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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낙이 찔레꽃을 그리워 하더이다...
Re; 우리 외할머니는 멀미 땜에 차를 못 타셔서 양주땅 의정부 아래 회천 옥정 덕고개 부터 산길을 질러질러 송우리 궁말을 거쳐 쑥고개를 넘어 기장대로 내려서 50여리 산길 들길을 하루내 걷고 걸어 우리집엘 다녀가시곤 했다. 이맘때쯤 오실때면 아마 고개마다 숲속에 저리 찔레꽃이 피었을테다.
바람같이 달아 오시고 어느 해 부턴가 차차 뜸 해지시고
갈길 멀다 조반 잡수시자마자 길 떠나시기에 엄마와 나 우리 모녀는 학수네집터가 있던 자리 말무데미까지 배웅을 하고 할머니는 갈 길이 하루 왼종일인데 집 턱밑에 섰는 우리보고 해가 뜨겁다 얼릉 들어가라 들어가라 손을 한번 휘저으시고는 뒤도 안 돌아 보고 내달아 가셨다 서낭당 아래 상여독 후미진 곳을 돌아
가을걷이 콩마당 손질에 키질까지 다해 내시고 병석에 들어 대엿새 지나 이승을 버리셨다.
어머니도 없는 집에 혼자 밥을 해먹고 학교 오가길 대엿새를 지나던 터라 불안은 늘 가시지 않았고 그날은 학교에서 돌아와 주먹댕이만한 자물쇠통을 열자니 삽작문틈에 訃告 라고 먹물로 쓰인 누런봉투가 끼어 있었느니.
삽작문을 열고 들어서 누런 콩잎처럼 성근 바람과 하얀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참을 쪽마루에 앉아 발길질로 댓돌에 죄없는 검정 운동화 부리만 짓이기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장독대 옆엔 오동나뭇잎만 서걱이고 햇살은 왜 그리 하얗던지 눈을 뜰수도 감을수도 없었느니.
방문 자물쇠를 하나 더 따고 책가방을 내동댕이 치고 한구네 집으로 내달아 갔고 한구아버지 동셉이 아저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댄다고 양주에서 사람이 다녀 갔노라 안들어도 알만한 얘기를 들려 주셨지.
다음날은 가을 소풍날이었는데
이래도 저래도 가을 소풍은 물 건너 갔고 개울 번덩에 서리가 하얗게 그리 내렸더라.
엄마는 외할머니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며칠 전에 가 계셨던 터라 추울세라 나는 보자기에 엄마의 빨강 내복 한 벌과 바지 하나 웃 옷하나 주섬주섬 싸들고 밭 가운데 외육촌 찬구 오빠와 광릉을 거쳐 의정부를 지나 오후나절 외가에 도착하니 염도 다 끝났다는데울 엄마는 눈이 붓고 목이 잠겨
哭하고 우는 것도 자식마다 다 다르더라. 서방에 자식에 부러울게 없던 우리 이모는 그래도 간간이 웃고 밥도 잘 먹고 울다가 웃다가 그래도 눈도 안 부었더라. 친정 어머니 외에 의지할 곳 하나 없던 울 엄마는 사지육신 떨어져 나간 허전함으로 몸을 못 가누고 슬픔에 잠겨 밥도 싫다. 팥죽도 싫다. 냉수만 켜는데 며늘님들 세양반, 살만큼 살다 돌아가셨다는 동네 마누라쟁이들 그럴듯한 위로에 부엌 마당 오가며 슬쩍슬쩍 사람들 눈치도 봐가며 히죽히죽 웃더라. 슬픔도 가지각색이더라. 내가 싸들고 간 보퉁이가 뭐냐고 방안 그득 둘러 앉은 머리 허연 양반들 풀어헤치니 초상집에 빨강 내복이라! 안방 아랫목 병풍 너머엔 쓸쓸한 저승길 외할머니 누워계시고 병풍 이쪽엔 빼곡히 둘러앉은 산 사람들 산 자와 죽은 자 이승과 저승이 병풍 하나로 갈렸더라
초상이 나면 돌아가신 부모 앞에 자식들은 죄인이라 상복을 입을 때까지 옷을 덧입고 갈아입지도 않는 법이라고 그러니 울 엄마 서리진 날씨에 몸 춥고 마음마저 추워 사시나무 떨듯 해도 내복은 못 입는다 보퉁이째 둘둘 말아 윗목에 두고 그래도 방안 가득 노인 양반들 기특하다 즤이 엄마 추울까 봐 저 내복 싸들고 온 거 보라고 추켰었는데 그게 언제적 얘기냐 우리 나이에 14년 즘 빼 보아라 친구야 셈이 느려 나는 모르겠다.
외할머니 시집 올때 그리 화려한 꽃가마를 타셨겠느냐 그건 아닐게다 저승 가는 길 이승에서의 마지막 호사라 마당 한가운데에 차려진 꽃상여에 올라 우리 외할머니 훨훨 서녘 하늘로 가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두 번 다시 아니올길 하늘가에 가 닿는 죽음과 삶 경계 허무는 상여의 선소리 요령 소리에 산 자들 그래서 슬픈 군상들 마지막 이별 애달팠다.
그렇게 그 가을은 갔고 외할머니의 사랑도 그렇게 따라 영원히 갔고
울 할머니 이 여름도 찔레꽃 향기따라 쑥고개 넘어 오실지... 쑥 고갤 가봐야 할까 보다.
2013.6.12 수 14;11
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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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외할머님!,
오솔길, 황토길, 작은내를 건너며~
회천 덕고개, 솔ㅁㄹ. 궁ㅁ,을 지나
쑥고개, 기장대,소학리로 ~
이어지는 모정의 질주 !!
가슴 싸~하니 애려옵니다.
그리운 할머님께 하얀 찔래꽃 한다발
올리고싶네요.!!
새로움으로 좋은글 올리시는
친구님께도~~
엊저녁 수한네 부부와 봉화산 배밭 노천카페(?)에서 막걸리를 맛나게 먹었다.
거기서 수한 왈 '연욱이 글솜씨는 작가 이상이야. 박윤희도 글 재주가 있고...'
연욱! 역시 대단한 글쟁이 맞네.
솔모루 궁말 어딘가는모르지만 어렸을적에 들어본 이름들 ~
찔래꽃은 슬프다는 노랬말이 실감나네 ~```
하얀 찔래향기는왜그리 좋은거야 ~~~``
너의 글에서 가지못할 찔래추억에 참나무쟁이 앞산을 헤메던 어린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