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水仙花)에게
정호승
To the daffod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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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Don't cry, you're human because you're lonely
To live is to endure loneliness /
Don't wait for a call that doesn't come /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시인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다.
이토록 인간의 외로움을
잘 표현한 문학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특히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에서
우리는 슬픔보다 안도감을 느낀다.
나만 외로운 게 아니니까.
외로움이 공평하다는 건 위로가 된다.
‘할머니가 되면
난 보라색 옷을 입을 거야 /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빨간 모자와 함께. /
연금으로는 브랜디와
여름 장갑과 고급 샌들을 사고, /
그리곤
버터 살 돈이 없다고 말할 거야. /
피곤하면 길바닥에 주저앉고 /
상점 시식 음식을 맘껏 먹고,
화재경보기도 눌러 보고 /
지팡이로 공공 철책을 긁고 다니며 /
젊은 날 맨정신으로 못하던
짓을 보충할 거야. /
빗속을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며/
남의 집 정원에서 꽃도 꺾고 /
침 뱉는 법도 배울 거야.’
영국의 시인 제니 조지프의
‘경고(Warning)’란 시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많은 걸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질서와 원칙을 지키며
모범적으로 살려고 애쓴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답답해서 자유스러운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한 번쯤 회사로 가는 출근길
발걸음을 돌려 바다로 가고 싶다.
한 번쯤 저녁 찬거리 대신
화사한 안개꽃 다발을
장바구니에 담고 싶다.
한 번쯤 가격표를 먼저
살피지 않고 옷을 사고 싶다.
수많은 한 번쯤이 있지만
그 한번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답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나이 들어 물가에 앉아서
혼자 울지 않아도 되고
동네 사람들에게
“놀라지 마세요”를 외치며
빵 살 돈으로 굽 높은 샌들을 사며
그동안 억눌린 심정을
토로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혼자 잘 노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흔히 노후를 잘 보내려면
돈, 친구, 건강 등이
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혼자 잘 놀 줄 알면
이보다 더 든든한 노후대책은 없다.
혼자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쉬운 것부터 하면 된다.
동네 산책, 조조 영화 보기,
대형책방 둘러보기 이런 것들
은 혼자가 더 자연스럽다.
점점 익숙해지면
범위를 넓히면 된다.
둘레길 걷기, 기차 여행하기,
식당 혼자 들어가기 등등.
영화 한 편을 보려 해도
꼭 동행이 있어야 하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혼자라서
식당 들어가기가 주저된다면
삶의 다양한 즐거움을
놓치게 되고 더욱 외로워진다.
어쩌면 삶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 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나 자신을 가장 좋은 친구로 만들어
혼자 시간을 잘
보낼 줄 알면 이보다 더
든든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옮겨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