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만 (안되겠다. 얼른 끼어 들어) 태웅이가 워낙 웃는 상이잖아요.
그리고 영업사원 사칭하고 사기치는 놈들 잡으려던 건데 칭찬을(하는데)
지점장 (O.L. 버럭) 칭찬은 얼어죽을! 그래서 잡았냐?
용만 (찔끔. 한발 물러서고)
지점장 사기꾼은 월급 받는 형사가 잡게 냅두고 넌 차나 팔아. 니가 법적으로
손해 본 것두 아닌데 왜 설치고 다녀?
태웅 (덤덤하게) 그런 놈은 두고 봐선 안됩니다.
지점장 (가소롭다) 너 이번 달에 몇 대 팔았냐?
태웅 한 댑니다.
지점장 (빈정대듯) 쪽팔리지도 않냐?
태웅 안 쪽팔립니다.
지점장 (태웅의 태도에 기분이 더 상해서)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태웅 아닙니다.
지점장 (으악 열이 뻗친다) 너 때려 쳐! 당장 사표 쓰고 경찰 시험을 보든가
콜롬보를 하든가 니 맘대루 해!
용만 지점장님, 흥분하지 마시구요. (하는데)
태웅 (덤덤하지만 단호하게) 전 사표 안 씁니다.
-지점장과 용만 뜨악해서 본다.
태웅 잘못한 일도 없고, 설혹 실수를 했다해도 사표를 쓰라는 말씀은 잘못된
겁니다.
용만 (말리며) 야야 태웅아. (참으라고 눈으로 꿈뻑꿈뻑)
지점장 너 지금 나한테 싸움 거는 거지?
태웅 (대답 대신 자기 말을 한다) 지점장님은 제 상사시고 사회 선뱁니다.
선배는 때론 부모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지점장 (좀 누그러지며) 어디서 배우긴 제대로 배웠네.
태웅 부모는 자식이 공부 못한다고. 실수를 했다고 집 나가라고 하진 않습니다.
지점장 (말문 막혀서 주춤거리다가) ...야, 맨날 당근만 주냐? 자식 잘되라고 채찍을 가하는
것두 부모의 역할이야.
태웅 (덤덤하게) 지점장님은 항상 채찍만 사용하십니다. 당근도 주십쇼.
지점장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야?
용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고)
씬36 공항 청사 앞(오후)
연호와 애란, 청사를 향해 걸어간다.
애란 난 이게 뭐냐? 화창한 주말에 조카애인 마중이나 나오구.
연호 억울하면 이모도 애인 만들어.
애란 만들고 싶은 남자는 있는데 아직은 완사이드야.
연호 (호기심에 눈이 반짝) 정말? 누군데?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연호와 애란.
연호의 목덜미 뒤로 새 옷의 상표가 밖으로 삐죽 나와 달랑달랑.
씬37 공항 청사 안. 입국장(오후)
연호와 애란이 들어서서 전광판을 확인하고 환영객들 틈에
적당히 서고 하면서 대화 이어진다.
연호 (궁금해 죽겠다) 뭐 하는 사람인데? 같은 방송국 피디야?
애란 자동차 세일즈맨.
연호 세일즈맨? (가당치도 않다)
애란 표정이 왜 그래?
연호 (김새서) 하구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 세일즈맨이야?
애란 뭐 그런 이상한 질문이 있냐?
연호 솔직히 그렇잖아.
애란 그렇긴 뭐가 그래? 그리고 니 애인도 세일즈맨이야.
연호 (항변) 그건 전혀 격이 다르지. 승민씬 대한자동차의 브레인이야.
유럽 총판 본부장하고 영업사원하고 어떻게 똑같애?
애란 뭐가 달라? 어차피 차 파는 건 똑같은데.
연호 아무튼 영업사원 이모분 좀 김샌다.
애란 나두 승민이 같은 조카사위 김새.
연호 (뜻밖의 말에 뜨악해서 본다) 승민씨가 어때서?
애란 인간미가 없잖아? 숨막히게 빈틈없고, 특권층 의식으로 똘똘 뭉친데다가
가끔 썰렁한 농담이나 해서 사람 냉동이나 시키구.
연호 (천진하게) 원래 잘난 사람들은 어딘가 도도한 데가 있어. 나처럼.
애란 (귀엽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 웃는다)
연호 그리고 아직 조카사위 운운할 단계 아니야. (그러다 반색) 어, 승민씨다!
-고급스러운 캐주얼 정장차림의 승민, 작은 트렁크 끌며 나온다.
-연호, 달려가고 애란 천천히 발걸음 떼며 뒤따른다.
-승민, 손을 흔들며 오는 연호를 보곤 미소를 짓는다.
