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두고 난 뒤 복기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시험문제 답을 맞춰가며 맞은 것과 틀린 것을 확인하는 절차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바둑인들은 그런 번잡한 복기과정을 거칠까요. 진 쪽에서는 한시도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을텐데 그래도 묵묵히 앉아 자신이 둔 바둑을 다시 하나하나 둬나가는 것입니다. 이긴 쪽도 그냥 무덤덤하게 복기에 임합니다. 왜 그런 절차를 거치느냐 그것은 다음에 그런 실수와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섭니다. 그렇다면 45년만에 그것도 발령한 명분이나 이유가 1도 없는 상황이자 뜬금없이 계엄령을 건의하고 발표한 당사자 몇명외에는 세계인 모두가 의아해 하는 2024년 12월 3일 계엄령이 발령됐을까를 복기해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은 끊임없이 발목을 잡고 국정을 힘들게 하는 야당에게 겁을 주려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릴 수 있습니까. 그런 이유로 계엄령을 발령하려했으면 미국의 민주당 바이든 정권은 매일 계엄령에 준하는 조치를 발령했을 것입니다. 미국 하원은 여소야대로 사사건건 미국 공화당에서 안건을 부결했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대선 주자로 다시 나서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대표를 만나 간곡하게 부탁을 하지만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늙은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훨씬 젊은 공화당 원내 대표를 만나 읍소하는 장면이 안스럽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까. 대통령이 야당대표를 만나 서로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그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야당의 극한 반대때문에 국정수행이 불가능하게 되어서 계엄령을 내렸다는 것은 변명거리도 안됩니다.
그렇다면 계엄령을 내린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제 나름대로 판단한 것은 당시 계엄군이 들이닥친 곳 3군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국회의사당입니다. 두번째는 중앙선관위입니다. 세번째는 김어준씨가 대표로 있는 인터넷방송입니다. 이번 계엄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국내외적으로 계엄령을 발령할 때 첫번째가 방송국입니다. 일단 계엄군입장에서 방송국을 장악해 대국민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공영방송이라는 KBS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권이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KBS에 계엄군이 가지 않은 채 MBC만 갔다 그럴 경우 표적 계엄이 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계엄에 무슨 부담감이 있겠냐 하겠지만 나름 계엄파들도 이런 저런 치밀한 계획아래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공중파 방송에는 일단 계엄군이 당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정권에 쓴소리를 가장 많이 한다는 김어준 대표가 있는 인터넷 방송으로 계엄군이 달려갔습니다. 후에 드러나는 사실이지만 아마도 김어준 대표가 있는 인터넷 방송에서 행하는 여론조사기관 '꽃'을 뒤지기 위함이 아니였나는 지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뭔가 여론조사에 특정 정당의 입김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를 보기 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두번째로 중앙선관위로 왜 계엄군이 달려갔을까 참으로 의외스런 작전입니다. 무력장악할 대상으로 선관위가 포함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는 상당하다고 보입니다. 뭔가 엄청난 단서를 획득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극우유튜브에서는 선관위에서 심대한 부정선거의 증거를 획득했다고 환호성을 올렸다고 전해집니다. 부정선거라니 설마 2022년 대선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올해 있었던 총선을 노린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당시 이 나라의 권력은 국민의 힘이 장악하고 있는데 무슨 부정선거일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하여튼 대단한 여소야대가 이뤄진 것은 뭔가 엄청난 부정선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극우들의 주장이 담긴 작전의 일환이 아닌가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권력기관도 아니고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도 아닌 선관위에 계엄병력이 당도할 수 있었을까를 놓고 볼 때 그런 판단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론조사기관인 '꽃'에 대한 계엄군 진입과도 맥이 같다고 할 것입니다.
국회의사당으로 간 것은 국회의원들을 체포해 계엄해제 요구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리고 국회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국내외적으로 계엄군들이 행하는 일상적인 작전입니다. 계엄령을 해제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국민들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가 유일합니다. 그러니 국회에 가장 먼저 계엄군이 도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천우신조로 계엄령을 전혀 몰랐던 공군측에서 도심안으로 헬기진입을 신속하게 허락해주지 않아 다소 시간이 소비됐고 그 시간에 국회의원들 190명이 도착하고 계엄해제요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정말 극비리에 진행한다며 공군에 계엄관련 사항이 하달안 된 것이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보입니다.
계엄포고령을 보면 특이한 조항이 존재합니다. 바로 의사들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 정권이 심혈을 기울여 시도한 것이 의료개혁이라고 합니다. 그 첫번째 단추끼기가 바로 의대정원 대폭 증원입니다. 진보 정권도 아니고 보수 정권 탄생에 협조한 축가운데 한곳이 의사집단이라고 판단해 조금 불만이 있더라도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의사세계는 집단으로 반발했고 정부는 당혹스러웠지만 워낙 권력자의 의지가 강해 뒤로 물러서거나 철회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유중의 하나가 됐다는 분석에 정부는 의사집단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아니라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계엄 포고령에도 즉각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단하겠다는 문구가 뚜렷하게 적혀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계엄군의 출동과 포고령을 살펴보면 대통령과 정부기관이 지금 품고 있는 심리적 상황이 어떤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놓친 것은 무엇일까요. 계엄령은 민주당 김민석 의원에 의해 몇달전부터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계엄 4인방이라는 표현도 그때 나온 것입니다. 특정 고교출신들이 주동이되고 발생할 것이라는 것까지 현실과 거의 똑같습니다. 이미 작전이 노출되었는데 그것을 그냥 실현에 옮겼다는 것입니다. 작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패착입니다.이미 상대가 그런 작전이 있을 것임을 미뤄 짐작하고 나름 대비하는 상황에 자신있게 작전을 수행한다 참으로 병법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작전입니다.
