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할 여유 따위 없다.
「바보, 기다려……! 안에 아직 적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철퍽, 하는 소리가 났다.
현관을 연 그 순간, 공기의 정체가 느껴진다.
누군가가 침입한 뒤.
결계에 지켜지고 있었던 만큼, 공기는 약간의 더러움만으로 풀솜처럼 무거워져 간다.
신발을 신은 채로 달린다.
신발을 벗고 있을 여유 따위 없고, 그런 것조차 생각할 수 없었다.
등뒤에는 서둘러 달려오는 세이버와 토오사카의 발소리.
그것조차 시계에 넣지 않고, 거실로 향하는 것에 전념한다.
거실에 들어간다.
전기는 켜져 있지 않다.
회색 하늘, 어둑어둑한 실내에는,
「어머. 이대로 데려가려고 생각했는데, 좋은 타이밍에 나타나는구나, 꼬마야」
의식을 잃은 후지 누나와, 캐스터인가 하는 적이 있었다.
「캐스터……!」
등뒤에서 세이버의 목소리가 났다.
급히 달려온 둘은, 캐스터를 보자마자 발을 멈췄다.
후지 누나가 인질로 잡혀있기 때문이겠지.
조금이라도 세이버와 토오사카가 공격하려고 하면, 캐스터는 주문을 중얼거린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빠르다.
세이버가 돌진한다 해도,
토오사카가 마법을 쏘아낸다 해도,
그것보다 먼저 캐스터의 손가락이 빛난다.
저 위치 관계다.
그렇게 하면, 분명히, 토마토처럼 후지 누나의 얼굴이 사방에 흩날린다.
「———————————」
사고가 멈췄다.
분노하고 있다.
분노로 시계가 새빨갛게 될 것 같을 정도로, 돌아있다.
그런데도 머리는 굉장히 객관적이었다.
분노가 한도를 넘으면 냉정해진다니, 지금까지 몰랐다.
「조심성이 없는 꼬마네. 마술사라면, 결계에는 더 힘을 들여야지」
쿡쿡 하고 웃는다.
그것조차도, 그저 다른 사람 일처럼 받아들일 뿐.
「기특한 마음가짐이네, 캐스터. 자진해서 이쪽 진영에 오다니, 항복선언 할 작정이야?」
「그래, 비슷한 용건이야. 물론, 용서를 구하는 건 너희들 쪽이겠지만」
목소리만으로 불꽃이 튄다.
토오사카는 캐스터를 노려본 채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움직이면 후지 누나의 목숨은 없다.
만에 하나라도 움직인다고 하면, 캐스터보다 먼저 내가 토오사카를 막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질을 잡고 뭘 할 생각인 거야, 너는」
「너한테 볼일은 없어. 관심이 있는 건 거기 꼬마야」
「있잖아, 내가 꺼낸 이야기를 아직 기억하고 있지?」
경내에서의 일건.
캐스터는 나와 아쳐에게, 자신의 밑에 들어오라고 했다.
「윽……! 너, 아직도 넌더리도 안 내고 그런 소릴……!」
토오사카의 노기는 강하다.
……의외다. 아쳐 녀석, 토오사카에게 제대로 보고하고 있었던 건가.
「넌더리가 나? 그래, 본래라면 한 번 거절한 인간에게 관심 따위 가지지 않지. 하지만, 그것도 상대에 따른 거야, 아가씨」
캐스터는 이쪽만을 바라보고 있다.
토오사카에게 관심은 없다, 라고 말하는 듯이.
「너는 재미있어, 꼬마. 성배전쟁은 이번이 5번째. 그 어느 것에도 너 같은 케이스는 없었겠지.
죽여버리는 건 간단해. 하지만 겨우 얻은 귀중한 샘플인걸, 가능하면 죽이지 않고 손에 넣고 싶어.
알겠어? 이런 세련되지 않은 짓을 하는 것도, 너를 살린 채로 동료로 하고 싶기 때문인 거야」
그것은.
거절하면, 후지 누나를 죽인다는 것이다.
「나는 주인의 명에 등을 돌리고 여기까지 왔어. 그렇게까지 너를 평가하고 있는 거니까, 이쪽의 열의도 신용할 수 있는 거 아냐?」
「무슨 멋대로인 소리 하고 있는 거야……! 마스터에게 아무 말 없이 자기 멋대로 하고 있는 녀석이——!」
「어머, 질투? 하지만 유감이야, 미안하지만 너에게 흥미는 없어. 마술사로서는 우수한 것 같지만, 나에게는 도저히 미치지 못해. 내가 원하는 건 완성된 만능이 아니라, 불완전한 특이능력뿐.
……그 점에서, 거기 꼬마는 이상적이야. 마술사로서 미숙한걸, 다루는 건 용이하고」
요염한 냉소.
캐스터는 후지 누나의 목줄기에 손가락을 박아 넣으면서, 자아, 하고 대답을 재촉해 왔다.
「……곤란한 애네. 고민할 이유 따위 없을 텐데.
성배를 손에 넣는 건 나 이외에 없어. 이 도시는 이미 내 것인걸. 아무리 네 세이버가 뛰어나다고 해도, 무진장의 마력을 가진 나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해」
「——」
세이버의 기척이 움직인다.
그녀는 임전상태다. 캐스터에게 틈만 있으면, 즉시 돌진하고 있겠지.
「——흥. 그러니까 헛수고야, 세이버.
알겠어? 여기서 이러고 있는 나조차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내 힘의 공급원은 도시에 사는 모든 인간, 1000명 단위로 마스터를 가지고 있는 거 같은 거야.
그게 어떤 일인지 알아?」
「윽————네놈, 설마」
「그래, 마력이 없는 인간이라도 혼 그 자체는 얘기가 다르잖아?
우리들은 본래 소울 이터인걸. 마스터로부터 “생명”이라고 하는 마력을 빼앗으면, 얼마든지 마력은 끌어낼 수 있어.
……네 그 괴물 같은 보구도, 지금의 나라면 몇 번이라도 쓸 수 있지」
거의 무진장의 공급원.
도시 전체의 인간으로부터 빨아내는 마력.
……그것이 있으니까 이긴다고 하는 건가.
후지 누나와 마찬가지로, 관계 없는 인간을 마음대로 써서, 그걸로 무적이라고 자랑하는 건가.
그 때와 마찬가지.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여전히 계속 웃겠다고————
「———————————」
격철이 올라간다.
