쪼아 내었다.

이글을 쫀 일본인은 20발자국도 못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전한다.

△암서재(巖棲齋) 정만석(鄭晩錫)

寰區乾淨處(환구건정처)-하늘과 땅사이에 정결한곳

巖室兩三間(암실양삼간)-바위위에 집 두세간 이네

逝水何曾息(서수하증식)-흘러가는 물이 어찌 쉴수 있으랴

高山不可攀(고산불가반)-높은산도 붙잡아 둘 수 없네

△금사담(金沙潭)   박문호(朴文鎬)

水哉無心(수재무심)-물은 무심한 듯하나

而有權衡(이유권형)-저울을 가지고 있다네

白石爲底(백석위저)-하얀돌이 바닥 되고

金沙爲汀(금사위정)-금빛 모래 물가에 쌓였네

淆之不濁(효지불탁)-뒤섞여있으나 흐리지 않고

澄之愈淸(징지유청)-맑은 것은 더욱 맑다네

流必有方(유필유방)-흐름이 반드시 방향이 있으니

萬折東瀛(만절동영)-만번 꺾여도 동쪽 바다로 흐르네!

△금사담(金沙潭) 강희원(姜熙源)

望懷溓洛轉東西(망회렴락전동서)-주염계와 낙양을 그리며 동서로 전전하다가

與月松巖伴鶴棲(여월송암반학서)-달 솔 바위와 함께 학을 벗해 살았소

雲斷山空留此興(운단산공류차흥)-끊어진 구름 텅 빈 산예서 다시 일어나니

金沙潭淨武夷齊(금사담정무이제)-금사담 맑은 물 무이구곡 같구나!

▲5곡(曲)-첨성대(瞻星臺)

북극성을 바라보는 대(臺)-瞻-볼첨 星-별성 臺-돈대대

이 바위는 화양구곡(華陽九曲)중에서 “큰 바위가 첩첩이 층(層)을 이루고 있으며

그 위에서 하늘(天體)을 관측(觀測)할 수 있다”고 하여 첨성대(瞻星臺)라 부른다.

비례불동(非禮不動)

숙종때 좌의정 민정중(閔鼎重)이 청(淸)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비례불동(非禮不動)

을 모사(模寫)하여 송시열에게 준 것으로 1674년(현종 15) 송시열은 첨성대 밑 절벽에 새겼다.

좌측에 송시열이 쓴 발문(跋文)이 있다.

陪臣閔鼎重奉至(배신민정중봉지)-가신(家臣) 민정중이 받들고 왔는데

與宋時烈等(여송시열등)-송시열과 더불어

謹拜手稽首摸勒(근배수계수모륵)-삼가 손 모아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본떠 새겼다

時四十七年甲寅四月日也(시 사십칠년갑인사월일야) 때는 47년 갑인년 4월 몇일이다

첨성대(瞻星臺) 아래에

만절필동(萬折必東)-선조의 글씨로 황하(黃河)는 아무리 꺾여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

충신의 절개는 꺾을 수 없다는 말.

대명천지(大明天地)-명나라는 하늘과 땅이고

숭정일월(崇禎日月)-중국 마지막 황제 의종(毅宗)은 해와 달이다

옥조빙호(玉藻氷壺)-임금은 깨끗하고 정결해야 한다

등을 새겼다.

△첨성대(瞻星臺) 홍치유(洪致裕)

尖尖積石號瞻星(첨첨적석호첨성)-뽀족 뾰족 쌓인 돌 이름하여 첨성대(瞻星臺)라

逈出重霄只麽靑(형출중소지마청)-높은 하늘에 멀리 솟아 푸르기만 하여라

拱北深誠誰復識(공복심성수부식)-북극성을 향한 깊은 정성 누가 다시 알아보리

千秋依舊地猶靈(천추의구지유령)-천추에 변함없이 땅에는 오히려 신령이 있네

△첨성대(瞻星臺) 송흠학(宋欽學)

五曲瞻星擇地深(오곡첨성택지심)-오곡(五曲)이라 첨성대 지세를 잘 잡았으니

斗南光氣耀山林(두남광기요산림)-천하의 빛나는 기운 산 숲을 밝히네.

