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 원도이 문을 키워, 기린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기린의 문은 몇 미터지? 기린의 키를 어떻게 재야 하지? 어떤 영화에서 창문으로 고개만 들어온 기린을 본 적 있다 그때 기린은 벽에서 튀어나온 부조물 같았다 움직이는 부조물은 벽을 꿈틀거리게 하고 소리를 지르게 했다 그는 긴 목을 구부려 빵을 가져간다 빵은 긴 목구멍을 타고 집 밖으로 나간다 기린은 지금 집 바깥과 안에서 함께 머물고 있다 내게도 기린이 들어올 수 있다면 나는 껑충 뛸 수 있을 거야, 사자에게 뒷발질을 하고 아주 멀리 볼 수 있는 목을 뽐낼 거야 구름 하나가 천천히 태양을 덮기 시작하자 나는 구름 속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나는 구름 속에 있다 아니, 길어진 목에 커다랗고 하얀 구름이 머플러로 감긴다 나의 등은 비를 맞으며 나의 귀는 비 위에서 빗소리를 듣는다 하늘은 눈부시고 언젠가 길다란 목으로 서로를 후려치던, 휘어지는 방망이처럼 목과 목이 부딪혀 철썩 소리를 내던 기린들은 머플러 아래에서 젖고 구름 위에서 청명하고 문을 잊어, 기린에게는 문이 필요하지 않아 ㅡ 계간 《시산맥》 2025년 여름호 --------------------------
* 원도이 시인(본명, 원인숙) 1959년 횡성 출생, 강원대 국어교육과, 성균관대 교육대학원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 수료 2019년 『시인동네』등단 시집 『비로소 내가 괄호 안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토마토 파르티잔』 2010년 농촌문학상, 2024년 경북문예현상공모 대상 및 동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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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상한다 욕망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지 않은 것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나의 기린을 불러내기 위해, 나는 가만히 그를 따라가 본다. 시인은 구름 속에 있다. 긴 목에 흰 구름 머플러를 감고 비를 맞으며, 비 위에서 빗소리를 듣는다. 그 순간 시인은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하늘처럼 눈부시다. 모든 기능은 돌아오는 중이다. 목이 길어지면, 나는 갈매기 '조나단'처럼 높이 날아 멀리 볼 수 있을까, 기린에게도, 나에게도 문이 필요하지 않은 오늘이기를. - 이우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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