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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일본에서 뛰게 될 5명의 코리안리거들이 얼마만큼 활약을 보여주게 될 것인지. 과연 그 포인트는 어디에 있는지. 우선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선수는 지바롯데의 김태균일 것이다.
‘(던진) 공이 의도한 대로 정확히 들어가기만 하면 얻어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개막전을 일주일 앞둔 3월 13일 시범경기에서 지바롯데와의 경기 후 니혼햄의 다르빗슈 투수는 김태균과의 대전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말했다. 홈런을 얻어맞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구실패.
전후 타석 때의 삼진과 범타는 의도한 코스대로 던질 수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한 발언이었다. 약간의 허세도 있겠지만 남달리 승부욕이 강한 다르빗슈다운 솔직한 인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김태균은 다르빗슈에게 철저히 봉쇄당하고 말 것인가? 아니, 그것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투수도 살아있는 인간인 이상 실수는 으레 있기 마련.
김태균의 입장에서 보면 그 실수를 확실하게 기회로 잡으면 되는 것이다. 소극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타자는 3할, 즉 열 번 중 세 번만 쳐도 뛰어나다고 일컬어지는 역할이다. 물론 중요한 순간에 치지 못하면 가치가 없겠지만 그저 그 세 번을 확실하게 좋은 결과로 연결시켜 나간다면 투수는 저절로 공포심과 경계심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적 중압감이 중요한 순간에 실투를 낳게 하기도 하며 도망가는 피칭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태균의 머리가 뛰어나다는 것을 시범경기에서도 엿볼 수가 있었다. 일본진출 1년 차 타자의 입장에서는 각 팀 주전투수의 주무기 그리고 그것을 언제 어떤 식으로 상용해 오는 지를 조금이라도 빨리 파악해 내는 것이 관건이 된다. 공끝의 상태와 뻗어나가는 정도, 변화 형태, 그리고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올 때의 공, 결정구 등등. 그러한 수많은 투구 및 공배합 패턴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체감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김태균의 경우는 시간이 다 해결해 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김태균 역대 성적 |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13일 다르빗슈와의 대전에서 김태균이 ‘다르빗슈가 투심을 던진다는 것은 몰랐다’고 언급한 점이다. 다르빗슈의 주무기이자 WBC에서도 당연히 던졌을 텐데 몰랐다는 것은 쉽게 믿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약 진짜 몰랐다고 한다면 김태균이 신경을 쓸 만큼 WBC 때에는 그 변화가 크지 않았던가, 혹은 아예 변화를 주지 않았었음을 상상해 볼 수 있다.
WBC대회는 단판승부이기 때문에 실투를 두려워해 아예 던지지 않거나 던진다 해도 적절히 그 수위를 조절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의 경우는 다르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김태균의 입장에서는 다르빗슈의 몸쪽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투심에 대한 대처가 다른 팀과의 대전에 있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르빗슈 이상 가는 투수는 없으니까.
다만 지바롯데 자체에만 눈을 돌려보면 전력적으로 우승을 다툴만한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3위 자리까지만 올라가면 클라이맥스시리즈(플레이오프전)에 출전할 수 있지만 반면, 하위싸움으로 내려앉게 될 불안감도 크다. 그렇게 되면 김태균 개인의 입장에서는 팀의 승리보다는 자신의 성적만이 보람이자 목표가 되고 말 가능성도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홈런보다 타점을 노리는 것이 이범호의 성공 지름길?!
마찬가지로 1년 차인 이범호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키야마 감독도 타격감이 좋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수비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3루가 아니라 지명타자로 출전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정적인 평가를 먼저 받게 된 것이 (그것이 본인에게는 납득이 안 될지라도)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게 된 김태균과 달리 말하자면 잃을 게 없는 입장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임하게 되면 김태균 못지 않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욕심을 갖고서 흡수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흡수해 나간다면 일본에서 더욱 크게 성장할 선수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야후 돔은 타 구장에 비해 넓어서 홈런이 나오기 힘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발장타보다는 타점에 주력하고 싶다’고 말하던 기자회견 때의 냉정함이 시즌 중에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 보고 싶다.