너무 객관적으로 돼서 매우 차가워진 사고에 열이 돌아온다.
「자아, 대답을 들려줘, 에미야 시로.
너에게 승산은 없어. 세이버와 함께 나에게 따라 주겠어?」
「————후지 누나를 놔」
「……이야기를 안 듣고 있었어? 나한테 항복해, 라고 한 거야」
「시끄러. 후지 누나를 놔」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이 녀석에게 넘겨주는 것은, 무엇 하나도 있을 리 없다.
「———————————」
으득, 하는 소리.
캐스터는 화가 치미는 듯이 이를 간 뒤, 마음을 진정시키듯이 탄식했다.
「…………알았어. 교섭은 결렬이라는 거네. 성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마스터는 한 사람뿐인걸. 다른 마스터와 손을 잡을 생각은 없다는 거야?」
「아냐, 성배라던가 그런 건 관계 없어. 나는 너와는 손을 잡지 않을 뿐이지」
「그래. 미움 받고 있네, 나도」
조용한 목소리에 냉소는 없다.
대신에 포함된 것은 분노뿐이다.
「……정말로 유감이야. 너를 마음에 들어 했다, 라는 마음에 거짓은 없었던 만큼 말이지.
혹시 네가 나에게 협력해 준다면, 성배를 나눠줄 수도 있었는데」
「그거야말로 쓸데없는 참견이야. 나는 너 같은 녀석을 막기 위해 싸운다고 결심한 거야. 성배 따위 관계 없어. 그런 것보다 후지 누나를 놔라」
캐스터를 노려본다.
적의가 담긴 나의 시선을 받고, 캐스터는——
「후후————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어째서인지, 우스운 듯이 웃고 있었다.
「————너」
「어머, 신경에 거슬렸어? 하지만 너도 잘못이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니까」
「———————————」
목이 막힌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니, 나는.
「성배 따위 관계 없어? 후후, 정말로 그런 걸까. 너는 성배의 희생자인걸.
성배 따위 관계 없어——그렇게 말로 하는 시점에서, 너는 성배를 미워하고 있는 거 아냐?」
「———————————」
순간.
마음이, 철컥 하고 얼어붙었다.
「……시로?」
얼어붙어서, 잘 모르겠다.
걱정스러운 듯 나를 보는 토오사카의 눈도, 괴로운 듯이 눈을 내리까는 세이버의 얼굴도,
「———————————」
목 근처까지 밀려 올라온, 기분 나쁜 구토감도.
「알고 있어, 에미야 시로. 저번 싸움은 10년 전이었다지? 그 때 너는 모든 걸 잃었어. 불꽃 속에 혼자 남겨져서,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던 너는 에미야 키리츠구에게 주워졌지.
그러니 사실은 이 집 아이가 아닌 거야, 너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되고 싶지도 않은 마술사가 되도록 시켜서, 지금까지 괴로워해 왔잖아?」
「———————————」
「……거짓말. 에미야 군, 지금 그, 이야기」
「그래. 너에게 있어서 성배는 미워해야 할 적이었어. 그런 네가 이 싸움에 참가하다니 아이러니한 이야기지」
「———————————」
「네 마음은 알아. 누구라도 부당하게 자신의 행복을 빼앗기면 원망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지.
……그래. 내가 마음에 든 건, 그런 에미야 시로의 과거야」
「———————————」
「너에게는 복수할 자격이 있어. 성배를 손에 넣어서, 10년 전의 청산을 할 권리가 있어. 그래서 너를 동료로 삼아도 좋다고 생각했지」
「———————————」
「——자아, 생각을 고쳐, 꼬마.
나도 싸움을 원하지는 않아. 그도 그럴 것이 죽고 죽이는 싸움이라니 바보 같잖아? 성배에 무한의 부가 있다면, 아무리 나눠줘도 바닥은 나지 않을 터.
그렇다면, 신용하기에 충분한 자들이라면 성배를 공유해도 괜찮은 거 아냐?」
「———————————」
그 말에, 거짓은 없다.
아마도, 캐스터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복수해, 에미야 시로.
성배는 내 손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 네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 정도는 간단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캐스터……! 서번트가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성배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입 발린 말로, 나의 마스터주인을 모욕하지 마라……!」
「아니, 싸우지 않아도 성배를 손에 넣는 방법은 있어, 세이버. 다른 서번트에게는 무리라도, 캐스터인 나는 성배의 원리는 간파할 수 있어.
그래, 방대한 마력출력을 자랑하는 네가 힘을 빌려준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성배를 불러내는 건 가능하겠지」
「뭐————」
세이버의 기백에 금이 간다.
그것은, 세이버 자신도 캐스터의 말에 거짓은 없다고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아, 이게 마지막이야, 꼬마.
무익한 싸움은 피하고 싶잖아? 그렇다면 나에게 따르도록 해. 세이버를 나에게 넘기고, 네가 나에게 협력한다고 하면, 성배는 너희들에게 맡기겠어」
최후의 교섭.
세이버는 망설이고 있다.
피할 수 있다면 싸움은 피해야 하며, 그걸로 성배가 손에 들어온다면 하나도 문제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적의 손에는 후지 누나의 생명이 쥐어져 있다.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토오사카조차, 포기한 듯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
「————거절한다. 네 이야기에는 응하지 않겠어」
눈을 돌리지 않고, 검은 마술사에게 단언했다.
「뭣……!?」
숨을 삼키는 기척은 3인분.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그 선택을 예상하고 있지 않았다.
「너, 너 제정신이야————? 자기가 어떤 입장에 처해 있는지 알고 있어?」
「아아. 네 말은 알았어. 확실히 옳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고, 나눌 수 있다면 나누는 게 좋다.
————하지만.
「하지만, 사람을 무차별로 습격하고 있는 마녀에게는 협력하지 않아. 네 말은 옳지만, 그 수단은 잘못됐어.
……거기에 또 하나. 나는 억지로 마술사가 된 게 아냐. 자진해서 키리츠구의 뒤를 이은 거지.
——그걸, 너에게 이러쿵저러쿵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
「——그래. 그럼 너는 필요 없어. 여기서 사라져 버려」
캐스터의 목소리에 살기가 담긴다.
「네놈————」
동시에 세이버의 허리가 낮아진다.
그걸,
「움직이지 마, 세이버——!」
혼신의 힘으로 제지했다.