厓前寶刻天章爛(애전보각천장란)-바위 절벽에 새긴 황제의 글씨 현란하여

省識瑤躔拱北心(성식요전공북심)-북극성을 향하는 줄 알겠네.

▲6곡(曲)-능운대(凌雲臺)

구름을 능가하는 대(臺)-凌-능가할 능 雲-구름운 臺-돈대대

이 바위는 큰 바위가 시냇가에 우뚝 솟아 그 높이가 구름을 찌를 듯하여 붙인 이름이다.

능운대(凌雲臺)에는 작은 절 채운암(彩雲庵)이 있다.

1277년(고려 충렬왕 3) 도일선사가 창건하였으며 빼어난 경치 속에 묻혀 있는 고찰이다

△능운대(凌雲臺) 해응(成海應)

六曲凌雲又一灣(육곡능운우일만)-육곡(六曲)이라 능운대는 또 하나의 물굽비

水門烟雨曖常關(수문연우애상관)-수문에 안개비 항상 뿌옇게 서려있네.

自崖高揖奸霄氣(자애고읍간소기)-언덕으로부터 높다란 노 하늘 기운 건드리는데

仁者巖巖智者閑(인자암암지자한)-어진 사람은 높고 지혜로운 자는 한가하네.

△능운대(凌雲臺) 임상주(任相舟)

嵬磊石層層(외뢰석층층)-우뚝 솟은 바위가 층층이 쌓여

屹屹仍作臺(흘흘잉작대)-높디 높은 능운대가 되었어라.

凜凜凌風雲(늠름능풍운)-늠름하게 풍운 뚫고 솟아

迢迢絶塵埃(초초절진애)-아득히 속세의 티끌에서 벗어났네.

山靄半空浮(산애반공부)-아지랑이 산 중턱에 감도는데

儼然天中入(엄연천중입)-위엄 있게 하늘 가운데 솟아있네.

有類豪傑士(류호걸사)-호걸스런 선비가

唾手燕雲立(수연운립)-한가로운 구름 가운데 늠름하게 서 있는 것 같네.

▲7곡(曲)-와룡암(臥龍巖)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의 바위-臥=엎드릴 와. 龍-용용. 巖-바위암.

이 바위는 “용(龍)이 누워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물 흐름으로 패인 세월의 흔적을 용(龍)의 승천(昇天) 자욱으로 본 것이다.

△와룡암(臥龍巖) 김정연(金鼎淵)

何年起鹿院(하년기녹원)-어느해 녹원에서 일어나

春雨臥龍巖(춘우와룡암)-봄비에 와룡암이 되었나

蘿月空山隱(라월공산은)-이끼(女蘿)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빈산에 숨었는데

梧雲老石劖(오운노석참)-창오산의 구름이 오래된 바위에 그림자 지네

草堂睡已足(초당수이족)-초당에서 잠 이미 풍족히 잤으며

漁水際非凡(어수제비범)-물고기 물에서 노는 모습은 평범치 않네

長嘯崖如裂(장소애여열)-긴 휘파람에 언덕이 찢어지는 것 같으며

西風送客衫(서풍송객삼)-서풍이 나그네 옷깃을 스치네!

△와룡암(臥龍巖) 임상주(任相舟)

維彼臥龍巖(유피와룡암)-저 누워 있는 와룡바위만은

若垺乘風雲(약부승풍운)-풍운(風雲) 타고 오르는 것 같네.

宛在水中央(완재수중앙)-완연히 물 한가운데 있는데

蒼痕背成文(창흔배성문)-푸른 물결이 얼룩무늬 되었네.

知是南陽翁(지시남양옹)-알겠도다 제갈공명이

變化爲此石(변화위차석)-변화해 이 암석이 된 것을.

平生興復意(평생흥복의)-그가 지닌 평생 부흥의 뜻

蜿蜿如宿昔(완완여숙석)-지금도 꿈틀꿈틀 예전 같네.