연호 생각보다 빨리 나오네요?
승민 (미소) 짐이 없었어. 잘 있었지?
연호 (끄덕끄덕)..으응.
애란 (다가와 서며) 오랜만이에요.
승민 네. 어른들은 다 안녕하시죠?
애란 덕분에. 근데 무슨 연인들 재회가 이렇게 썰렁해요? 포옹하는 단계
까진 아직 진행이 안된 사인가?
연호 이모? (왜 그래?)
승민 (그냥 웃는)
-그때, 정중한 차림의 운전기사가 다가와서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기사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본부장님.
연호, 애란 (누구지?)
승민 네. 오랜만입니다.
기사 회장님께서 차를 보내셨습니다.
승민 알았어요.
-기사, 정중한 태도로 앞서서 출입문 쪽으로 향한다.
승민과 연호, 애란이 나란히 나간다.
씬38 공항 청사 앞(오후)
연호와 승민, 애란이 나와 서 있다. 한쪽에 고급 승용차를 대기시켜 놓고
기사는 승민의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있다.
승민 (애란에게) 마중까지 나와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연호 미안해, 이모.
애란 혼자 가는 게 더 편합니다요. (승민에게) 집에서 봐요.
승민 네. (연호 태우려고 승용차 뒷좌석 문을 열려는데)
-기사가 급히 와서 차 문을 열어주려고 한다.
승민 (기사를 적당히 제지하고 직접 차 문을 열어 주며) 타.
연호 (이런 대접이 싫지 않다. 승민에게 쌩긋 웃어 보이곤 애란에게)
집에서 봐, 이모!
-애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그러다 차에 오르는 연호의 목덜미
뒤로 달랑거리는 옷 상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애란 (이크!) 야. (하는데)
승민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애란 (엉거주춤) 어...그래요.
-승민도 차에 올라타고, 차안의 연호는 웃으면서 애란에게 눈인사를
하는데 애란은 엉거주춤. 차, 떠난다.
애란 (벙하니 보며) 도도 공주 스타일 다 구기네.
씬39 달리는 차 안(오후)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연호와 승민.
승민은 회장과 통화중이고, 연호는 어린아이 마냥 창 밖의 풍경을
좋아라 감상하고 있다.
승민 (통화중) 미리 선약이 있어서 오늘은 좀 곤란합니다, 회장님.
연호 (회장이란 말에 솔깃해서 승민을 본다)
승민 아뇨. 내일 바로 출근하겠습니다...시차문젠 별로 없습니다. (연호와 눈
맞추지 않은 채 손만 뻗어 연호의 손잡는다)
연호 (깜짝 놀라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모르고 이리저리)
승민 (웃음) 과찬이십니다. 네. 내일 뵙겠습니다. (전화 끊고 연호를 본다)
연호 (시선 마주치자 공연히 해벌쭉 웃는다)
승민 오늘 이쁘다.
연호 (무안해서 찡긋)
승민 옷이 아주 잘 어울려. 못 보던 옷인데 새로 샀어?
연호 (필요이상으로 당황해서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 커지며) 사...사기는요.
원래 있던 옷이에요. (찔려서 얼른 창 밖으로 시선 돌리며) 오늘은 차가
안 막히네에?
-순간, 연호 목덜미 뒤로 불쑥 나와있는 상표를 보는 승민, 뭔가 해서
보다가 상황파악하고 웃음이 푹 나온다.
연호 ? 왜요?
승민 (어쩔까하다가 미소로 때운다)
연호 (상황파악 못하고 쌩긋 웃는다)
씬40 동네 핸드폰 대리점 앞.(밤)
퇴근길의 태웅, 망가진 핸드폰의 수리를 맡기고 나오는 길이다.
태웅 (문을 밀고 나서며, 대리점 직원에게) 잘 부탁드립니다.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며) 차태웅입니다. 어, 애란이구나.
씬41 연호의 집 대문 앞(밤)
애란, 한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차에서 내리면서 통화하고 있다.
애란 낮에 그렇게 헤어져서 궁금하잖아. 무슨 일이야? 별 일 아니면 됐구.
저녁 먹구 소주 한잔 어때? (실망) 같은 동네 살면서 선배 얼굴 보기
무지하게 힘드네.
씬42 동네 거리(밤)
태웅 (걸어가면서 통화한다) 동생이 제대하는 날이야. (웃음) 그래, 다음에
보자. (끊고. 서둘러 걸어간다)
씬43 연호의 집 주방(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식탁 위에 밥상이 벌어지게 차려져 있고, 도우미 아줌마가 수저를
놓고 있다.
정란 (안으로 들어오며) 애들 금방 올 거니까 국 데치세요.