「……부탁해. 움직이지 말아 줘, 세이버. 토오사카도. 지금은, 움직일 수는 없어」
움직이면 죽임을 당한다.
이 저택에서.
지금까지 계속 함께 있었던, 누나로 있어준 사람을, 이 거실에서 잃는 것이다.
그런 걸, 용인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시로, 하지만」
「……바보. 그럼 어째서 거절한 거야」
그래도 둘은 멈춰 줬다.
「………………」
둘을 숨기듯이, 딱 한 발짝 캐스터에게로 걸어간다.
「어머. 전혀 생각 없는 녀석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자기 입장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네」
캐스터의 입술에 웃음이 돌아온다.
……그 팔.
후지 누나를 끌어안은 팔이, 천천히 나에게로 향해진다.
「……! 비겁한 녀석, 무저항인 시로를 죽일 생각이야?!」
「설마. 목숨까지 뺏지는 않아. 꼬마는 마스터가 아니게 돼 줄 뿐이지. 하나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 같지만, 그 령주를 넘겨.
나와 한패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애는 구하고 싶다.
그렇다면, 그 정도의 각오는 있었겠지?」
「———————!」
세이버의 숨이 멎는다.
「……………………」
미안, 하고 마음 속에서 머리를 숙이고, 한 발 더 캐스터에게로 다가간다.
「——알았어. 하지만 어떻게 해서 령주를 넘기면 되지.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방법 같은 거, 나는 몰라」
「시로……! 안 돼요, 그런 걸 해도……!」
「그래. 방해가 없다면 이식은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바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네. 안정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이식은 무리겠지. 그러니」
————그 팔을, 여기서 잘라 내.
「———————————」
곱게 웃으면서, 검은 마녀는 그렇게 말했다.
「——이 이상은 안 돼요.
시로, 타이가는 포기해 주세요. 이 이상 캐스터의 생각대로 하게 둘 수 없어요……!」
「나도 같은 의견이야. 본래, 저 녀석이 인질을 풀어줄 성격이냐구. 한 번 하라는 대로 하면 마지막까지 이용될 뿐이야」
「———————————」
둘의 말은 옳다.
그러니까, 지금은 하다못해, 마음 속에서 사과할 수 밖에 없다.
「————가져 가. 이걸로 됐지」
왼팔을 든다.
캐스터라면, 한 마디 중얼거리는 걸로 깨끗하게 팔째로 령주를 가져가 주겠지.
「——시로, 안 돼요……!」
「왜 그러는 거야, 너는……! 그렇게까지 해서 타인을 구할 필요 따위 없잖아!」
「있어. 한쪽 팔로 후지 누나가 살아난다면, 그런 건 생각할 것도 없지」
왼팔을 캐스터에게 향한다.
「……좋아. 이쪽으로 와, 에미야 시로.
무슨 꿍꿍인지는 몰라도, 어떤 기습보다 내 손가락 쪽이 빠르니까」
캐스터는 나를 믿고 있지 않은지, 아직 주의 깊게 간격을 두고 있었다.
「…………………………」
걸어서 다가간다.
……캐스터의 눈앞, 둘로부터 떨어진 장소.
이미, 나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도망칠 수 없는 곳까지 걸어가서, 한쪽 팔을 내밀었다.
「하———————————」
검은 마녀는 멍하니 나를 본다.
「하하.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 ! !
놀랐어, 대단한 호인이야, 꼬마! 좋아, 네 성의를 봐서 이 여자는 돌려줄게!」
휘날리는 로브.
캐스터는 왼손으로 후지 누나의 목을 잡은 채로, 남은 오른손으로, 기괴한 날붙이를 꺼냈다.
「웃음거리네, 이렇다면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었어!
정말 바보 같은 애네. 눈에 거슬리니까, 너 같은 호인은 죽어버려……!」
단도가 휘둘러진다.
그건 내 팔이 아니라, 심장을 빼앗으려는 것처럼 가슴에 힘차게 떨어지고————
「캐스터————!」
터졌다.
그렇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속도로, 세이버가 파고들어 왔다.
「————윽!?」
그 속도는 예상 이상이었는지, 캐스터는 반응하지 못하고 단도가 튕겨나간다.
후퇴하는 캐스터와, 그것을 쫓는 세이버.
도망칠 수 없다, 고 깨달은 것인가.
「그래, 그렇다면————」
기쁜 듯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캐스터는 오른팔에 힘을——
「——안 돼, 그만둬 세이버…… ! ! ! !」
진심으로 그렇게 소원하며, 들고 있었던 왼팔을 뻗어버렸다.
「뭣————시로, 령주를————」
세이버의 움직임이 멈춘다.
령주라고 하는 절대명령권에 의해 행동을 봉해진 세이버.
거기에
푹, 하고.
눈에 발자국을 남기는 듯 용이하게, 단도가 꽂혔다.
「아————」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
세이버는 멍하니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고 있다.
「캐스터, 네놈」
「그래. 이게 내 보구야, 세이버. 아무런 살상능력도 없는, 의례용 열쇠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이건 말이지, 모든 계약을 뒤집는 배신의 칼날. 너도 이걸로 나와 마찬가지야.
주인을 배신하고, 그 검을 나에게 맡기도록 해」
「윽————!?」
붉은 빛이 새어 나온다.
불길한 마력의 분류(奔流).
그것은 세이버의 전신에 골고루 퍼지고, 그녀를 다스리고 있던 모든 법칙을 전부 파괴하여————
나와, 세이버와의 연결을 완전히 끊고 있었다.
「하, 아————!」
바닥에 허물어져 내리는 세이버.
……그 이마에는 무언가, 멍 같은 각인이 떠올라 있다.
옆에 선 캐스터에게는 세 개의 각인이 떠올라 있었다.
서번트를 묶는 령주.
지금까지 나에게 있었던, 세이버의 마스터인 증거가, 저 녀석의 팔에 깃들어 있다————
「뭐————」 Rule breaker
「놀랐어? 이게 내 보구"파멸되어야 할 모든 부적"
이 세계에 걸린 모든 마술을 무효화하는, 배신과 부정의 검」
「아————————————크」
바닥에 엎드린 세이버가 헐떡이고 있다.
마치, 체내에 침입한 독과 싸우는 듯이.
「너————서번트 주제에, 서번트를————」
「그래, 패밀리어로 만든 거야, 아가씨. 이걸로 계획대로. 에미야 시로는 마스터가 아니고, 세이버는 내 것이 됐어.
