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들 아시다시피 사격장 정모였습니다.
재수 좋게도 제 외박과 맞물리는 바람에 참석하게 되었네요.
뭐 어제도 외박 나오면서 태능 사격장에 들러서 클레이와 공기소총 권총 사격을 했지만 오늘은 다들 모여서 가는 거니까... ^^
어제 권총은 콜트 M1911A1의 캐나다 판인 권총과 글록 21C를 각 5발씩 쐈네요.
오늘 사격은 예상보다 적은 회원분들만이 참석해 주셨었더군요. 알기로 30여명 정도라고 했었는데...
뭐 하여튼 좀 늦긴 했지만 언제나 상큼(?)한 복장으로 나선 사격길...
사격장은 의외로 5층에 있었지만 시설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사격장 주인 아저씨 경력이나 설명은 상당히 인상깊고 세심했습니다.
회원분들의 상당수는 9mm를 선택하셨더군요.
그 중에서 총기는 M92FS를...
사선에서 언뜻 보니 M92FS INOX도 보이던데 한 번 쏴봤었던 총이라 친숙해 보였습니다.
총기 선택은 예전부터 한 번 쏴보고 싶었던 발터사의 명총 P38과 흔히 볼 수 없는 스콜피온 기관권총, 스미스 웰슨제 629를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S&W 629는 그자리에서 디자인 보고 골랐습니다.
총신이 얇아서 반동이 좀 더 강하지 않을까 해서리.... ㅡ.ㅡ;;
근데 여러 가지 탄종이 있었지만 예상 외로 인기 좋은 45ACP탄을 사용하는 총기는 없더군요. 흠...
뭐 어차피 45ACP는 많이 쏴본 관계로(그래봐야 300발도 안되는 ㅡ.ㅡ;;) 쏠 생각은 없었지만 좀 아쉬웠습니다. 찾는 사람들 많을 것 같은데. 어차피 이런 문제는 주인 아저씨가 생각해 볼 일이지 제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하여튼 사람이 여러 명이다 보니 차례를 좀 기다렸습니다.
예전에 방문한 이글코리아사제 방탄복이 있었고(생각보다도 훨씬 가벼운...) 이걸 입고 사격을 했습니다.
첫 번째 사격은 Vz 61 스콜피온 기관권총 사격....
두 발째까지 노리쇠가 완전히 전진 폐쇄가 되지 않아 첨엔 단발인 줄 알았는데 연발상태였다는.... 머 32ACP탄을 사용하는 총이다 보니 단발 사격에서 반동은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허접하긴 하지만 견착도 가능하니까...
첫 연사..
세 발째부터는 자동사격을 했습니다. 처음 당겼을 때 방아쇠를 너무 천천히 당기다가 드르르륵!!! 미처 발사가 되어 손가락을 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손가락을 떼기도 전에 벌써 6~7발이 날아가더군요. 역시 자동사격에서는 정밀사격을 할 때처럼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가게 되는 순간 당황하게 되는... 그 다음번부터는 방아쇠를 좀 더 빠르게 당겨서 3~4발씩 점사가 가능했습니다. 표적지는 8점 안에 대부분 들어갔지만 두 발은 원 밖으로 가출을 해버려 삼천포에서 헤메고 있고... ^^;; 아아~ 탄피가 튀어서 목을 데어버리는...
잠시 나와서 놀다가 44매그넘을 쐈습니다. 원래 계획은 구경별로 사격하는 것이었는데 순서가 그렇게 되어버리는 바람에...
