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김신부]

20231107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15-24
15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던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그분께,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16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베풀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였다.
17 그리고 잔치 시간이 되자 종을 보내어 초대받은 이들에게,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오십시오.’ 하고 전하게 하였다.
18 그런데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는데 나가서 그것을 보아야 하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19 다른 사람은 ‘내가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려고 가는 길이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였다.
20 또 다른 사람은 ‘나는 방금 장가를 들었소. 그러니 갈 수가 없다오.’ 하였다.
21 종이 돌아와 주인에게 그대로 알렸다. 그러자 집주인이 노하여 종에게 일렀다. ‘어서 고을의 한길과 골목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 이들과 다리저는 이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22 얼마 뒤에 종이 ‘주인님, 분부하신 대로 하였습니다만 아직도 자리가 남았습니다.’ 하자,
23 주인이 다시 종에게 일렀다. ‘큰길과 울타리 쪽으로 나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
2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처음에 초대를 받았던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아무도 내 잔치 음식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낯선 곳에도 밤새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 소리에 잠이 깬다. 
새벽 3시다.
이제는 몸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 
영랑호 위에 뜬 복덩이 쌍무지개 
복받은 우리 밥집 식구들도 보고, 근처 절집 식구들도 본 모양이다,
속초 여단협에서 동지 섯달 생일잔치 협찬 기쁜 소식을 전한다.

하느님 나라 '큰 잔치'에 ‘고을의 한길과 골목에 사는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 이들과 다리저는 이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초대받은 '큰 길과 울타리 쪽' 사람들처럼, 
주님께서 마련해주신 '잔치 음식 맛보고' 즐겁고 행복한 우리 밥집 식구들.

하느님 나라의 큰 잔치에 우선적으로 초대받은 사람들. 그러나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갈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한다.' 이 초대가 어떤 초대인지도 모른다. 오로지 관심은 온통 돈벌어 먹고 사는 일에만 쏠려 있다. 사실 하느님 나라는 그들에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돈, 권력과 명예가 훨씬 더 낫다. 이러니 세상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정글이다. 그속에서 살다보니, 눈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녹내장에 황반변성이란다. 글도 잘 안보이고 멀리 경치도 잘 안보인다. 때로는 사람도 제대로 안보인다. 사람이 제대로 안보이면 눈만 이상해진게 아니고 마음도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 속에서 살아갈까, 새벽일 마치고 한숨 자고 나서 정신을 차리니 이해가 된다. 왜 서로 물어뜯고 이 난린지 이해가 된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 하더니, 이제는 서로를 믿을.수조차 없다. 서로가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허술한 지식, 합리와 원칙, 그리고 무속신앙이 지배하는 귀신에 사로잡힌 혼란과 공포의 사회.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배우 정유미 이선균 주연 유재선 연출 감독 영화 <잠(sleep)>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참 한심하실 것이다. 교회와 종교지도자들조차도 엇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으시다. 하느님 나라의 혼인잔치에는 땅끝까지 사람들로 가득차고, 기쁨과 즐거움이 넘칠 것이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공감과 연대와 나눔으로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