아줌마 네.
-정란, 상차림 점검하듯 접시들을 모양 좋게 놓는데.
준표 (E) 이제 오세요, 아버님.
정란 (거실 쪽 돌아본다)
씬44 연호 집 거실(밤)
가내복 차림의 준표가 철득을 맞는다.
준표 외출하고 안 계셔서 말씀 못 드리고 먼저 퇴근했습니다.
철득 뭐 대단한 손님 행차라구 퇴근까지 일찍 해?
준표 (사람 좋게 웃는데)
정란 (주방에서 나오며) 승민이 오는 날이잖아요, 아버지.
철득 (못 마땅해서 보며) 수숫대도 아래위가 있어. (하다) 좌우지간 유구무언이다.
정란 ? 밖에서 뭐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
철득 (대뜸) 니 동생 나이가 지금 몇이냐? 여자나이 서른이면 환갑이야. 언니가
돼가지구 어떻게 그렇게 무심해?
정란 지가 죽어도 선은 싫다잖아요.
철득 혼인하구 물길은 끌어대기에 달긴 거야.
-하는데 가벼운 가내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애란, 이층에서 내려오면서.
애란 요즘 서른이면 이팔청춘입니다요.
철득 (혀차듯 보고는 방으로 간다)
정란 (애란에게) 너랑 똑같이 출발했다면서 얘들은 왜 이렇게 안 오니?
애란 내가 베스트 드라이버잖우.
(E) 전화벨
애란 (받으며)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잠깐만요. 언니!
정란 (주방으로 가다가 보며) 누군데?
애란 안사돈어른.
정란 (반갑지 않은 표정, 마지못해 받으면서도 목소리는 상냥하게) 예. 형님.
애란 아우 배고파. (주방으로)
정란 (통화) 그럼요, 아버님 기일인데 당연히 알고 있죠. (준표에게 싫은 눈짓)
준표 (또 무슨일인가 싶어 본다)
정란 어떡하죠? 내일은 중요한 수술이 있는데.
씬44 준만의 안방(밤)
낡은 살림살이지만 주부의 손길이 묻어있는 청결한 안방.
점희, 음식을 준비하다 왔는지 한 손에 양념을 묻힌 채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점희 참 이상하네에. 그 놈의 수술은 왜 꼭 바쁜 날에만 있대?
-세수를 마친 준만, 수건으로 닦으며 들어온다.
점희 (삐딱해져서) 할 수 없지 뭐, 이번에도 나 혼자 뼈빠지게 준비해야지.
모레는 일찍 올 수 있지? (하는데)
준만 (수화기 뺏어들어 받으며) 접니다, 제수씨. 신경 쓰지 마시구 천천히 오세요.
그렇겠죠. 제수씨가 어디 보통 바쁜 사람입니까? 그럼요 그럼요 이해합니다.
-점희,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딱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
씬45 연호 집 거실(밤)
정란, 기분 잔뜩 틀어져서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정란 하여튼 유별나, 당신 형수.
준표 (늘 듣던 말이다) 왜 또?
정란 낼모레 아버님 기일이잖아요. 내 사정 뻔히 알면서 꼭 사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해.
준표 (기분이 상하지만 내색 않으려 애쓰며) 매번 형수님 혼자 준비하시잖아.
정란 다른 집도 맏며느리가 다 하는 일이에요. 동서지간에도 수준이
엇비슷해야 대화가 통하지.(하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반색하며) 어머,
얘들 왔나부다. (현관으로 가면서 준표에게) 당신, 옷 좀 갈아입어요.
준표 (못 마땅하지만 내가 참고 말자)...
씬46 준만의 안방(밤)
점희, 불퉁하게 외면하고 앉아서 준만의 일장 연설을 듣고 있다.
준만 뭐 준비할 게 그리 많다구 전화해서 오라 가라. 그저 밥 먹구 하는 궁리가 제수씨 시
집살이시킬 궁리지.
점희 (기가 차서 본다)
준만 (신문 펼쳐 들며) 배고파 밥이나 줘.
점희 (빤히 보고)
준만 왜? 뭐 할 말 있어?
점희 (빤히)
준만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뀔 방귀 있으면 빨리 뀌어 버리고.
점희 (무표정하게 일어서다가 방귀를 뿌웅)
준만 (기겁해서 코 막으며) 이 여편네가?
점희 방귀 뀌라며요? (나간다)
준만 (뒷통수에 대고) 그 심술만 먹어도 삼년은 먹겠다. (손 휘휘 저으며)
아이구 냄새야.
씬47 준만의 주방(밤)
점희, 들어와서 가스렌즈 위에 올려놓은 국을 뎁히려고 가스 켜면서.
