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독 (외 1편)
이 경
눈 뜬 감자에는 푸른 독이 있다
이미 하늘을 보아 버렸으니
온 몸에 시퍼런 독이 시작됐으니
아무도 먹을 수 없는 몸 되었으니
거름 받아 잘 썩은 흙을 다오
핏줄 속에 사나운 어둠을 길들여
하얗게 꽃 피울 하늘을 다오
눈을 뚫고 나온 푸르고 둥근 힘이
세상의 허기를 채울 수 있다면
뜬 채로 두 눈을 묻어도 좋아라
무딘 칼로 눈을 도려내며
손바닥에 묻은 감자의 흰 피
내게 언제 감자눈 같은 꿈 있었나
흙으로 덮어 주어야 꽃이 피겠다
----------------------------------------------------
정사
암사마귀는 강하다 교미하는 순간
제 사랑을 먹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움의 잔해를 남기지 않으려고
집착의 대상을 살려두지 않으려고
무엇보다
사랑이 빠져나간 그의 등을 용납할 수 없어
절정의 수컷을 정수리부터 먹어치운다
풀숲의 역사만큼이나 질기고 능숙한 혀 속으로
이 목 구 비가 녹아들어
황홀하게 심장을 뜯어먹히는 수사마귀
오, 저처럼 싱싱한 사랑을 생식하는 암컷의 식욕과
심장보다 더 늦게까지 살아남아 생을 무두질하는
수사마귀의 저것!
을 보라
독이 익어가는 가을 꽃밭이다
탄피처럼 몸이 부푼 암사마귀 한 마리
마른 꽃대궁에
청산가리 같은 목숨을 하얗게 쏟아놓고
----------------
이 경 / 1954년 경남 산청 출생. 1993년 《시와시학》신인상으로 등단. 2000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 『흰소, 고삐를 놓아라』『푸른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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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독 (외 1편) / 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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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9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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