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연극 연기의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스템의 차이 같은 걸 느끼나? 영화와 연극엔 분명한 매체 차이가
있다. 연극은 무대라는 공간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고, 그 호흡에
맡겨놓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프레임이 있고 계속 장면을 썬다.
나는 무대에서 연기할 때, 정적의 소리를 듣게 될 때가 가장 좋다.
그때 상대의 호흡이 툭 건드리면 나는 그것을 타기만 하면 된다. 몸짓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점에서 어렵다. 큰 차이다.
[분명한 사실은 대학로 연극배우들이 영화계로 오면서 연기력에 대한
언급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연극배우들은 지속적으로 트레이닝을 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올리기
위해 3개월 동안 하나의 인물을 연기해야 하니까 다를 것이다. 연극에도
주연과 조연이 있지만, 개념 자체가 동시 개념이기 때문에, 대사 하나를
하건 무대를 한 번 지나가건 처음부터 똑같이 작품 전체에 대해 상대
배우와 디스커션을 한다. 그러다 보면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눈들이
깊어지고, 배우 각자에게 작가적인 기질들이 생겨난다.
이 점이 중요하다. 배우를 오브제로 보지 않고 무대에 서서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본다는 것. 그런 데서 자기만의 호흡이 생길 거고,
아이덴티티가 생길 것이다. 그것이 좋은 배우다. 영화는 배우를 동시
개념이 아니라 스쳐가는 존재로 인식한다. 만약 연극 작업과 같은
개념을 가진다면 영화도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스타여도 톱 클래스 배우라면 연기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나?]
이제 영화엔 투자사라는 개념까지 생기지 않았나? 깨지지 않으려면,
투자사들을 지속적으로 붙들어매려면 대중적 인지도도 필요하지 않겠나?
작업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보다 오락의 개념으로 보는 관객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고. 투자의 개념이 생겨난 영화를 찍으면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천부적인 듯 느껴지는 배우가 있다면?]
젊은 여배우 중에 배두나.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의 호흡을 작가적인
시선으로, 기질적으로, 본능적으로 타고 들어가는 배우들이 있다. 어떤
순간들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 배두나가 그런 배우 같다.
[꽃미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배우는 잘생겼든 안 생겼든, 연기를 잘하든 일단 매력이 있어야 하다.
어떤 역할을 하든 거기서 매력이 느껴져야 된다. 앞서 기질과 본능적인
끼를 언급했지만, 모든 연기에는 자기가 살아온 삶이나 생각들이 투영
된다고 본다. 삶이라는 건 저절로 배어나오는 거다. 콘티를 잘 짜고,
연기 설정을 잘하고, 기술을 잘 쓴다고 해서 눈이 빛나고 얼굴에 서광이
비치는 게 아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배우와 연기에 대해 말한다면?]
연극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 가장 어려운 건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라는
것이다. 내 역할에 관한 건 나와의 싸움일 뿐이다. 결국 상대 배우에게
좋은 호흡을 주고, 무대 위에서 상대 배우가 멋있게 보일 때,
그땐 연기가 저절로 된다. 내 생각엔 과거 흑백 영화 시절의 배우들이
참 좋았다. 그때의 배우들은 내추럴하게 느껴진다. 배우는 내추럴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내추럴을 가능하지 않게 만드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현장의 분위기 같은 것들도 배우의 내추럴을 억압할 수 있다.
배우로 생활하면서 무대에 서면 '야생' 혹은 '야성'을 떠올린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동 작업에 대한 개념이 없는 영화
연출과 스태프를 만나면, 그런 것들이 자꾸 배우의 마음을 얼룩지게
만든다. 그러면 당연히 배우는 방해받는다. 숨쉬고 사유가 흘러가는
대로 디디고 다녀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자꾸 배우의 마음을 얼룩지게
만들면 연기하기가 어려워진다.
GQ KOREA 2002년 9월 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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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봐죠~_~
인터뷰 ; 연극배우 오광록.
김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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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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