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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평 아파트 신혼집이 창업 사무실
서울 삼성동 공항타워에 있는 아이디스 서울사무소의 사장실로 들어서니 창가에 나란히 놓여 있는 5개의 수출탑이 눈길을 끌었다. 2001년 '500만불 수출의 탑'부터 시작해 2005년 '5000천만불 수출의 탑'까지 5년 연속 받은 것이었다. 지난해 아이디스의 매출 규모는 812억원. 2001~08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6%이고,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2~3년 뒤엔 '1억불 수출의 탑'이 하나 더 추가될 것이다. 1997년 창업해 10여년 만에 매출 1000억원, 수출 1억달러를 눈앞에 둔 것이다.
아이디스는 1997년 9월 당시 KAIST 박사과정에 있던 김영달(41) 사장과 동기생 정진호 연구소장, 류병순 미국지사장 등 3명이 창업했다. 셋 다 스물아홉 청년이었다. 법인등록을 할 때 사업장 소재지를 대전에 있던 김 사장의 신혼 살림집 17평 아파트로 신고했을 만큼 빈손으로 시작했다.
김 사장은 "박사과정 3년차 때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게 창업을 한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는 매출이 100억~200억원 규모밖에 되지 않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하청관계가 아니라 기술을 기반으로 독립적이면서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김 사장은 한국에는 그런 기업이 없다는 생각에, '이것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다. 1996년 귀국한 김 사장은 동기생인 정 소장과 류 지사장에게 "기업을 직접 해보자"고 제의했고, 이들은 의기투합했다. 정 소장은 "당시 KAIST엔 순수 연구만이 아니라 창업을 하는 것도 격려하고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런 풍조가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서도 선뜻 도전에 나서도록 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도박 아닌 도전을 했다"
이들은 '어떤 업(業)'을 할 것인지 1년 가까이 모색했다. 자금도, 마케팅력도 없는 이들이 갖춘 유일한 강점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넘나드는 IT 분야 첨단기술력. 디지털 기술로 기존시장이 재편되는 분야를 찾은 것이 디지털보안장비였다.
고비는 창업 초기에 찾아왔다. 창업 이듬해인 1998년 6월 이들에게 20억원짜리 용역 프로젝트가 들어왔다. 그 프로젝트를 하느냐 마느냐로 내분이 생겨, 결국 추가로 합류했던 또 다른 2명이 "20억원짜리 용역을 왜 않느냐"며 회사를 나갔다. 김 사장은 프로젝트를 포기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전에 몇 개 작은 프로젝트를 했는데 돈이 제법 됐다. 대단한 유혹이었지만 그건 마약 같았다. 20억짜리 프로젝트는 3년을 매달려야 하는데, 그러자면 본연의 업으로 삼았던 디지털보안은 못하고 남의 프로젝트 용역만 하다가 끝날 수 있었다."
그런 과정 끝에 개발한 디지털영상저장장치 DVR은 호주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실시한 장비평가에서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됐다.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자 주문도 밀려들었다.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가 2002년, 2004년 두 차례나 '세계 200대 최고 중견기업(매출액 10억달러 미만 기업)'으로 선정할 정도로 순식간에 도약했다.
'벤처버블'이 한창이던 1999~2001년 때도 고비였다. 기술력 있는 기업이라고 알려지자 낯선 40~50대 주부들까지 찾아와 "돈 줄 테니 투자 좀 받아라"거나, "빨리 코스닥에 등록시켜 돈을 벌어야지.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타박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김 사장은 "당시 유혹을 받았던 대로 자금을 끌어들여 전국에 판매망을 까는 식의 무모한 확장을 했다면 치명적인 위기에 빠졌을 것"이라며 "우리는 도박이 아니라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 철학 때문에 아이디스는 여전히 창업 초기처럼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력에 승부를 걸고 있다. 직원이 229명으로 늘었지만 R&D 인력 비중은 여전히 40%가 넘는다. R&D 투자도 매출액의 10% 수준을 유지한다. 이런 초심(初心)을 잃지 않은 사업 방식이 '창업 이후 13년 연속 영업이익률 20% 이상' '누적 순이익 1200억원 달성' 'DVR 장비 시장 세계 점유율 1위'라는 결과의 비결이다.
DVR
보안용 감시카메라가 촬영한 화면을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하는 장치. 1개월치 화면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저장하려면 비디오테이프 수십개가 필요하지만 DVR은 하드디스크 하나면 충분하다. 화면 전송이 가능해 원격 관리가 가능하고, 보안시스템 전체를 통합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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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