점희 남이 들으면 진짜루 시집살이시키는 줄 알겠네. .
준만 (E) 배고파 밥 줘!
점희 (눈 흘기며) 잘난 제수한테 가서 얻어먹지 밥은 왜 나한테 달래?
-순호가 들어온다.
순호 저 왔어요.
점희 (국그릇 꺼내며) 넌 어딜 쏘댕기다가 인제 와?
순호 쏘댕기긴 가게에 있었지. (손 걷어 부치고 나서며) 국 내가 풀게요.
점희 (손 쳐내고 그릇 챙기며) 엄벙덤벙하다 물에 빠지지말구 정신 똑바루 차려.
순호 뭐가?
점희 태만이랑 어울려 다닐 생각 말란 말이야.
순호 걔랑은 그냥 친구야.
점희 그런 놈이랑 친구도 하지 말어, 글쎄.
순호 (쓴웃음)
준만 (E) 순호야!
순호 (밖에 힐끗 보고) 엄마 부르시네.
점희 (알면서도 괜히) 순호가 니 이름이지 내 이름이니?
순호 저 톤은 엄마 부르시는 거잖아?
준만 (E. 더 크게) 순호야!
점희 나가요, 나가. (궁시렁) 사람을 불러도 꼭 저렇게 밖에 못 부르나?
순호 (웃는다)
씬48 준만의 마루(밤)
점희, 나가면 퇴근해 들어온 양복차림의 태웅이 준만 앞에 앉아있다.
준만 (대뜸) 태웅이네 전셋값 올려달라고 했어?
점희 (찔끔)...아니 그게.
준만 (O.L.) 누구 맘대루?
태웅 (얼른 좋게) 올려 받으셔두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요, 아저씨.
점희 (앉으며) 그러지. 그 돈으론 이 근처에서 전세 못 구해.
(태웅에게 좀 미안함이 섞여서)
태웅 알아요, 아주머니. (봉투 내밀며) 늦어서 죄송합니다.
점희 죄송할 거야 없구. (준만 눈치 살피며) 다만 나도 사돈처녀 소개로
우리 집에 온 인연도 있구해서 4년 동안 한푼도 안 올렸는데.
준만 (말 자르며) 그런 소린 뭐 하러 해, 얌체없이?
점희 (끄응)
씬49 태웅의 집 거실
방 두 개에 작은 거실과 주방이 있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
태웅, 들어서면 태희가 맞는다.
태희 (걱정과 미안함으로) 안집에 돈주고 오는 거야?
태웅 (웃는 낯으로 딴소리) 야 냄새 좋은데?
태희 (가엾다) 큰오빠 또 적금 깼겠네?
태웅 (웃는다. 태희 머리 푹 쓸어주며) 넌 그런 걱정하지마. 태만이한텐
아직 연락 없었어?
태희 보나마나 또 여자 만나구 있겠지 뭐.
태웅 (피식 웃음)
태희 씻구 나와. 상 차려 놓을게.
태웅 태만이 오면 같이 먹자. (방으로 움직이고)
태희 (주방으로 가며) 짝은 오빤 언제 철이 날까 몰라.
태웅 (웃고)
씬50 나이트 클럽 앞(밤)
제복을 입은 웨이터가 태만의 장미다발을 들고는 인상 구기고 있다.
태만, 나이트클럽 안에서 나오자 웨이터 얼른 인상 편다.
웨이터 안에 없죠? 거봐요, 없다니까.
태만 (O.L.) 인테리어 죽인다. 조명발도 끝내주고.
웨이터 사장이 바꿨거든요.
태만 (건성으로 끄덕이곤) 유미 그 기집애 요즘은 어디서 노냐?
웨이터 모르죠. 암튼 요즘 좀 뜸해요.
태만 그래? (잠시 생각하다가) 담배 좀 줘봐.
웨이터 (못마땅해서 안보이기 흘기며 담배갑 찾아서 한개 꺼내려는데)
태만 (갑 채로 가로챈다) 너, 그 기집애 나타나면 나한테 전화 좀
때려라. 형 번호 알지?
웨이터 (마지못해) ...네.
태만 (히죽 웃곤 웨이터 어깨 툭 쳐주며) 고생해라. (하더니 장미다발 잊지 않고 챙겨서 껄
렁껄렁 가면서) 고새 세상 많이 바꿨네.
씬51 준만 대문 앞(밤)
옥희, 낮에 그 차림으로 대문 앞에 태양과 함께 서 있다.
옥희 (마치 자기한테 다짐하듯 태양에게) 넌 절대 기죽을 거 없어.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엄마만 믿어. 알았지?