▲8곡(曲)-학소대(鶴巢臺)

학(鶴)의 둥우리가 있는 대(臺)-鶴-학학 巢-집소 臺-돈대대

이 바위는 큰 소나무들이 운치(韻致)있게 조화를 이루며 우뚝 솟은 바위산으로

“청학(靑鶴)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학소대(鶴巢臺) 박윤원(朴胤源)

淸唳如可聞(청려여가문)-맑은 학(鶴) 울음소리 들릴 만하고

羽衣棲高巖(우의서고암)-깃털 옷 높은 바위에 깃드네

松杉落影處(송삼락영처)-소나무 삼나무 그림자 어리는 곳에

水色碧於藍(수색벽어람)-물빛이 쪽빛보다 푸르네!

△학소대(鶴巢臺) 임상주(任相舟)

鶴巢問何年(학소문하년)-학(鶴)이 깃든지 얼마나 되었기에

祗今猶有臺(지금유유대)-지금은 오히려 누대만 남아 있네.

神仙不可見(신선불가견)-신선을 볼 수 없으니

怊悵空徘徊(초창공배회)-서글퍼 부질없이 서성이네.

安得安期生(안득안기생)-어떻게 하면 안기생(安期生)을 만나서

一問長年術(일문장년술)-오래 사는 비결을 물어볼 수 있을까?

長年欲奚爲(장년욕해위)-내가 오래 살려고 하는 것은

願掃犬羊窟(원소견양굴)-오랑캐 소굴을 소탕하려 함이네.

*안기생(安期生)-진(秦)나라 때 사람. 신선술(神仙術)을 익혀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장수하여 천세옹(千歲翁)이라 불리기도 한다.

▲9곡(曲)-파천(巴串)

파(巴)자 모양으로 구비도는 물가-巴-땅이름파 串-꼬챙이 곶

이 물가의 바위는 계곡 전체가 흰 바위로 티 없이 넓게 펼쳐져 있으며 그 위에 흐르는 물결이 마치 “용(龍)의 비늘을 꿰어 놓은 것”처럼 보여 파천(巴串)이라 부른다.

신선(神仙)들이 이 곳에서 술잔을 나누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소용돌이(巴)처럼 휘감은 물결의 절경으로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바위에 이름을 새겼다.

몸은 죽어도 이름은 남기고 싶은 것일까

△파천(巴串) 윤병의(尹秉義)

石澗水回也似巴(석간수회야사파)-돌 사이 흐르는 물 파(巴) 자와 같고

朱璣萬串摠成霞(주기만곶총성하)-붉은 구슬 만 개를 꿰어 모두 노을을 이루었네

松衲老僧向余說(송납노승향여설)-송납(松衲)의 노승이 나를 향해 말하네

如此名區初過耶(여차명구초과야)-이와 같은 명승지에 처음 찾아왔는고? 라고

*송납(松衲)-소나무겨우살이로 만든 여승(女僧)이 쓰는 모자

△파천(巴串) 작자미상(作者未詳)

銀河或落此成天(은하혹락차성천)-은하수 이곳에 떨어져 천상세계 이룬 건 아닌지

紋波龍鱗稱巴串(문파용린칭파천)-용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물결 파천이라 부르네

權慾破巖印字皺(권욕파암인자추)-권력과 욕심으로 바위에 여러 이름 새긴 것 눈살 찌푸리니

焉知自見恥卑賤(언지자현치비천)-수치와 비겁함, 천박함이 그대로 드러날 줄 어찌 알았을꼬

△파천(巴串) 작자미상(作者未詳)

曲流狹谷洞天開(곡유협곡동천개)-굽은 시내 좁은 골짝 동천이 열렸는데

醉景忘吾路轉回(취경망오로전회)-절경에 폭 빠지어 구비 구비 도누나

不讓武夷楓岳勝(불양무이풍악승)-무이구곡 금강산에 못지 않는데

潺潺澗畔詠而歸(잔잔간반영이귀)-잔잔한 시내 가로 읊으며 돌아오네 !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