이 애만 수중에 넣으면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 저 버서커야만인이 나를 덮쳐도 관계 없어. 이번은 내 쪽에서 공격해 들어가 주지……!」
높게 웃으며, 캐스터는 쓰러진 후지 누나를 끌어안는다.
「자, 돌려줄게, 바보 씨. 소중한 사람이잖아? 그럼 죽어버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돼」
후지 누나의 몸이 뜬다.
보이지 않는 팔에 끌려, 후지 누나의 몸은 하늘에 날았다.
「윽, 후지 누나……!」
순간적으로 받아낸다.
「후지 누나……! 괜찮아, 후지 누나……!」
불러도 대답은 없다.
다만, 안아 든 팔이 따뜻했다.
후지 누나는 의식은 없지만, 제대로 숨을 쉬고 있고, 상처 하나 없는 상태다.
「———————————」
안도로 숨결이 샌다.
「만족했어? 약속인걸, 그 애는 살려줄게. 거기에……그래, 너도 눈감아 주지. 아까 그 구경거리,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멋졌으니까.
하지만————」
「……그래. 뭐, 그런 흐름이 되겠지, 보통」
「그래, 장난은 여기까지야, 아가씨.
자아 세이버, 아쳐의 마스터를 처치해.
방해를 할 것 같으면, 네 마스터였던 애도 죽여도 돼」
「큭……웃기지 마라, 누가 너 따위에게……!」
무릎 꿇은 채로 캐스터를 노려보는 세이버.
「아니, 따르는 거야, 세이버. 너는 이미 나의 것. 이 령주가 있는 한, 몸도 마음도 나에게 거역할 수 없어」
「아————, 크————!」
세이버의 목소리가 한층 고통을 띤다.
……그러나, 그 반면.
세이버의 의사와는 따로, 그녀의 몸은 천천히 일어났다.
「아————하, 아————!」
세이버의 몸이 흐른다.
그녀는, 이전 그 속도 그대로 토오사카에게로 돌진해서,
그리고————
그 검을, 찔러 넣었다.
「아……크————윽…………!」
어깨에 둔한 아픔.
깊이 어깨에 찔린 철의 감촉.
보이지 않을 터인 세이버의 검은, 내 피로 어렴풋이 떠올라 있었다.
「바보, 어째서————」
바로 뒤에서, 토오사카의 목소리가 난다.
……하지만, 그런 소릴 해도, 어쩔 수 없다.
몸이 멋대로 움직였을 뿐이고, 무엇보다——토오사카에게 세이버가 검을 들고 달려든다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아서, 둘 사이에 끼어들었을 뿐이니까————
「큭————!」
몸이 튀어 오른다.
세이버의 검은 아직 기세가 죽지 않았다.
나의 살을 가르고, 쇄골을 깎는다.
칼날은 결국 목의 혈관을 터뜨리고, 남은 건 그대로 죽는 것뿐이다.
「하, 아———— ! ! ! ! !」
그건, 곤란하다.
나는 아직 후지 누나를 안은 채고.
뒤에는 토오사카가, 있으니까————!
「……아쉬워. 아까운걸. 그 애한테는 흥미가 있었는데」
멀리서.
캐스터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다.
「령주에 따르도록 해, 세이버. 그대로 다 같이 베어버리면 둘 줄어」
냉혹한 명령.
거기에 항거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세이버의 팔은, 떨면서 멈춰 줬다.
「————! 말도 안 돼, 세이버의 대마력은 령주의 속박조차 대항할 수 있다는 거야……!?」
경악하는 캐스터.
세이버는 고개를 숙인 채로, 그저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면서 검을 빼내 간다.
「——쳐, 요」
짜 내어지는 중얼거림.
똑, 하고.
고개 숙인 볼에서 눈물을 흘리며
「——도망쳐요, 시로…… ! ! ! !」
피를 토하는 듯이 필사적으로, 세이버는 호소했다.
「시로, 이쪽으로 와……!」
「아————기다려, 토오사카————」
토오사카에게 손을 끌려서 달리기 시작한다.
……어깨의 상처가 뜨거워서,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도 내 팔에는 후지 누나가 있고, 지금은 도망칠 수 밖에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아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세이, 버」
……얼마나, 모순인가.
검사로서의 긍지를 팽개치고, 그녀는 도망치라고 말했다.
그 애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 최대의 위안이 된다.
……하지만, 반면.
그 눈물을 내버려두고 도망치는 것 자체가, 그녀를 잃는다고 하는 것이었던 거다————
……숨이 찬다.
어디를 어떻게 달린 건가, 문득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는 본 적이 있는 서양 저택이 우뚝 솟아 있었다.
「시로, 이쪽……! 의식은 있어? 아직 걸을 수 있어?」
……누군가에게 손을 끌리며 달린다.
몸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안에 든 걸 쏟아버려서 몸이 홀가분해졌는지, 감각이 없어졌는지.
무게를 느끼는 것은, 한쪽 팔로 단단히 껴안은 후지 누나의 몸뿐이다.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디를 걷고 있고, 뭘 하고 있는지 애매해져 간다.
「후지무라 선생님 거기에 눕혀. ……잠깐, 듣고 있어, 시로?! 됐으니까, 여기라면 안전하니까 손을 놓으라니까……!」
누군가가, 안고 있었던 누군가를 빼앗아 갔다.
————소중한 무게가 사라진다.
그것과 교대로 무거워졌다.
그렇게 가벼웠던 몸은 철이 되어, 서지도 못하고 쓰러진다.
「윽……! 아쳐, 서둘러! 치료를 할 테니까 내 방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몸은 무겁고, 뜨거웠다.
……적화(赤化)하는 이미지.
칼날을 담금질할 때, 강철에 불을 대면 이 정도 뜨겁게 되는 걸까, 하고.
쓸모도 없이 시간을 헤매고 있는 동안에, 점점 열은 내려가 줬다.
「———————————————」
모르는 방.
나른한 머리로 천장을 본다.
……그것 밖에 할 수 없다.
침대에 눕혀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낫게 할 수 없어. 이 상처론 이 이상은 싸울 수 없겠지만——이미 마스터가 아니니까, 싸울 이유도 없나」
……아까와는 다른, 침착함을 되찾은 목소리.
여기까지 데려와 주고, 상처를 치료해준 누군가는,
「——여기까지야. 시로는 이제 싸우지 않아도 돼」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눈앞이 새까맣게 됐다.