계엄주체들이 놓친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45년전 박물관에서 먼지에 가득 찬 유물인 계엄을 꺼내들었다는 것입니다. 현시대에 전혀 어울리지도 적합하지도 상상도 못한 것을 시국해결책이라고 만들어 낸 그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대표적인 패착이라는 것입니다. 아주 예전 박정희가 전가의 보도처럼 비상계엄을 내세울 때도 나름 이유와 명분이 존재했습니다. 물론 조작된 상황이라는 것이지만 적어도 그런 분위기정도는 조성하고 계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야 약발이 먹히는 법이지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조치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효과가 있겠습니까. 뭔가 구름도 잔뜩 끼고 비도 내리고 하는 가운데 천둥번개가 치면 그러려니 그런 분위기에 따르겠지만 맑고 쾌청한 날에 천둥번개를 일으킨다 그것이 무슨 효과를 만들어내겠습니까. 시대를 잘못 읽고 시류를 잘못 판단한 것입니다.
계엄파가 놓친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나라의 살림과 국민의 살림 즉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욱하는 심정에 행한 조치라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은 너무도 좋지 않습니다. 그것이 야당이 발목을 잡아 일어나는 것입니까. 주장하는데로 종북세력의 활약때문에 경제가 악화되는 것입니까. 세계적인 경제 흐름 그리고 우선순위를 잘 못잡은 정부의 판단때문 아닙니까. 국민들은 고물가 고환율로 신음하는데 서울 특정 지역 아파트에 목을 매는 정부의 부동산정책때문 아닙니까. 그런 상황을 야당의 발목잡기와 종북세력때문이라고 치부하는데 동의할 국민이 몇명이나 되겠습니까. 제대로 상황을 읽지도 분석하지도 못한 패착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종북세력은 어떻습니까. 이 나라의 극우세력은 심심풀이 땅콩으로 종북세력을 외치지만 이 나라에 종북세력은 거의 없습니다. 김정은이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 한국 국민중에 몇명이나 되겠습니까. 물론 어딘가 있을 지 모를 이른바 간첩들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북한 김정은과 회담하고 한반도의 전쟁 불안을 제거하자고 이야기하는 세력을 종북세력이라고 한다면 김정은과 3번이나 해외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서로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미국 트럼프 당선인이이야 말로 한국의 대통령이나 극우세력입장에서는 최악의 종북세력들 아닙니까. 태극기 부대가 매일 들고 나오는 성조기의 주인이된 트럼프 당선인이 대표적인 종북세력이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 종북세력의 원흉과 어떻게 앞으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트럼프가 전화하면 달려가 반갑게 받아주겠습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대에 무슨 종북세력입니까. 공산독재시스템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베트남에 투자하고 그나라들의 최고 권력자들과 담소하고 식사하는 이재용 최태원 이런 삼성과 SK 회장이 모두 종북세력이고 친공산세력입니까. 너무도 시대착오적인 발생이요 편가르고 갈등을 조장하려는 시도로밖에 읽혀지지 않습니다.
이번 계엄령으로 한국이 그동안 쌓아온 대외신인도가 엄청난 손상을 입었습니다. 공든 탑은 올리기는 너무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너무도 쉽다는 것을 이번에 온국민이 여실히 알았을 것입니다. 계엄령 즉시 전세계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반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도 한국이 치안만은 월등하다, 한국군인들의 비정치적 태세는 세계가 존경할 만하다, 지금은 조금 부족하지만 머지않은 시간에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것이다라는 예측과 평가가 한순간 없는 것으로 되어버리는 참담한 현실을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국민들은 실감했을 것입니다. 이 나라 정치에 정의가 있는가 라는 질문도 던지게 됩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당당해게 외칠 수 있는 여당국회의원들이 과연 몇명이나 될 수 있는지도 이번 기회에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일부에서 나오는 제2의 계엄령이 있을 경우 한국은 정말 1970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절망속에 한가닥 희망을 갖는 것은 그 힘든 보안속에서도 부당한 짓을 외부로 제보할 수 있고 그런 제보 루트를 지금 야당이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 그리고 국가적 사변이 발생했을 때 목숨을 걸고 현장에 달려가는 시민들의 애국심입니다. 아마 한국인은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극한 긴장과 각오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또 언제 어디서 무슨 폭탄이 날라올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번잡하고 힘들게 다시 계엄령을 복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24년 12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