두 사람에게 공통된 과제는 바로 교류전이다. 개막 때부터 줄곧 퍼시픽리그 팀들과 대전을 벌이면서 겨우 다른 팀 투수들에게 익숙해져 가나 싶더니 그것도 잠시, 5월 중순부터는 교류전이 시작되어 센트럴 리그와의 대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시범경기에서 몇 번 대결을 펼쳤다고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투수들과의 대전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공식전은 원래 3연전이지만 교류전은 2연전으로 이동도 많아 리듬도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여기서 제대로 잘 안 되면 퍼시픽리그로 돌아가 경기가 재개되었을 때에 좋지 않은 컨디션 상태가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그로 인해 부진에 빠지게 되는 일본인 선수들도 있다. 그러한 면을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을지, 그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이자 ‘수읽기’라 생각한다.
일본야구계에는 여러 구단을 거치면서 일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라미레스(요미우리), 카브레라, 라로카(모두 오릭스), 그리고 작년 시즌을 끝으로 물러난 로즈(전 오릭스)……. 이들에게는 ‘탁월한 수읽기’라는 공통된 면을 갖고 있다.
타자의 경우, 시합전개나 국면을 전제로 하여, 대전할 상대투수가 어떠한 투구를 해 올까? 이 카운트에서는 어떤 코스, 어떤 구종으로 공을 배합해 올까? 이 같은 예측의 확률이 높을수록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을 때 비로소 일본인에게는 없는 파워 등이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라미레스나 로즈 등은 ‘웬만한 일본인 선수보다 수읽기가 뛰어나다’라고 다른 팀의 스코어러(전력분석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할 정도이다. 투수의 경우에도 이 수읽기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타자가 어떤 코스, 어떤 구종을 노리고 있는지. 그것을 감지해 내 잘 피해 갈 수 있는 투수가 아니라면 아무리 뛰어난 구속, 구종을 갖고 있어도 통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수읽기 싸움’이 일본 야구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좋든 싫든 간에 한국인 선수도 이 ‘수읽기’를 중요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근래 들어 한국에서도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선수에 대해 ‘일본야구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하고 있는데 이 ‘수읽기 능력’을 갈고 닦는 것이야말로 적응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생각한다.
이범호 역대성적 |
예를 들어 교류전에서도 사전에 데이터를 충분히 검토해 조사해 둔다면 첫 대전이라는 불리한 조건도 그만큼 경감된다. 다시 퍼시픽리그와의 대전으로 돌아오게 되더라도 4월 및 5월 초순까지의 대전내용(결과가 아님)을 꼼꼼히 되짚어 보고 그런 다음에 상대 배터리가 어떻게 공배합을 달리 해 올 것인가, 혹은 바꾸지 않을까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 타석에서도 여유가 생기게 된다.
