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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대지.
한 남자가 홀로 서있다.
그의 몸은 임 연기로 휩싸였고 간간이 불꽃도 피어오른다.
인체연소라도 하는 듯, 작지만 맹렬하게 피어오르는 불꽃...
남자는 괴로워한다.
......뜨거워......
내가.......불타오르고 있어..........!
불꽃은 남자를 태우며 커진다. 한 송이 불의 꽃을 보는 듯한 화려한 불꽃 중심의 남자는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괴로워......괴로워.......!
몸 속까지 타는 것 같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 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 나나나나.....
2005년 4월 22일 0545시. 서울특별시 도곡동.
-!
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알람 소리에 한 청년이 잠을 깼다.
4월이기는 하지만 6시도 채 안된 터라 어둑하지만 그의 눈동자에 졸음기는 있어뵈지 않는다.
"......후.....우......."
깊은 심호흡. 남은 잠기를 쫒아낸다.
"시간은 널널하네."
벽시계를 힐끔 돌아보고 한 마디 내뱉는다.
"준비하자."
0644시. 출구.
"수고하십니다."
말쑥한 정장을 입고 사이드백을 맨 그가 문을 나서면서 수위에게 인사를 건낸다.
"아, 승휘군이로구만. 항상 일찍 나가는구먼!"
"그런가요."
승휘承暉라 불린 청년은 희미한 미소를 띄었다.
"뭐, 여기 사는 분들 중에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 떨어야 할 사람이 있겠나."
"그것도 그렇군요. 이 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은 아마 아저씨랑 저 뿐일겁니다."
"하하하! 그렇구먼!"
"그럼 수고하십시오."
승휘은 이제 차고 쪽으로 걸어간다.
미끈한 베이지색 차체에 4개환형 장식.
AUDI A4 Cabriolet에 올라탄 그는 부드러운 엔진 소리를 뒤로 한 채 아파트를 떠났다.
0702시, 관악로
아침의 관악로는 한산하다.
간간히 지나가는 택시와 버스 몇대.
그 사이에 미끈한 차체의 AUDI가 한대 달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찝찝하단 말야......
그 꿈..........'
며칠 전부터 똑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온몸이 불타오르고, 몸 속에서 무언가 타오르는듯한 뜨거움에 잠이 깨는 꿈.
진짜로 타오르는 듯한 느낌에 처음에는 불이 난 것으로 생각했으나, 몸에는 아무런 화상이 없다.
-알수가 없구나.......
꿈에 대한 생각은 저편으로 보내버리고 학교를 향해 내달리는 그였다.
1550시. 봉천7동 봉천사거리.
제법 차가 많다.
차 많이 굴러다니는 서울바닥이지만 그곳에 유난히 눈에 띄는 두 대의 차가 있었다.
앞서가는 BMW 645Ci와 뒤편의 AUDI A4 Cabriolet.
BMW에는 한 쌍의 연인이, AUDI에는 젊은 남자 혼자 타고 있었다.
"인혁 씨, 이제 어디로 데려가 줄거야?"
"글쎄, 어디가 좋을까나......."
"오랜만에 놀이동산이나 갈까?"
"난 별로 안 내키는데......"
-빵!
"아, 이씨....뭐야~!"
"인혁씨, 신호, 신호!"
"씨발, 누가 안간다고 지랄이냐,"
신호가 바뀌어도 움직이지 않는 앞차에 10초 이상을 기다려 줬음에도 불구하고 육두문자를 쓰고 간다.
"저 새끼가......"
울컥하는 마음에 승휘는 액셀을 힘껏 밟는다.
4초도 채 안되서 100km 가까이 급가속하는 A4.
하지만 곧 감속한다. 제 성질 못이겨서 난리치는 것이 한심하게 생각되었으므로......
-He Deals Cards, As a Meditation...And dose he plays never Suspect.....
<Shape of my Heart>가 승휘의 휴대전화에서 울린다.
"네."
-아, 승휘 형인교. 나 태규.
"응. 무슨일이야."
-지금 바쁜교?
"아니, 왜?"
-행님아, 오늘 미팅 한번만 해도. 응?
"또?!"
-응. 진석이 그노마가 농구하다 마 빙신이 안 되부렀나. 그래갖고 지금 마 대타가 읍다. 대타가.
