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 사랑하고, 자신의 암컷과 새끼를 위하여 목숨까지 바쳐 싸우며,
사냥을 하면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먹이를 양보하고, 독립한 후에도 종종 부모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늑대와는 사뭇 다른 본성입니다.
까마귀도 양면설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까마귀는 부리서부터 발톱까지 온통 먹장인 데다,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 사람의 눈 밖에 나는 흉조(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지만)의 대명사였습니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까마귀가 울면 사람이 죽는다’는 속담처럼 까마귀가 끼는 말조차 업신여김을 당했습니다. 오합지졸(烏合之卒) 오비이락(烏飛梨落)같은 성어(成語)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까마귀가 실은 지극한 효성을 지녔다고 합니다. 새끼가 자란 뒤에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어원이 바로 효조(孝鳥)인 까마귀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백락천(白樂天)은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이렇게 읊었습니다. 어미를 여읜 자조(慈鳥:까마귀의 별칭) 까악까악 슬피도 운다…/ 어미가 깃들었던 나무에서 한밤에 우는 그 소리엔 / 아마도 호소할 게 있나 보다 못 다한 반포(反哺)의 마음을….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어머니는 아들을 반듯하게 키우려는 일념에서 ‘까마귀 노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시조를 지었습니다. 조선의 개국공신 이직(李稷)의 시조는 정반대입니다.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사람을 평가할 때 겉모양만 보고 할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애처가 늑대, 효자 까마귀 못지않게 인간사회에도 깜짝 놀랄 역설ㆍ가설ㆍ변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중국에서는 2,500년이나 된 도덕관념이 한 때 전도되기도 했습니다. 뉴턴의 ‘만유인력’이 가설로 시작되었던 것처럼 “중력은 없다”는 새로운 시각이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앞으로 10년을 장식할 트렌드 10선’ 기사에서 엘리트가 쇠퇴하고 학교 중퇴자의 시대가 열린다고 했습니다. 과거 10년간 미국 의회, GM, 월가, 주류 미디어 등 주요 기관들의 위상 추락이 운영자인 엘리트의 실패에 기인했다는 주장입니다. 대신 인터넷으로 무장한 대중이 대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합니다.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35년 이내에 일부일처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5년 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자유의 신장, 수명 연장으로 한 사람과의 연애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의 발달로 성ㆍ사랑ㆍ출산의 연계 고리도 느슨해져 남녀가 각각 동시에 여러 명의 연인을 갖고 있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불과 한 세대 이후에.
비만(肥滿)도 감염된다고 합니다. 미국의 학자들은 1948년부터 계속되어 온 프레밍험 지역 주민 연구를 토대로, 뚱뚱한 친구가 있으면 다른 친구가 비만일 확률이 57% 더 높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친구의 친구(20%), 친구의 친구의 친구(10%)가 비만일 때도 뚱보가 된다는 것입니다. 비만이 개인의 유전적 성향이나 생활습관 때문이라는 상식을 뒤집은 결론입니다.
인간이 쌓아 올린 도시나 자연이 스스로 빚은 절경도 사라질 것이 수두룩합니다. 올 봄 뉴스위크는 지구온난화로 없어지거나 지형이 크게 바뀔 100곳을 선정 발표했습니다. 케이프타운(해수면 상승), 도쿄(열섬현상), 베이징(사막화)은 기억 속에만 남게 될 도시입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 파나마 운하, 노르웨이의 툰드라 지역,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도 같은 운명이라고 합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왜 뜬금없는 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느냐고요?
과학에 근거했든 아니든 정설이나 진리로 믿었던 사실들이 뒤바뀐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가 궁금해서입니다. 민심이 내 편이다 네 편이다 저울질하는 정치인, 엘리트 자식 만들겠다고 조기유학 보내는 부모, 네가옳다 내가옳다 악을 쓰는 정치꾼들…. 모두가 허황해 보입니다.
몽고반점은 중국집 이름이다, 으악새는 새의 한 종류다, 청와대는 중국에 있는 대학이다…. 뻑뻑 우기는 고집은 한 번 웃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릴 뼈를 깎는 자성, 뒤로 호박씨 까는 결사반대, 너 죽고 나 살자는 지역이기, 벌집만 쑤시고 다니는 이념 투쟁,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거드름…. 이토록 아등바등 사는 사람이 반드시 처자식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늑대나 지성으로 부모를 공양하는 까마귀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