방아쇠의 느낌을 3회 확인하고 좀 더 정밀한(더블액션에 대해 상대적으로...) 사격을 위해, 그리고 리볼버 특유의 회전하는 실린더의 낭만을 느끼기 위해 10발을 모두 싱글액션으로 사격했습니다. 대체로 총기들이 새 것이라 깨끗했습니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방아쇠는 굉장히 부드러웠고 주인 아저씨가 말했던 나도 모르게 사격하라는 말이 가능한 걸림 없는 발사가 가능했습니다. 자동권총에서는 맛보기 힘든 부드러움이라고나 할까.... 스트로크도 짧고 록타임 짧고 가볍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방아쇠는 손이 좀 크고 팔의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편안하게 사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 좀 손이 작은 편이라...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가락이 짧아서리... -_-;; XX먹을놈의 글록은 DAO 방식이라 방아쇠를 당기려면 한없이 당겨야 하고 그 통에 총이 흔들리는 바람에 제대로 맞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게다가 연사도...) 쏘기엔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머 하여튼 전체적으로 무겁고 총열이 좀 길어서 앞으로 좀 기울어지는 듯한 총을 잡고 옆 사로에서 코어님이 타우러스 444를 쏘시는 것을 두어발 구경한 다음 첫발을 당겼습니다. 뻥~! 소리와 함께 그 무거운 총이 탁 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웬지 반동성은 동일한 탄약을 쓰는 데져트 이글보다 받기가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데져트 이글은 한참동안 밀리면서 팔이 출렁거리는 듯한 기분을 많이 받았는데 이놈은 한 번에 깨끗하게 밀리는 것 같았습니다.(뭐 10발씩 쏘고 이런 말을 주절거리는게 민망하긴 하지만...-_-a) 45구경의 탁탁 튀는 듯한 가벼운 반동과는 확실히 격이 다른 화끈한 반동을 느끼면서 한 발 한 발 전날의 글록의 극악의 우하탄을 생각하며 죽어도 총구는 안 내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DAO방식의 총기는 얼마 쏴보질 못해서 도데체 얼마나 당겨야 격발이 되는지 한도 끝도 없이 당겨지는 방아쇠를 당기다 보면 제발 이쯤에서 좀 나가줬으면 하는(글록은 방아쇠가 뒤에서 걸리는 느낌이 좀 작아서 개인적으로 1, 2단을 끊어서 쏘기가 좀 애매해서리 소총 쏘듯이 더블액션을 당기는 엽기적인 방법을... -_-;;) 상태가 되어 버리고 이쯤이면 나가겠다 싶었는데 한 0.2~3초 뒤에 나가버렸고 이 때 총구를 내려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ㅠ.ㅠ;; 갑자기 내가 총을 무서워했나 라는 회의가... ㅠ.ㅠ;; 역시 사격은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는 예기를 반증하는-
다음은 그에 바로 이어 P-38...
이 총도 역시 처음에 방아쇠를 한 두어 번 당겨서 느낌을 확인한 다음 총알도 함 만져보고(개인적으로 9mm Parabellum은 굉장히 이쁘다고 느낌) 하는데 놀라운 일이... 총알을 들고 있던 내 손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의 머시기 아자씨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이었슴다. 속으로 "허걱"이라고 외치며 민망해서 총알을 얼른 내려놓았습니다. -_-a 체력은 국력이랍니다 -_-;; 옆 사로에서 다른 손님들이 와서 간단하게 설명을 듣는 동안 열심히 P-38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는데 내부의 프레임이나 슬라이드 안쪽도 상당히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유의 곡선도 이뻐 보이지는 않았지만 독특했고...
P-38은 반동이 좀 이리저리 튀는 듯한 기분을 많이 받았습니다. 44매그넘을 쏜 직후라 힘이 많이 빠져있었던 탓도 있었는지 표적은 좀 희미하게 보였고 총구는 많이 흔들려 빨리 쏴버리자는 생각도 들었고 해서 그런지 P-38은 탄착군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결과가 나와버렸습니다. 9mm라 반동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탄피는 차개가 랜덤으로 움직이는지 옆으로도 튀고 팔 위로도 올라와 버리는 좀 불규칙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좀만 더 날아왔으면 얼굴로... -_-;;
사격장측에서 사격이 다 끝난 후에 버스까지 제공해주는 친절에 좀 놀랐고 다시한 번 사격장측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뒷풀이는 동인천역 근처의 고기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했고 서울로 오면서 부대 폭파! -_-;;
클러스터 폭탄의 자탄들처럼 한 두분씩 회원분들을 보내고 남은 사람들은 종각의 모 패스트푸드점에서 또다시 노가리를... 콜라 리필 2번이라는 전적을 쌓고 헤어졌습니다.
이번 양일에 이은 사격에서 느낀 점은.
역시 총은 방아쇠가 부드러워야 잘 맞는다는 것.
국내 사격장에서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357매그넘 이상의 매그넘탄은 SJHP탄을 쓴다는 것.
총을 쏘면서 절대 총구를 내리는 건 용납이 안 된다는 것.
DAO는 소총만 지겹게 쏘던 사람들이 쓸만한 총은 못될 것 같다는 것
자동권총은 리볼버보다 정밀사격에서 밀린다는 것.
권총실사격 점수는 소총사격량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무관하다는 것)
총질을 하려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
고기를 먹다가 밥을 비벼먹으려면 적당히 익히고 불을 꺼야 한다는 것.
역시 뒷풀이에는 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
항상 사격장에서 번개나 정모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사격장에 나올 땐 누구나 가슴속에 비밀이 하나씩 생기고 그것은 불문율(때로는 강제로-_-;;)에 의해 자세한 공개가 꺼려진다는 것.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