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40.
“!!!”
의사에게, 특히 정신과 의사에게 환자신상정보 누출은 금기중에 금기다.
그런데 태석은 그걸 말하고 있었다.
효원은 폐쇄적인 다른 환자들과 다르게 말도 많고 웃음도 많았다.
왜 정신과에 다니는지 이유를 알수 없을만큼 깨끗한 여자였다.
비록 가끔의 우울증 증세와 비관적인 태도등이 나타나긴했지만 그것으로 다였다.
효원은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정신과를 택했었다.
이상한 징후는 효원이 강원을 만나면서 비롯되었다.
상담때마다 강원이란 남자에 대해 조잘조잘 얘기했다.
관심이 집착으로 변하는건 순식간이었다.
“그 애 아버지가 강원을 만나 설득하고, 달래고, 협박하고.
자기 딸 한번만 만나달라 통사정을 했는데… 그게 다 안됐나봐.”
그녀는 점점 변해 갔다.
“상사병이 걸려도 단단히 걸린거지. 이강원이란 남자 갖기 위해서…
바로 앞에서 손목을 그었어.”
“…!!!”
“충격이 얼마나 컸겠냐. 자기 앞에서 손목을 그었는데.”
“…어떻게…”
“자기랑 결혼 안하면 죽어버릴꺼라고. 남자한테 사귀는 여자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했다나봐.”
“….”
“생각해봐. 이강원 그 사람 의사야. 의사가 사람 살리는 직업인데. 너같으면 뭘 택하겠냐?
자기 여자가 걸리고, 사람 목숨이 걸렸는데. 나라도 한가지 선택밖에 생각 못해.”
태석은 그를 처음 본때를 기억한다.
효원은 그의 팔을 놓기 싫다는듯 꽉 부여잡고 환하게 웃었지만
그의 표정은 더 없이 차가웠다. 그렇지만 그녀는 옆에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원은 점차적으로 생기를 잃었다.
같은 남자로써 안쓰러웠지만 태석은 아무것도 해줄게 없었다.
‘남편 지갑에 아직 있더라구요. 폐기시켜주세요.’
상담중에 내 밀었던 사진 한 장. 이름은 김민탁이래요, 효원은 웃으면서 말했다.
자기가 버리긴 싫다면서.
태석은 효원의 기록파일에 꽂아 놓고 그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저 몰래 만나고 있어요. 전 다 알아요.’
효원은 민탁을 질투했다.
강원의 몸은 얻었어도 마음까지 얻진 못했으니 그 사실 때문에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결혼은 했다해도 강원이 효원의 존재를 무시하고 민탁을 만난다 해도 효원은
모른척 넘어갈수밖에 없었다.
그가 떠날까봐.
그녀는 항상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신경썼다.
좋아하는 음식을 사다 바치고, 최고급 승용차를 뽑아주고, 이름만 대어도 알수 있는
유명 브랜드의 제품으로 그의 몸을 감싸게 하고.
돈으로는 강원의 마음을 살수 없었다.
그 때문에 효원은 항상 조바심을 냈다.
“진짜 웃기지? 넌 어쩌다가 민탁씨를 좋아하게 됐냐?”
“말도 안됀다고…”
“말도 안돼는 얘기지. 만약 민탁씨랑 너랑 잘됀다면.
그 남자 어떡하겠냐? 효원이 곁에 남아 있을까?”
“…”
강원은 한눈에 봐도 냉정한 사람이었다.
언제든 단칼에 잘라 버릴수 있을것 같았지만. 효원은 민탁을 두고 협박을 한것이다.
강원은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만약 그 굴레가 끊어진다면.
강원은 자유로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악순환의 반복이야.”
“결론만 말해.”
“…태훈아.”
“서론, 본론 집어치우고 결론만 말하라니까!!!!”
“포기해.”
태훈이 비릿하게 웃었다.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드라마상에서 맡았던 악역의 인물처럼 소름끼치는 웃음이다.
뭐가? 하고 물었고, 태석은 앵무새처럼 포기하란 말만 했다.
“형이 뭔데…”
“복잡한 여자야. 휘말려들지마. 네가 겨우 자리 잡은 이 일까지 놓칠지도 모르는 일이야.”
“…상관없어.”
“정태훈!!!!”
“난 원래 이기적인 놈이니까. 내 맘대로 할래.”
억압된 태훈의 목소리, 태석은 태훈을 달랬다가 윽박질렀다가, 다시 달래었다.
그렇지만 태훈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열려진 문 틈 사이로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를 전해들은 이가 있었다.
언제부터 깨 있었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 하나가 이불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뭐야… 이딴 3류 드라마같은 얘기는…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더라니….
이제 그를 잊기로 했는데…
이미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져 버렸다.
만약 강원이 달콤한 목소리로 진심어린 고백을 할지라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그를 무시할수 있었다. 영영 기회를 되찾을수 없다는 후회와 함께 너무 늦은
용서의 심정으로 괴로워했다.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태훈이 조심스럽게 민탁이
누워 있는 침대에 앉았다. 민탁은 필사적으로 숨을 죽였다.
민탁은 자신이 깨어 있었다는걸 태훈이 눈치챌까 끄응- 하며 앓는 소리도 내었다.
‘…강원씨 다시 만나주세요.’
‘결국은 내게 돌아올테니까. 그걸 믿으니까 하는 소리에요.’
이것봐. 강원은 내 남자가 됐어. 날 맘껏 질투해봐. 왜 눈치 못했을까?
묘했던 자신감.
20대 초반의 얼굴로 보이는 효원은 이상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민탁을 찾아왔던것도 일종의 과시욕이었다. 그렇게 말하고는 흘러 내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시계줄에 가려진 자살의 흔적인 상처.
도대체… 나보고 어떡하라는거야.
강원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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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상에... 넘 큰 충격이겠는데요.. 민탁이...
이런이런ㅠ
무서운 여자군여.........................
강원이한테 그런사연이...-_ㅜ 그럼 이제 강원이랑 태훈이 중에 누굴 응원해야 될런지...ㅠㅠ 그리고 진짜 그 효원이란 여자는 무섭네요...=0=
역시나 강원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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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 왠지 태훈이가 더 끌리는..ㅋㅋㅋ
와..그럼 이제 어떻게되는거져!
강원이랑 되게 해주세요~~~~~~~~~~~~~~~~~~~~~~ㅠㅠ
강원이가 첨부터끌렸어요ㅠㅠ
오늘첨부터 다읽엇네요..너무 재밋어요!담편원츄요!
헉....이런 스토리가..넘 전형적이지 않은거 아니에요? 버럭!!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