태양 (고개 주억인다)
옥희 (깊게 숨을 들이쉬고 대문을 열려다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인다)
태양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옥희 (다시 용기를 내 보려고) 그래, 뭐 내가 못 올 데 온 거야? (하고 다시
대문을 열려다가 또 물러서고 마는데)
준걸 (E) 누구십니까?
-옥희, 돌아보면 준걸이 살피며 다가와 선다.
준걸 (옥희 모자 번갈아 보며) 무슨 일이세요?
옥희 (어쩔까 망설이다가 베시시 웃는다)
씬52 태웅 거실
태만을 위해 준비한 저녁상에 수저 늘어놓는 태희.
태웅, 방금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온다.
태희 (속상해서) 짝은 오빤 일찍 오긴 틀렸어. 큰오빠 먼저 먹어.
태웅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준걸 (E. 밖에서) 태웅아!.
태웅 네, 아저씨 (현관 쪽으로 움직인다)
준걸 (들어온다) 밥 먹냐?
태웅 아뇨. 들어오세요.
준걸 아냐. (밖에다 대고) 여깁니다. 들어오세요.
-태웅, 의아해서 본다. 태희도 무슨 일인가해서 현관 쪽으로 와 선다.
잠시 후, 옥희가 태양이 손을 잡고 다 죽어서 살얼음 밟듯 들어온다.
태웅 (철렁해서 동상처럼 굳는다)..!
태희 (아직은 누군가해서 보는)
태웅 ....어머니?
태희 (그제야 놀라서 본다)
옥희 (머쓱하게 웃으며)...잘 있었어? (태희 보며) 태희 많이 컸네?
태희 (얼떨떨한 채로)
준걸 여기 서 계시지 말구 올라가세요. (태웅에게) 간다.(눈치 빠르게 사라지고)
태웅 ....들어오세요.
옥희 그럴까? 아 참, (태양에게) 인사해, 느이 큰형이랑 누나야.
태양 (고개 꾸벅)
태희 (얼떨떨해서) 어..(태웅을 본다)
-태웅은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씬53 마당(밤)
준걸 (태웅의 집을 돌아보며) 이야, 무지하게 미인이네.
순호 (자기 집 쪽에서 나오며) 누가요?
준걸 태웅이네 엄마.
순호 (뜨악) 네?
씬54 태웅 거실
저녁상은 한쪽에 물려져 있고, 옥희는 엉거주춤 앉아서 집안을 둘러보고
있다. 그 옆에 불안한 듯이 딱 붙어있는 태양.
태웅, 옥희 앞에 묵묵히 앉아 있고, 태희 어정쩡하게 서 있다.
태웅 (태희에게) 너두 이리와 앉아.
옥희 그래, 왜 그렇게 뻘쭘하게 서 있니?
태희 (가만히 앉고)
옥희 (천연덕스럽게) 허긴 뭐 서먹하기도 하겠지. 너 7살 때 헤어지고 첨이니까.
태희 (그냥 어색한 웃음으로 답한다)
태웅 (담담하게) 저녁진지는 드셨어요?
옥희 천천히 먹지 뭐. (둘러보며) 밖에서 보는 거 보다 안이 좁네. 주방도
좀 불편하게 생겼구.
태웅 (본다)
옥희 이왕이면 아파트로 가지. 주인 집 신경 안 쓰고 좋잖아.
태웅 저희 형편엔 이 집도 과분해요.
옥희 월급받구 보너스 받은 거 다 어따쓰구 아파트도 하나 못 얻었어?
태웅 (황당한 소리에 풀썩 웃고 만다)
씬55 마당
순호, 호기심 가득해서 태웅의 집 앞을 서성거리며 살피고 있는데
태만이 들어선다.
태만 너 뭐하냐?
순호 아우 깜짝이야.
태만 놀래긴. (장미다발을 순호 가슴에 퍽 안긴다)
순호 (벙해서) 이게 뭐야?
태만 보면 모르냐?
-하고 자기 집으로 가는데 순호가 태만의 팔을 잡는다.
태만 왜?
순호 니네 엄마 오셨어.
태만 ...누가와?
순호 니네 엄마.
태만 (무섭게 식어 내린다)
씬56 태웅 거실(밤)
태웅과 태희, 옥희의 신세타령을 묵묵히 들으며 앉아있다.
옥희 그 동안 내가 면목이 없어서 니들 앞에 나서진 못했지만 그래도 내
새끼들이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는 마음속으로 다 챙기고 살았어.
그건 진짜 믿어줘야 돼.
태양 (가만히 웃기만 하고)
옥희 아무래두 난, 우리 집이 찌그러들고 니들이 이렇게 오죽잖게 사는 게
니 아버지 뮛자리 때문 아닌가 싶어. (하는데)
-문 벌컥 열리며 태만이 굳은 얼굴로 들어선다.