눈꺼풀이 내려온다.
마취가 몸을 재워간다.
멀어져 가는 누군가의 기척과, 닫히는 문 소리.
「———————————」
의식은, 거기서 끊어졌다.
해가 졌다.
보이지도 않았던 해가 지고, 원래 음울했던 하늘은 더욱 어둠을 더하고 있었다.
「——그런가. 세이버를 빼앗겼나」
아쳐의 감상은 그것뿐이었다.
그의 주인, 토오사카 린도 간결하게 사실만을 이야기했지만, 그의 간결함은 그것을 웃돌고 있다.
「……그것뿐이야? 이걸로 캐스터 밑에 있는 서번트는 둘이야. 뭔가 그 밖에 감상은 없어?」
「아아, 이렇다 할 타개책이 떠오르지 않는군. 하지만 녀석의 보구가 판명된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서번트와 마스터의 계약을 끊는다, 라. 사전에 그걸 알아두면, 잘 일을 진척시킬 수 있겠지」
「그건 그런데.
……꽤나 무관심하네, 아쳐. 너, 세이버를 편들고 있던 거 아니었어?」
「——그런 기색을 보일 생각은 없었는데. 뭘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나, 린」
「그래. 여자의 감, 이면 납득할 수 있어?」
「각하다. 여자라고 할 나이냐, 너는. 우선 색의 향기가 충분하지 않아. 우아함도 부족하지.
덤으로——아아, 이게 치명적인데, 좌우간 어디가 귀여운지 알기 힘들어」
「——흥. 뭐야. 간신히 본궤도에 돌아왔잖아, 너」
그녀는 기쁜 듯이 웃었다.
아쳐는 이러지 않으면 안 된다.
감정 없이 행동하는 아쳐 따위, 린이 신뢰하는 파트너가 아니다.
그녀의 파트너는 항상 여유가 있고, 누구에게든지 비꼬는 소리를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이 기사의 상냥함이라고 린은 알아채고 있다.
빈정대는 건, 그렇다, 요컨대 거기를 고치라고 빙 돌려서 충고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래. 그럼 첫 번째 확증.
너, 처음 세이버와 만났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잖아.
아무리 세이버가 강하다고 해도, 방어가 뛰어난 네가 일격에 쓰러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건 불의의 기습이었으니까 말이지. 너와 마찬가지로, 예상 외의 전개에는 약한 거야」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리고, 두 번째 확증.
라이더의 일건 후에, 세이버를 도발했었지?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답지 않았어.
그래서 좀 시각을 바꿔봤더니 깨달아버렸어. 너, 그 때 세이버를 꾸짖고 있었지」
「………………………………」
「아, 정답?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 전세에서의 인연이든 뭐든, 네가 그렇게까지 차가운 태도를 취하다니 드문걸」
「그럴까. 나는 누구를 대해도 그런 대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본인뿐이라는 거지. 생각하는 건데, 너는 자신에 대한 것만은 요령이 없어. 주위에 대해서는 굉장히 요령이 좋으니까, 그만 속아버리지만」
흠, 하고 아쳐는 언짢은 듯이 얼굴을 찡그린다.
아무래도 자각은 있었던 듯 하다.
붉은 기사는 곤란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그의 주인은 그것을 재미있는 듯 바라본다.
그리고, 당돌하게.
「그래서, 슬슬 생각났어? 자신이 어디의 영웅인지. 세이버와 관계가 있다면, 세이버에 가까운 시대의 영웅인 거지?」
어쩐지, 시험하듯이 그녀는 말했다.
「————아니, 안개가 낀 채다.
하지만 네 말대로, 그 세이버에는 기억이 있어. 저쪽은 모르는 것 같으니까, 그다지 깊은 관계는 아니었던 듯 하지만」
「흐—응. 그럼 친구라던가 연인관계가 아니었던 거네.
유감. 그랬으면 세이버의 정체도 알 수 있었는데」
그건 아쉬워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가져다 붙였을 뿐인 대사, 본심이 아닌 말이다.
「뭐어, 얼마 안 있어 생각나겠지.
그것보다 린. 데려온 녀석 상태는 어때. 생명에 지장은 없나?」
「……응, 간신히 목숨은 건졌어. 그 녀석, 어제까지 상처를 입어도 멋대로 낫고 있었던 주제에, 이번 상처는 전혀 낫지를 않는 거야. 계약이 끊어져서, 세이버에게 받고 있었던 치유능력이 없어졌겠지.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됐어. 다행히 급소는 벗어났었고, 3일 정도 안정하고 있으면 식사 정도는 할 수 있게 되겠지」
「아니, 그 쪽이 아니야. 다른 한 명 쪽이다」
「에? 아, 후지무라 선생? 그 사람이라면 침실에 재워뒀는데. 캐스터의 잠의 마술을 맞은 것 같지만, 본인은 굉장히 건강해. 처치는 하고 왔으니까, 1주일 계속 자도 지장은 없어」
「——그런가. 하지만, 캐스터의 마술이라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그 여자의 그건 마술이라고 하기보다는 저주다. 해주(解呪)하려면 본인을 쓰러뜨리는 게 손쉽지」
「그러네. 어차피 성배전쟁도 오래는 계속되지 않아. 하루라도 빨리 캐스터를 쓰러뜨릴 거고, 후지무라 선생이라면 불쑥 자력으로 일어날 것 같으니」
분명히 그렇지, 하고 동의하는 아쳐.
그리고 나서, 서로 대화가 없어진 뒤.
「캐스터 퇴치가 최우선이군. 마스터가 한 명 줄었다고는 해도, 세이버는 건재해. ……여유는 없다, 린」
「알고 있어, 바로 거리로 나갈 거야.
아무리 캐스터라도, 세이버를 완전히 지배하려면 시간이 걸릴 터. 가능하면 세이버가 조종되기 전에 캐스터를 쓰러뜨려야지」
「알았다. ————그럼, 저 애송이와의 계약도 여기까지군」
「에————?」
「에, 가 아니지. 에미야 시로는 마스터가 아니잖나.
그렇다면 전력도 못 되고, 일부러 지켜줄 필요도 없어. 네가 쓴 첫 번째 령주는, 이걸로 해약이라는 거지」
「———————————」
「왜 그러나. 설마, 함께 싸운 인연으로 돌봐 준다, 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렇게까지 사람 좋진 않아」
「그렇다면」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녀석이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말할 때까지, 약속은 깨지 않겠어.