일본에서는 ‘올 시즌, 퍼시픽리그는 두드러진 팀이 없어 혼전양상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매스컴뿐만 아니라 야구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일치된 의견이다. 하지만 다르빗슈라는 절대적인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니혼햄이 선두를 달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오는 팀이 역시나 와쿠이 히데아키, 기시 다카유키라는 두 명의 선발투수가 있는 세이부. 타자에게 있어서는 그 어떤 팀도 함께 싸우는 한 다 똑같을지 모르나 지바롯데와 소프트뱅크의 입장에서 보면 말하자면 이러한 ‘가상의 상위’ 두 팀과의 싸움에서 고전하게 되면 상위쟁탈은 힘들어 진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선발진이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롯데와 마찬가지로 고전도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얼마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을 지도 두 선수에게 과제이자 관건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퍼시픽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두 사람에게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 투수가 타자를 공략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퍼시픽 리그는 자신이 자신 있는 공을 결정구로 사용해서 방어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예전 퍼시픽리그 팀의 스코어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반대로 센트럴리그는 ‘자신 있는 공이 아니라 타자가 자신 없어 하는 구종을 선택한다’고. 말하자면 퍼시픽 리그는 투수들도 공격적 경향이 있으며 센트럴리그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한국은 대체적으로 퍼시픽리그에 가깝다는 인상이 일본야구계 내에 존재하는 만큼 일본 진출 일년 차인 두 사람에게는 플러스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수읽기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할 이승엽
그런 점에서 근래에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이승엽은 센트럴 리그로 이적한 뒤 본래의 매력을 발휘할 기회를 차단당해 버린 듯하다. 부상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굳이 쓴소리를 하자면 대응방식에도 과제를 남겼던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수읽기’에 관해서이다. 한일 내외 관계자들로부터 이승엽은 수읽기에 의해서 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올 시즌 요미우리는 전력적으로도 뛰어나 센트럴리그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는 출전기회도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각오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가 자신이 나서야 할 곳을 대타정도라고 인식하여 그 같은 상황 속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연구 및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투수의 공배합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승엽 일본 성적 |
이승엽에 대해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바로 아베 신노스케의 존재이다. 두 사람이 사이가 좋다는 것은 이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이승엽의 부진을 여러모로 생각해 보면 얼마만큼 아베를 좋은 의미에서 이용해 왔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포수로서의 시점을 전제로 하여 노리는 공을 어떻게 좁혀 나갈지 등 이승엽에게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아베라면 충분히 조언해 줄 수 있을 터이다.
물론 선수인 이상 ‘기업비밀’은 같은 팀 동료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승엽의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아베야말로 타격 코치 이상으로 의지하기에 가장 좋은 동료인 듯하다. 타격폼에 관해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밀어붙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볼 수 없으나 아베와 같은 존재를 잘 활용해 수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시해
보는 것이야말로 이승엽이 부활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제공 : 임창용) |
임창용은 미야모토 신야와 친하다고 들었다. 입단 당시에는 미야모토가 임창용에게 술자리를마련하면서 일본야구계 사정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 일본타자와의 대결과 경향 등에 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미야모토는 야쿠르트의 주장을 지낸 적이 있어 팀의 핵심이 되는 존재이다.
임창용 일본 성적 |
그러한 선수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거기서 얻게 될 이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혜천의 친한 선수와 관계자의 이름은 그다지 들어 본 적이 없다. 단지 필자가 모르는 것뿐이라면 다행이지만 그 같은 희박한 동료간의 관계와 성적이 서로 비례하는 듯하여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야쿠르트의 두 선수. 임창용은 해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수뇌진들은 ‘시즌 중에 반드시 얻어 맞는 시기(부진의 시기)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불신감’을 어떻게 씻어 낼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반면 이혜천은 다른 외국인선수와의 엔트리 경쟁문제로 일군에 정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이번 전지훈련 때를 놓고 보면 작년 시즌부터의 변화와 성장이 여전히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염려스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야쿠르트의 경우에는 작년 시즌에 비해 선발투수진이 안정되어 있지 않다. 이혜천에게는 찬스가 될 수 있으나 임창용에게는 선발이 무너져 경기가 승산이 없게 되면 출전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위험마저 있다. 예측은 금물이지만 만약 임창용이 기록(숫자)에 욕심이 있다면 적어질 지 모르는 등판기회를 더욱 소중히 여겨 실수로 패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유의해야 할 지 모른다. 바꿔 말하면 두 사람이 활약을 해주게 되면 야쿠르트는 분명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이혜천의 올 시즌은 야쿠르트의 성쇠를 거머쥐고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이혜천 일본 성적 |
일본에서는 ‘프로야구선수는 개인사업주’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팀에 속하여 싸우고 있다 할지라도 그 말의 밑바닥에는 ‘내 자신이 중요하다’는 냉소적인 사고가 깔려 있다. 그러나 최하위팀에서 홈런왕이 되어봤자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저 성적만을, 숫자만을 쫓는다면 역시나 거기에는 허무함만이 남을 뿐. 올 시즌 코리안리거들이 얼마만큼 소속팀의 멤버로 잘 융화해 팀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이러한 점도 함께 주목해 볼 만한 포인트로 꼽아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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