-태만, 옥희와 태양을 싸늘하게 본다.
-옥희, 태만의 차가운 태도에 주눅이 든다.
태희 (일어서서 눈치보며) 짝은 오빠 왔어?
태만 (대꾸 안하고 거실로 올라선다)
옥희 (눈치 살피며) 오늘 제대했다면서?
태만 (빈정댄다) 누구세요? 저 아세요?
태웅 (동생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달래듯) 태만아.
태만 (상관없다) 참, 얼굴도 두껍네. 무슨 낯으로 여길 오냐?
태웅 (낮지만 무섭게) 조용히 하고 앉아!
태만 (대든다) 내가 틀린 말했어? 부모라고 다 같은 부모냐구!
씬57 마당(밤)
순호, 태웅이네 집 앞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다.
태만 (E) 여기가 어디라고 와요?! 누가 반긴다구 여길 와?! 당장 나가요!
태웅 (E. 버럭) 입다물지 못해!
- 점희와 준만, 준걸이 태웅이네 소동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마루로
나와 서서 내다보며.
준만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준걸 태웅이네 엄마가 왔거든요.
점희 (벙) 예에?
준걸 디게 이쁘게 생겼어요.
준만 (반짝) 그러냐?
준걸 예에.
점희 (두 남자 하는 소리가 한심해서 본다)
씬58 태웅 거실(밤)
옥희, 주눅이 들어서 앉아있고 태양은 제 엄마의 팔을 꼭 잡고서
태웅과 태만을 바라보고 있다. 태희는 안절부절.
태웅 (일어서서 달래듯) 흥분하지 말구 앉아. 앉아서 얘기해.
태만 (태웅의 팔 뿌리치며) 형은 감정도 없어? 벨도 없냐구?
태웅 어머니한테 이러는 거 아냐.
태만 (열 뻗쳐서) 남자 때문에 자식들 내팽개친 사람이 엄마야?
집안에 땡전 한푼 안 남겨놓고 편지만 달랑 써 놓고 나갔어.
짐승도 그렇게는 안 해!
태웅 (딱하게 태만을 바라본다)
태희 (팔 잡아서 말리며) 이러지마, 짝은 오빠야.
태만 (O.L. 옥희 무섭게 노려보며) 태희가 그때 몇 살이었는지 알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기나 하냐구?!
옥희 (할 말이 없다. 고개 푹 숙이고)
태만 나, 돌면 개만도 못해요. 더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당장 나가요.
(소리치며) 끌어내기 전에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야!
태웅 (대뜸 태만의 멱살 거머쥐고 밖으로 끌며) 너 이리 나와! (하는데)
옥희 (다급하게) 태웅아, 그러지마. (처량하게) 나 금방 갈 거야. 마지막으로
니들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온 거야.
-태웅, 태만, 태희 마지막이라는 옥희의 말에 놀라서 바라본다.
태웅 (태만을 잡았던 멱살 놓고) 마지막이라뇨?
옥희 (궁색하다) 어어..그게.
태만 (O.L. 빈정) 어디 먼데루 온천여행이라도 가시나부지.
옥희 (야속하고 분해서 태만을 본다 서운한 마음에 불쑥) 내가 몸이 좀 아퍼.
-태웅과 태희, 놀라서 본다. 태만은 긴가민가해서 본다.
태웅 (긴장해서) 많이 안 좋으신 거예요?
옥희 다 마음에서 온 병이지 뭐. 니들 생각할 때마다 명치끝이 쿡쿡 쑤시고
아프드니 그게 홧병이 됐는지.(하는데)
태만 (O.L.) 말 갖지 않은 소린 뭐 하러 듣고 있어?
태웅 (낮지만 무섭게) 넌 좀 가만히 있어! (옥희에게) 병명이 뭔데요?
옥희 (잠시 망설이다가 내친김이다 싶어 작정하고)....위암.
-태웅과 태희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놀라서 본다.
-태만 역시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옥희 (자기 감상에 취해서) 인생 공수래 공수거라구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거지 뭐. 이제 니들 얼굴 봤으니까 더 바랄 것도 없어.
(가방 들고 일어선다)
태만 (마음과는 달리 차갑게) 아프면 병원을 가지 왜 여길 와요?
태희 (O.L. 화난) 짝은 오빠 정말 왜 그렇게 못됐어? 엄마 많이 아프다잖아?
(눈물 핑 돌아서) 엄마가 암이라는데 짝은 오빤. (말을 잇지 못하고
와락 옥희를 끌어 앉고 엉엉 울어 버린다)
옥희 (감동 받고, 찔린다)...태희야.