……나는 딱 잘라 거절하겠지만, 그 녀석이 항복이라고 할 때까지는 끝내서는 안 되니까」
망설이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단언한다.
거기에, 대체 어떤 반기를 들 수 있다고 하는 걸까.
「그게 내 방침이야. 불만 있어, 아쳐?」
「————어쩔 수 없군. 네가 그런 인간이라고 하는 건, 아플 정도로 알고 있다」
대답하는 목소리는 비아냥 조였다.
거기에 흥, 하고 코를 울리며 그녀는 명한다.
「가자, 아쳐. 왜인지는 모르지만, 캐스터는 류도사에 돌아가 있지 않아.
그렇다면————찾아내서, 돌아가기 전에 쓰러뜨리자」
이미 대답할 필요도 없다.
붉은 기사는 무언으로 끄덕이고, 주인 뒤를 따라 간다.
하늘에는 음울한 구름덩어리가 아직 체재하고 있다.
달 없는 밤. 궁병을 데리고, 그녀는 표적을 노리러 떠났다.
퍽, 하고 두들겨 맞는 듯한 감각.
「———————————, 아」
어깨의 아픔에 눈이 뜨였다.
……몸은 제대로 있다.
손발의 감각도, 자신의 호흡소리도 들을 수 있다.
어깨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고, 누워 있는 침대는 푹신푹신했다.
「————어, 라, 여기」
……낯선 방이다.
분명히, 그래————누군가가, 무슨 말인가를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야. 시로는 이제 싸우지 않아도——
「윽……!」
몸을 일으킨다.
죄다 생각해 내고, 침대에서 뛰어 일어————
「윽————!」
아픔으로, 몸이 ㄱ자로 굽어 있었다.
「뜨————거…………!」
……왼쪽 어깨를 만진다.
거기만이 아직, 불처럼 뜨겁다.
근섬유가 끊어진 게 몇 배가 된 느낌이다.
아니, 반쯤 관통할 정도로 검에 찔렸으니까, 팔이 붙어있는 것만으로 행운이겠지만, 솔직히, 괴롭다.
「크……아, 아, 하————」
천천히 침대에서 나온다.
이를 악물면,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아픔이다.
이렇다면 바로————
「———————————」
……어깨의 열이 머리까지 올라온다.
그걸 뿌리치고, 발을 움직였다.
「————아무도, 없는, 건가」
아아, 아무도 없을 거다.
토오사카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 녀석은 그런 소리를 하고 떠나갔다.
그렇다면, 지금쯤은 혼자서 싸우러 갔을 것이다.
「하————하아, 아————」
문으로 향한다.
어쨌든 밖으로.
밖에 나가서 토오사카를 찾아내야지.
「크————」
쓰러진다.
쓰러질 뻔 해서, 화장대에 손을 짚었다.
「윽————」
……헛수고였다.
기댔던 화장대와 같이 바닥에 쓰러진다.
「미안……어지럽혀 버렸네, 토오사카」
흩어진 자질구레한 것들을 주워 모아 원래대로 되돌린다.
「…………어라?」
그 속에, 본 기억이 있는 게 있었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장식이 없는 펜던트다.
「……이거, 어딘가에서————」
어딘가에서 봤다.
……그래, 그 때도 이랬었다.
랜서에게 가슴을 찔린 밤.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입고, 어느 샌가 나아 있었다.
나른한 몸으로 복도를 떠날 때, 분명히, 주워 모았던 게 있었을 거다.
뜨겁다.
어깨의 독이, 뇌에 돌아서 조잡해진다.
「……그래. 이거, 그 때 그거랑 똑같아」
알고 있는데, 사고만이 정리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꿈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
그 때 랜서와 싸우고 있었던 건 누구의 서번트였던가 라던가.
죽어가는 나를 살릴 수 있는 녀석, 거기에 있을 필연성이 있었던 건 누구였던가.
……그런 게, 이제 생각할 필요도 없는데도, 머리 속이 어질어질 하고 있다.
「……제길. 뭐야, 그거. 하나 빚이라던가 빚졌다던가 말해두고선. 이런 거, 절대로 갚을 수 없는 빚이잖아————」
어질어질 한다.
아픔과 열과, 자신의 바보 같음으로 시끄럽다.
「하————아————」
발을 움직인다.
어쨌든, 지금은 찾아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생겨버렸으니.
이런 스튜 같은 머리로는, 지금은, 그 정도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아————하아, 하아, 아————」
정신이 드니, 역전에 발을 옮기고 있었다.
몽롱한 머리는, 막연한 이미지만으로 움직이고 있다.
……거기에 있다, 하고.
그 녀석을 찾을 거면 거기에 가라, 라고 명해온다.
「———————————」
……어째서 여기에 이끌렸는지는 모른다.
나른한 머리는 이 빌딩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윽」
……그렇다면, 거기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원래부터 토오사카를 찾을 수단은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은 무언가에 의지할 뿐이다.
————옥상에 나온다.
고층에 부는 바람은 한층 차서, 정말 뜨거워진 머리를 조금은 식혀줬다.
「———————너, 어째서」
숨을 삼키는 기척.
토오사카는 언젠가의 밤과 마찬가지로, 이 옥상에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돌아가. 무슨 작정인지는 모르지만, 눈에 거슬려, 너」
분노를 드러내며 나를 본다.
그 등뒤에는
네가 나설 차례는 없다, 라고 무언으로 고하는 녀석의 모습이 있었다.
「돌아가지 않겠어. 돌아갈 때는 토오사카랑 같이야. 같이 싸운다고 약속했잖아, 우리들은」
흐릿해지려고 하는 의식을 억지로 한데 모아서, 간신히 입을 움직였다.
「그런 약속은 잊어버려. 도대체 지금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하는 거야. 세이버를 잃은 네가, 마스터 상대는 할 수 없어」
「———————그건」
「거기에, 네가 싸울 필요 같은 건 이미 없어.
마스터가 아니게 됐으니까, 교회에 도망가면 안전해. 그 뒤는 얌전히 하고 있으면, 성배전쟁은 끝나 줄 거야」
「———————————」
그 말에, 정신을 잃을 뻔 했다.
솔직히, 울컥 치밀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세이버를 그대로 둘 수 있을 것 같냐……!
