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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 '我是他非(아시타비)'
-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我是他非 선정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12월에 연말기획으로 사자성어를 발표해왔고, 한 해 동안의 대한민국 사회상을 돌아보는 의미를 반영해왔다.
我是他非, 庚子冬日 愚玄居士
우현(愚玄) 정상옥(鄭祥玉) 전 동방대학원 총장이 예서체로 직접 휘호했다.
전국 대학교수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고 906명의 교수가 6개의 사자성어 후보를 두고 각각 두 개씩 골라, 도합 1천812표가 집계됐다. 이 중 588표인 32.45%가 '我是他非(아시타비)' 선택했다.
아시타비는 글자 그대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뜻을 갖는 이른바 신조어로 원전은 따로 없다. 이 아시타비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의 전언에 의하면 "아시타비(我是他非)란 ‘나(我)는 옳고(是) 다른 이(他)는 그르다(非)’는 뜻이다. 이 말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말)을 한자어로 표현한 것으로, 전통 고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사자성어로 만든 신조어로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를 꼬집는 말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일상적 언어가 1990년대 정치권에서 사자성어의 ‘정치언어’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인다.
『장자』 같은 고전에서는 “시비(是非) 다툼이 드러나는 것은 하나 되는 도(道)가 손상되었기 때문”으로 본다. 그래서 장자는 말한다: “시비 다툼은 편이 갈린 상태로는 바로 잡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한쪽은 옳고 한쪽은 그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시비 다툼은 끝이 없으니,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거나, 무한한 경지(無竟)에 맡겨두는 편이 낫겠다!” 시시비비, 끊임없는 의견 대립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편, 그동안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2018년 임중도원(任重道遠), 2019년 공명지조(共命之鳥)였다.
※我是他非(아시타비)는 ‘내로남불’의 한자 버전으로 고안된 성어다. 내로남불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이중 잣대를 꼬집는 관용구로 간간히 쓰이다가 199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희태 신한국당 의원의 입을 타면서 정치의 레토릭이 됐다. 그 해 6월 13일자 <경향신문> 보도는 이렇게 전한다. “박 의원은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사면 투자고 남이 사면 투기라는 식’이라고 익살을 부렸다.” 이후 박근혜 정권 아래서 ‘내로남불’이라는 줄임말로 다시 길어 올려졌고, 문재인 정부 출범과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사용량이 폭증했다. 아시타비가 만들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일종의 사자성어처럼 쓰이게 된 내로남불에 대응하는 한자를 골라 네 자로 엮은 것이다.(교수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