태만 (실은 마음이 편치 않다, 답답해서 괜히 버럭) 아프든지 말든지
우리가 무슨 상관이야! (하더니 에잇 하듯 밖으로 나가 버린다)
태웅 태만아! (옥희에게) 진심 아니에요. (하고는 태만을 따라 나간다)
태희 (옥희 붙들고 울며) 어뜩해, 엄마. 엉엉엉
옥희 (태희를 달랜다) 엄마 괜찮아. 요즘은 암도 다 고치잖아. 기적이란
것두 있구.
태희 엉엉엉.
옥희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나 난감하고 양심의 가책이 생기는데)
태양 (천진한 동심) 엄마 어디 아퍼?
옥희 (당황, 진땀)....넌 가서 손이나 씻어.
\
씬59 동네 파출소 앞(밤)
태만, 전쟁터라도 쳐들어갈 기세로 씩씩거리며 오는데 태웅이
뒤따라 와서 팔을 잡아 세운다.
태웅 형하고 얘기 좀 해.
태만 (팔 뿌리치며 버럭) 할 얘기 없어, 난!
태웅 니 맘은 내가 알아. 엄마한테 한 소리 진심 아냐, 너.
태만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알긴 개뿔. 죽을 병 아니라, 내 앞에서
당장 죽는대두 난 눈 하나 깜짝 안 해.
태웅 태만아?
태웅 (혼잣말처럼) 병원비가 없었나부지? 누구 등꼴을 빼먹을려고.
태웅 (굳어서 본다)...!
태만 옛말 하나도 안 틀려. 뿌리대로 걷는다잖아. (하는데)
-태웅, 마치 유도를 하듯이 태만을 엎어치기해서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는다. 비명 지르며 바닥으로 나가떨어지는 태만.
태웅 일어나!
태만 (분해서 노려본다)
태웅 (버럭) 일어나 임마!
-태만, 에이씨 벌떡 일어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태웅에게 덤벼들어 형제가
바닥으로 나뒹군다. 엎치락뒤치락 엉켜서 뒹구는 태웅과 태만.
주위로 구경꾼들 모여들고 파출소에 있던 경찰도 뛰어 나온다.
힘 겨루기엔 태웅이 태만보다 한 수위다. 태웅, 태만을 올라타서 멱살을
거머쥐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경찰이 옆에 와 선다.
경찰 (어처구니가 없어서) 당신들 여기서 뭐해요?
태웅 (숨을 몰아쉬며) 네?
경찰 여기 파출소 앞이에요.
태웅 (주위를 둘러보고 파출소를 확인하더니, 태만의 멱살을 풀어주고 일어서며) 야, 일어나.
저쪽으로 가자.
태만 (일그러진 채로 가쁜 숨 몰아쉬며 신경질) 왜에?
태웅 (일어서서) 여기 파출소 앞이래.
태만 (짜증) 에이씨. (일어선다)
태웅 (경찰에게) 죄송합니다.
경찰 (황당해서 말도 잊었다)
태웅 (태만의 흑 묻은 옷을 털어 준다)
태만 (손을 탁 밀치며 짜증) 아, 됐어! (하더니 휙휙 간다)
태웅 (다시 한번 경찰에게) 죄송합니다.
-하고, 태만을 향해 뛰어가서 태만의 어깨에 손을 두르며 ‘많이 아프냐?
하면 태만, ‘그럼 안 아퍼?’ 하고 손을 쳐낸다.
태웅은 다시 손을 올리고 태만은 다시 쳐내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가는 형제의 뒷모습.
씬60 포장마차(밤)
태웅과 태만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싸운 감정의 찌꺼기 같은 건 없는
두 남자다.
태웅 지난 일은 잊어버리자. 누구나 부끄러운 과거쯤은 있는 거잖아.
태만 맘 넓은 형이나 잊고 용서해. 난 죽어도 못하니까.
태웅 지금부터 잘해, 임마. 어머니 돌아가신 담에 후회하지 말구.
태만 (불끈해서 신경질) 암이라고 다 죽어? 요즘 의학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혼잣말처럼) 죽는단 소린 왜 해, 재수 없게.
태웅 (씩 웃는다)
씬61 연호 집 거실(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준표, 정란, 승민.
철득은 소파 상석에 앉아서 졸고 있다.
정란 본사 마케팅 실장이면 핵심자리 아닌가?
준표 그럼 사람으로 치자면 머린데. (승민에게) 예정보다 귀국이 빠르다
했더니 좋은 일이었구만. 축하하네.
승민 고맙습니다.
-연호와 애란 주방에서 과일과 커피를 내온다.
정란 (기분이 좋아서) 그 나이에 벌써 그런 자리에 오르고 대단하다.