알겠어? 한 번 싸운다고 했어.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나도 마지막까지 싸우————」
「윽————!」
시계가 적색으로 반전된다.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저 외친 것만으로, 전신의 근육이 경련해서, 죽을 것 같이, 된다.
「그거 봐. 지금까지는 세이버의 도움이 있었지만, 없어지면 그렇게 되는 거야.
……알겠어? 에미야 군. 인간은 다치면 죽어. 네 그 상처도, 본래라면 치명상이라니까」
「아————하, 아————아」
……제길.
그런 건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너무 괴로워서, 해야 할 말이 나오질 않는다————
「거기에 세이버가 이러니저러니 하는데, 그건 네가 마음에 둘 문제가 아냐.
에미야 군은 마스터가 아니니까, 세이버가 어떻게 되던지 관계 없잖아」
「———————————」
관계는, 있다.
이 아픔이, 지금까지 세이버가 도와주고 있었다면 더욱 더 그렇다.
「……아냐, 마스터가 아니, 라도 그래.
세이버는, 싫어하고 있었어. 그런 녀석이 하라는 대로 하다니, 놔 둘 수, 있겠냐…………!」
「————그래. 하지만 너는 무력해.
……좋아, 네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대신에 내가 말해줄게.
지금의 너는, 세이버를 구하는 것 따위 불가능해」
「———————————」
열이 사라진다.
냉철한 그 말에, 끓어오른 머리 속조차, 얼어붙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세이버는 없어졌고, 마스터도 아니게 됐어.
성배전쟁이라고 하는 싸움에 말려 들 이유는 없어졌으니까, 여기서 시로는 포기해」
등을 돌리고 걸어서 떠나가는 토오사카.
「————기다려, 토오사카, 그래도————」
「윽————!」
위쪽으로 불어 올라오는 빌딩바람 속.
아무런 주저도 없이, 토오사카는 지면을 차고 있었다.
「바————! 바보, 무슨 생각————」
필사적으로 팔을 뻗는다.
「———————————」
그럴 필요는 없었다.
토오사카의 옆에는, 그 녀석을 지키듯이 붉은 기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높이에서 뛰어내린다고 해도, 서번트만 있으면 문제없이 착지할 수 있겠지.
「———————————」
토오사카의 입술, 미미하게 움직인다.
……무슨 소리를 했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만, 향해진 눈이.
——이 이상 상관하면 죽어, 하고.
최후통첩처럼, 냉담하게 고하고 있었다.
「———————————」
식어 있었던 열이 돌아온다.
아픔과 열로 사고가 착란되어 간다.
————나는, 세이버를 구할 수 없고.
에미야 시로가 싸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
……상처가 아프다.
토오사카를 삼킨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그 말을, 머리 속에서 반복하고 있었다.
막간
————조용한 밤이었다.
산림에 부는 바람은 평온하고, 나무들의 웅성거림은 속삭임 정도로 희미하다.
겨울을 노래하는 새도 없고, 달에 울부짖는 짐승도 없다.
류도사에 통하는 단 하나의 통로.
긴 돌로 만들어진 계단은, 오늘밤도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모른다.
이 곳은 이미 5번의 싸움을 버텨냈고, 그 때마다 사투가 펼쳐졌던 것을.
류도사에 도전한 수많은 서번트.
버서커, 랜서, 라이더, 세이버, 아쳐.
그 다섯을 전부 격퇴한 마인이 있기에, 산문은 평온하게 어둠을 탐할 수 있는 것이다.
장도가 달린다.
달이 없는 밤이라 다행이었다.
외로운 달 같은 참격은, 달이 보면 자신이 이형(異形)임을 부끄러워할 정도로 유려(流麗).
「듣고 있는 거야, 어새신. 너는 문지기를 계속해 달라, 라고 했어」
보랏빛 마술사, 캐스터의 목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새신은 장도를 내리고, 관심 없는 듯이 산림을 일별한다.
「아니, 방해하는 녀석이 있어서 말이지. 이상한 새가 눈에 띄기에 베어봤는데, 피도 나오지 않거니와 비명도 지르지 않더군. 이건 네 동포인가, 캐스터」
「윽……! ……그래, 감시역 패밀리어네. 버서커의 마스터인지, 그 아가씨인지. 어느 쪽이든지, 여기도 그렇게 오래는 못 버텨」
캐스터는 산림에 걸어가서, 지면에 흩어진 “것”을 내려다본다.
거기에 있는 것은 올빼미새의 시체다.
광석으로 된 돌새. 단순하면서도 감시역으로서 뛰어난 그것작품은, 아쳐의 마스터에 의한 것이겠지.
「……흥. 그 아가씨도 운이 없네. 좀 더 무능하면, 제자로 삼아줄 수도 있었는데」
밟아 으스러뜨린다.
자수정의 광석은 흔적도 없이 분쇄되어, 별 같은 빛을 지면에 뿌렸다.
「이런 녀석도 많으니. 마스터의 수호는 맡기겠어, 어새신. 마스터가 죽어버려서야 나도 사라지지 않을 수 없지. 그렇게 되면 당신도 역시 존재하고 있을 수 없어.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문을 지켜」
「글쎄——필사적으로, 라고 하는 건 어려운걸. 이 코지로, 태어난 이래 “살아 있다”라는 실감이 없지.
그런 자에게 결사를 명해도 무의미가 아닐까, 캐스터」
「————웃기는 소릴.
착각은 하지 마, 어새신. 너는 내가 불러낸 서번트야. 노예는 노예답게 행동해.
알겠어?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지워버릴 뿐이야」
캐스터의 말에는 적의와 모멸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어새신은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도구가 입을 놀리는 것만도 신경에 거슬리는데, 하물며 비웃음을 당해서야 신경이 곤두서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가, 그건 낭패로군. 아지랑이와 같은 나의 목숨이다만, 지금 사라져서는 곤란하지. 하나, 약속을 해 버렸기에 말이지. 가능하면 지키고 싶군」
「——그럼 말을 삼가도록 해. 너는 그저 여기를 지키고 있으면 돼.
그래, 그걸 완수한 그 때에는 너를 진짜로 해 줄게. 보구도 안 가진 하급인 네가 영령이 될 수 있는 거니, 목숨을 걸 가치는 있잖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원래부터
여행하는 저승에 있는 몸, 주어진 역할은 끝까지 연기해 보이도록 하지.