"내가 가면 뭐 해줄래?"
-아, 사람이 왜그리 짠교. 마 돈도 많은데......
"알았어. 그럼 수고해라...."
-마, 기다리보소! 내사 마 앵화표 두장 주께.
"거짓말 하지마. 저번에도 표 준다길래 기껏 나가줬더니 떼먹고 도망간 녀석이....."
"이번엔 마 진짜다. 믿어도."
"이번만이다. 그런데 뭔 영화야?"
"그 뭐냐, 만화 있잖아. 홍련의 뭐, 뭐라던데.... 뭐라카더라....."
"뭐, 홍련의 호라이섬 말해?"
-맞다, 맞다. 내사 그거 시사회표 두장 구해놨다 아이가. 그노마 진석이가 본다캐갔고 고상해가믄서 구해놨더니.......마, 행님도 만화 좋아 안카나? 오늘 오는 아들이 이대 디자인부 아들이데이. 그 가스나들도 좋아할기라.
"그거 괜찮네. 어디 몇시 시작이야?"
"메가박스에서 5시 55분. 마 가스나들은 4시 반까지 오니까네 퍼뜩 오소."
"넌 지금 어딘데?"
-지금 얘기가......홍대 앞인데......마, 내가 나갈께. 홍대 정문으로 와도.
"알았어."
-고맙데이, 행님아~~~
'미팅이라......'
승휘는 차를 돌렸다.
'서강초등학교 지나서 가야겠다.......'
승휘의 A4는 한광대교 쪽으로 향했다.
1611시. 서강초교 앞길.
초등학생 고학년들이 근처 PC방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오는 타이밍이다.
비록 온라인 게임이 강세라고는 해도 "StarCraft : Brood War"는 출시 8년이 지난 지금에도 연령층을 막론하고 인기몰이가 계속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PC방에서 스타를 시작하는 것이 흔한 일이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제 제법 수준을 갖춘 아이들도 나온다.
그런 종류의 초등학생들이 대부분 남학생이지만, 간혹가다가 남학생 뺨치는 여학생 실력파도 있기 마련. 서강초등학교 6학년 1반 안시연安施戀도 그런 부류였다.
"아 씨, 또 졌네."
PC방에서 남학생 셋과 여학생 한 사람이 나온다.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한 뼘은 더 큰 키에 초등학교 6학년 같지 않은 성숙하고 단아한 인상의 미소녀이다.
그런 미녀를 옆에 둔 남학생들 얼굴이 우거지상이다.
"아, 못 이기겠네."
"너는 맨날 어택 땅만 하잖아. 그런 식이면 누가 못이겨."
"너는 뭐 컨트롤이 되냐?!"
"뭐, 조금."
"어떻게 한번을 못이기냐."
"여자가 그렇게 스타를 잘 할 수도 있냐?"
"후훗. 우리 오빠들이 쎄거든. 같이 놀려고 노력하다보니 어떻게 좀 익숙해서"
"쳇! 우리 형은 나한테도 지는데."
"아, 학원 늦었다. 나 먼저 간다!"
"다음에는 이길거야!"
"좋으실대로~~"
시연은 부지런히 뛰기 시작했다. 학원이 4시 반에 시작하니까 빠듯하다.
1625시.
학교 앞골목이 나온다.
"다왔다!"
숨을 고르고 걷기 시작하는 시연. 이제 3분이면 도착한다.
-끼이이이이익!
학교 앞 골목은 한산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어디선가 굉음이 들려와 주위를 둘러본다.
-.....끼이이이익......!
"뭐야? 사고났나?"
시간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의 호기심은 그런 것이 멈출 수 있을만한 사항이 되지 못한다.
"큰길가인가....?"
-치이이잉!
'아!'
시연의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변했다가 시연의 의식이 멍해진다.
'뭐야....! 왜 이러지.....'
몸에 균형감각이 사라져가고 신체 통제가 되지 않기 시작했다.
'뭐야........이게........'
시연은 비틀대며 걷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신체가 작동하고 있었다.
시연은 정신을 잃었다.
큰길가를 향해서 무거운 발걸음을
한짝, 한짝, 떼어놓는 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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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한편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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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봤습니다;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