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시범 비행 중인 Su-34 전폭기 <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1975년부터 많은 기대 속에 배치가 이루어진 소련의 Su-24 전폭기는 이전에 같은 임무를 수행하던 Su-20, Su-22보다 성능이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았다. 비슷한 크기와 구조 때문에 개발 당시부터 카피했다는 소리까지 들었을 만큼 미국의 F-111을 의식했음에도 최고 속도, 항속 거리, 무장 탑재량 등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F-111도 미 공군을 실망시켰지만 소련은 그런 사정까지 알지 못했다.
이에 소련은 1980년대 중반 수호이 설계국(Sukhoi OKB, 이하 수호이)에 Su-24를 대체할 새로운 전폭기의 개발을 지시했다. 수호이는 기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제 막 양산이 시작된 Su-27 전투기를 바탕으로 신예기 개발에 착수했다. Su-27은 소련의 기존 전술 작전기들과 달리 넉넉하게 설계되어 확장이 용이했다. 이미 F-15E와 유사한 다목적기인 Su-30을 개발 중이었지만 신예기는 이와 성격이 조금 달랐다.
우선적으로 장거리 폭격과 관련한 성능이 향상되어야 하고 Su-24의 결정적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공대공전투 능력도 갖춰야 했다. 수호이는 Su-27 연구 당시에 실험용으로 사용했던 T-10V 프로토타입 42번 기체를 기반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전폭기를 의미하는 Su-27IB로 명명된 실험기는 공군뿐 아니라 지상 기지를 기반으로 운용할 장거리 해상 초계기가 필요했던 해군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1990년 4월 13일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련이 해체되는 격변이 닥치자 이후의 진행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지원이 끊기다시피 해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설령 개발을 완료해도 양산 여부가 불투명해졌던 것이다. 개발은커녕 당장 생존이 급했던 수호이는 자력갱생에 나서면서 해외 판매를 목적으로 각종 에어쇼에 Su-27IB를 적극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 끝에 개발을 완료한 시제기가 각종 실험에 통과하자 1996년 러시아 공군은 Su-34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초도 도입 물량으로 12기를 발주했다. 하지만 1998년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자 양산은 전면 유보되었고 2005년까지 모든 Su-24를 Su-34로 교체하려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하다못해 기존 Su-24를 개량해서 사용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그렇게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어느 정도 러시아 경제가 회복한 2004년에 저율 생산에 나서면서 재개되었으나 본격 양산은 2008년에서야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여러 차례의 중단 등을 반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실질적으로 2014년에 이르러 실전에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최초 구상부터 30년 가까이 걸린 셈인데 계획만 세워 놓고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해군형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특징
Su-27와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Su-30, Su-33, Su-35 같은 후속작들을 흔히 나토에서 부여한 식별 코드를 따서 플랭커(Flanker) 시리즈라고 부른다. 이들은 카나드의 유무, 테일 붐(Tail boom)의 길이처럼 자세한 봐야 알 수 있는 차이 정도를 제외하면 외형으로는 크게 구분이 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Su-34는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만큼 기체 모양에서부터 차이가 많다.
장시간 동안 장거리를 비행하며 작전을 벌일 수 있도록 설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조종석이 2인승이지만 Su-30과 달리 좌석 배치가 병렬식으로 되어 있다. Su-24, F-111, A-6 등도 채택하고 있어서 낯선 방식은 아니나 조종사들이 비행 중에도 생리 현상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만큼 크기가 크다. 화장실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비행 중 휴대용 소변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동체의 폭이 넓고 조종석 뒷부분도 큰 데다 위상배열 레이더가 장착된 납작한 노즈콘으로 말미암아 마치 가분수처럼 보인다. 캐노피가 고정되어 있어 조종사들은 전면 랜딩기어에 장착된 사다리를 이용해 기체 아래쪽에서 탑승한다. 기체 중량과 탑재력이 증가해서 후방 랜딩기어가 이착륙 시 발생하는 충격을 보다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탠덤형 이륜식으로 되어 있는 점도 특징이다.
앞부분을 직선 형태로 바꾼 스트레이크에 카나드를 장착해서 주익의 크기가 조금 커졌고 미익은 Su-27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Su-27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한 테일 붐은 후방 경계용 레이더 외에도 APU를 수납해서 굵어졌다. 폭장 능력은 Su-24와 동일한 8,000kg이나 더 빠른 속도로 더 멀리 날아가 더욱 정확하게 정밀 타격을 할 수 있고 ECM 포드를 장착해서 전자전 임무에도 투입할 수 있다.
운용 현황
Su-34는 아직 생산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7기의 실험기를 포함해 총 129기가 생산된 후 2019년 현재 더 이상 추가 생산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전량 러시아 공군에서 운용 중으로, 그중 12기가 내전 중인 시리아의 흐메이밈(Khmeimim) 기지에 전개되어 있다. 생산량이 애초 목표했던 Su-24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해 현재 러시아는 두 기종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한때 해군이 공대함 미사일, 소노브이를 운용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형 Su-34FN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무산되었다. 지난 2015년에 알제리가 MiG-25 대체용으로 12기의 Su-34를 주문했고 최대 40기까지 도입량을 늘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후 진행 사항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실 Su-34는 범용성이나 대외 판매 등을 고려할 때 다목적 전술 작전기인 Su-30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2008년 남오세티아 전쟁 당시에 투입되었다고 하나 작전 내용이나 전과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2015년 참전한 시리아 내전에서의 활약상이 확인된 실전 사례다. 시리아 정부군을 돕기 위해 총 12기의 Su-34가 파견되어 ISIL과 반군을 공격했다. 고고도에서 유도 무기로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등 여러 전과를 올렸으나 반군의 대공 능력을 고려할 때 방어력을 비롯한 여타 성능은 확인이 되지 않았다.
시리아에서 작전중인 Su-34 전폭기 <출처: 유튜브>
변형 및 파생형
Su-27IB : 프로토타입
Su-34 : 양산형
Su-34M : 소프트웨어 등을 업데이트한 개량형. 2020년까지 완료 예정
Su-34FN : 대함 능력을 보유한 해군 제안형
제원
형식 : 쌍발 전선폭격기 전폭 : 14.7m 전장 : 23.34m 전고 : 6.09m 주익 면적 : 62.04㎡ 최대 이륙 중량 : 45,100kg 엔진 : 새턴 AL-31FM1 터보팬(17,857파운드)×2 최고 속도 : 마하 1.8(2,000 km/h) 실용 상승 한도 : 15,000m 최대 항속 거리 : 4,000km 무장 : GSh-30-1 30mm 기관포×1
B-8 로켓 포드(S-8KOM/OM/BM×20) B-13 로켓 포드(S-13T/OF×5) O-25 로켓 포드(S-25OFM-PU×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