그러나 괜찮은 건가, 캐스터. 나도 주인에게는 충실하지는 않다만, 너도 역시 의리가 없지 않은가? 이번 건은, 마스터에게는 내밀하게 하는 것이지 않나」
순간, 어새신의 몸이 터졌다.
퍽, 하는 소리.
그의 체내————소환 시에 붙여졌던 캐스터의 저주종양이 비산한 것이다.
나무들이 흔들린다.
날아간 어새신은 산림에 힘껏 처박혀서, 자신의 갈비뼈로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피어난 꽃잎과 비슷하다.
「크——이거, 또. 나날이 도가 지나쳐 가는군, 캐스터」
「————입 다물어. 다음에 같은 소리를 하게 하면, 앞으로 5일 지나는 걸 기다리지 않고 사라지게 할 뿐이야」
「……정말. 여자와 소인은 감당이 안 된다고 하지만, 너는 조금 지나치다」
흔들, 하고 일어서는 멋지게 차려 입은 모습.
가슴에서 갈비뼈가 보이든, 그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든, 이 서번트의 우아하고 아름다움은 상하지 않는다.
「오오, 그런 눈으로 노려보지 말게. 아름다운 얼굴이 엉망이지 않나, 캐스터. 알고 있네, 네 마스터에게는 전부 내밀하게 행하는 거지. 세이버를 잡은 것도, 나라고 하는 문지기가 있는 것도 끝까지 숨긴다.
좋은 미담이 아닌가. 주인을 생각하는 그 마음가짐, 그 남자에게 통하면 좋겠는데」
「———————어새신, 너」
「뭐, 그저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서 지껄이는 걸세. 어떻든지 너에게는 손을 대지 못하니, 이 정도 헛소리는 용서하게.
——문은 지킨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지.
허나, 그러는 너는 어디에 가나? 나의 방어는 신용할 수 없는 건가?」
「————당연하지. 너는 단지 보험이야.
하지만, 그것도 끝. 세이버만 손에 넣으면, 이런 촌스러운 곳을 신전으로 삼을 필요도 없어」
「……흠, 진지를 바꾸는 건가. 그렇게 되면, 확실히 나에게 볼일은 없는데. 이 산보다 나은 영지가 있다고 하기라도 하는 건가?」
「그래. 다소는 떨어지는 것 같지만, 나에게 어울리는 장소가 있지. 거기에——머지않아 거기에 발을 옮기게 되는걸. 지금 당장 가도 문제는 없잖아?」
「——」
시종 맑고 깨끗했던 어새신의 표정이 흐려진다.
거기에 만족한 것인지, 캐스터는 고운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래. 우리들의 승리는 흔들리지 않으니까, 먼저 상품을 받으러 가는 거야.
새로운 진지와 성배. 거기에 세이버라고 하는 말까지 모였어. 이거라면 마음 내켜 하지 않는 내 마스터도, 내 방침에 이론은 들 수 없잖아?」
그것은 사실이다.
캐스터의 마스터, 쿠즈키 소이치로가 아무리 침묵을 지킨다 해도, 그렇게까지 조건이 갖춰지면 싸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확실한 것은.
「——시시한 싸움은 끝이야. 성배만 손에 넣으면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 누구든지, 나를 막는 건 불가능해지는 거니까 말이지——!」
홍소(哄笑)가 밤을 더럽힌다.
보랏빛 마술사는 소리 높여 승리를 노래한다.
그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장도의 검사는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정해진 시각은 가깝다.
어떠한 결말이 되든, 용납된 시간은 앞으로 5일.
날짜를 다 쓰는 일은 없겠지만, 그리 간단히 결판이 날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수라장을 뚫고 살아남아 온 검사는 감지하고 있었다.
「하————, 하아————, 하————」
그리고 쓰러졌다.
호흡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깨의 상처는 붉게 부어올라, 숨을 쉬는 것만으로 격심하게 아팠다.
「———————————」
의식을 유지할 수 없다.
긴장을 풀면 지금 당장에라도 잠에 빠진다.
……아니, 애초에 각성되어 있는지조차 모호하다.
그 옥상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뭘 위해서 돌아왔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으니까.
……의식이 애매해져 간다.
확실한 건 연호하는 고동뿐.
「———————————」
……상관하지 마, 라고 토오사카는 말했다.
나는 무력하고, 이미 싸울 이유는 없으니까 라고.
「———————————」
하지만, 그건 아니다.
자신이 무력한 것은, 누구보다 자기자신이 알고 있었다.
싸우는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을, 그저 흉터로 만들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박살나는 건 예사고, 절대로 도달할 수 없다는 것 정도, 분하지만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상대가 타인일 경우뿐일 터.
자신에게는 질 수 없다.
전력이 같다면 질 요소는 있을 수 없다.
그런 상대에 무릎을 꿇는 것은, 자신이 올바르지 않다고 선언하는 게 된다.
「윽———————————!」
상처가 일그러진다.
붕대에 피가 배어 나온다.
「아————, 윽————!」
그것을 오른손으로 꽉 누르고, 사라져가는 의식으로 어둠을 노려봤다.
10년 전의 기억.
아버지였던 남자의 말.
……자신이 처음부터 잘못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 길에 잘못은 없다.
그 사건을 그저 슬픈 과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정의의 사자가 되려고 생각했다.
누구나가 행복한 시간.
누구도 눈물짓지 않는다는 이상을, 10년 전부터 품어왔다.
「———————————그렇다면」
아무리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도 상관없다.
해야 할 일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마스터가 됐기 때문에 싸운 게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믿었기에, 싸울 거라고 결심한 것이다.
그런 당연한 걸, 나는 드디어 생각해 냈다.
「————토오사카. 네가, 아무리 말해도」
올바르다고 믿었다면, 마지막까지 이 길을 끝까지 믿는다.
이대로 그만두는 것 따위 하지 않을 거고, 그 녀석을 혼자서 싸우게 하는 짓도 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잠든다.
거치적거린다고 말하게 할 수 없다.
이런 상처, 하룻밤 안에 낫게 해 보이겠어.
그리고, 눈이 뜨이고 아침이 되면————
……눈이 뜨이고, 아침이 되면.
반드시 그 녀석을 따라잡아서, 이번에야말로, 그 밤의 빚을 갚아야지————
첫댓글 세이버가 우네...ㅠ
남자의신금을 울리죠;;무력한 자신의힘으론 누구하나 구할수없다는걸 절실히 느끼는장면 ㅠㅠ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