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민박집 2층 베란다에 앉아서 달빛에 젖은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나이 탓인지 짧은 여행에도 몸을 침대에 편안하게 눕혔지만 왠지 잠을 거부하고 싶은 밤이었다.
아름다운 달과 별들이 밤을 함께 지세우며
놀자고 손짓하는 듯했다.
달빛과 별빛이 비춰주는 검푸른 바다
출렁이는 파도소리 빛을 뿌려놓은 듯 잔물결 낭만적인 기분이 나를 지배했다.
하늘에서 바다에서 쏘아대는 빛을 다 머금고
소리없이 퍼지는 듯 보이는 어둠,
그 어둠의
공간 너머 멀리 멀리 사라져가는 희끄무레한 빛이 나의 젊음이었고
나의 낭만의 세계었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나의 마음은 늙음을 떠나
젊음의 세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소리없이 웃었다.
순간적으로 알수없는 힘의 파도가
나를, 나의 마음을 휩쓸고가는 듯했다.
환상이었다,
환상이 내 목을 조르고있었다.
깜짝 놀랐다.
환상 세계의 즐거움이 웃음을 잃은
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게했다 .
바다 위에 달과 별이 그리는 그림
별과 달을 비춰내는 바다의 수면
갈색 비단 같은 무늬를 일으키며 반짝이는
물결이 드문드문 보였다가 사라진다.
무한한 바다의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어둠이
나를 사색의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바다로부터 비릿한 찬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은 벌써 밤의 쟃빛을 띄고
달과 별은 파리하게 지친 모습이었다.
나는 달콤한 환상의 세계에서 안개에 쌓여서 꽃같은 환영 앞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믿을수 없을 정도로 젊어진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의 환영에 놀랐다.
나의 모든 신경은 완전히 둔화된 듯했다.
피로해서 일까
술에 취해서일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아름다운
환상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정신을 차리고싶지 않았다.
늙음과 멋진 작별을 꿈꾸며 살고있는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