승민 (좀 멋쩍은 미소)
연호 할아버지 주무시네?
철득 (눈감은 채로) 자긴 누가 자? (눈을 뜬다)
준표 고단하신 모양인데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버님.
철득 그래야겠다. (승민에게) 너무 늦게까지 있지말구 빨리 들어가서
부모님한테 귀국 인사부터 드려.
승민 (일어나서) 예, 할아버님.
-철득 들어간다. 연호와 애란은 찻잔을 놓고 자리 잡고 앉는다.
준표 (농담하듯) 앞으론 회사 일이 바빠서 우리 연호랑 데이트
할 시간도 없겠는데?
승민 (담담하게) 그래서 가능하면 빨리 연호씨와 결혼했으면 합니다.
연호 (놀래서 사래 들려 커피 튀려는 입 막고 승민을 본다)
-다른 가족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라 휘둥그래하고.
준표 결혼 얘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 아직 서로를 알기에는
만남도 부족하구.
정란 (좋아서 들뜬 기분 애써 누르며) 그건 아버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애.
승민 (경직되지 않고 여유 있게) 제 말이 갑작스러운 건압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있는데도
시간을 끄는 건 소모적인 일이구요.
정란 (믿음직스럽다) 듣고 보니 그것두 그러네?
애란 (혼잣말처럼) 무슨 프로포즈를 업무보고 하듯 하냐?
정란 (눈으로 윽박지르고)
승민 (웃고) 부모님만 괜찮으시다면 한달 내로 약혼하고 결혼도 가능하면 서둘러
하고 싶습니다.
연호 저기 승민씨. (하는데)
준표 (O.L.) 한달이면 너무 빠르지. 우리도 준비할 게 있고.
정란 (부드럽지만 은근한 무시가 섞인) 당신이 준비할 게 뭐 있어요?
(승민에게) 부모님도 동의하신 거야?
연호 저기 엄마?(하는데)
승민 (O.L.) 런던에서 전화로 말씀드렸습니다.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구요.
정란 (거의 감격) 그래? 우리도 본인들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호 (답답해져와서 뜨거운 커피를 왈칵 들이키다 푸우 품으며) 앗, 뜨거!
앗 뜨거!
씬62 연호 집 대문 앞(밤)
연호, 승민을 배웅하기 위해서 나온다. 연호는 뭔가 생각이 많다.
승민 주말에 우리부모님하고 저녁하자. 장소는 내가 잡을게.
연호 (좀 불퉁해져서) 나한테 먼저 프로포즈하는 게 순서 아닌가?
승민 (본다)
연호 당사자는 난데 이건 너무 일방통행이잖아요?
승민 (미소로) 자존심 상했다면 미안해. 내가 좀 일방통행이야.
연호 (말문이 막혀서 벙 보는데)
승민 이 근처에 핸드폰 대리점 있나?
연호 그건 왜요?
승민 핸드폰 잃어버렸다면서? 지금 사자. 연락 안되는 거 답답해.
연호 (뭔가 할 말이 있는데 자신도 헷갈리는 듯 본다)...
씬63 연호 집 거실(밤)
정란과 애란, 커피 잔과 과일 접시 치우며 얘기 중이다.
정란의 기분은 날아갈 듯 좋다.
정란 내가 사람을 보긴 제대루 봤어. 남잔 자고로 결단력하구 추진력이
있어야 돼. 승민이 봐, 확실하잖아.
애란 (약간 비꼬듯) 언닌 좋겠수? 국회의원에 교수 사돈 두게 돼서?
정란 난 인간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람야.
애란 거짓말도 능수능란하네.
정란 (확 흘긴다)
-새로 산 핸드폰 박스 들고 안으로 들어서는 연호.
정란 (반기며) 승민이 잘 갔니?
연호 (불퉁) 네. (하고 이층으로)
애란 핸드폰 샀냐?
연호 (돌아보지 않고 올라가면서) 응.
애란 ? 쟤 표정이 어째 별룬데?
정란 얼떨떨해서 그래. 공부하느라 연애도 한번 못해 본 앤데, 승민이가
갑자기 서두르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겠지 뭐.
씬64 연호 방
연호, 베개 길게 껴안고 누워서 말똥말똥 천장을 바라본다.
씬65 영업소 앞거리(아침)
태웅과 용만, 영업소 직원들이 나란히 서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안녕하십니까? 대한자동찹니다’를 외치며 팜플렛을 나눠주고 있다.
태웅 (용만에게) 니네 매형 의사랬지?
용만 (팜플렛 나눠주며) 응.
태웅 그럼 우리나라 위암 최고 권위자가 누군지 좀 알아봐라.
용만 매형은 비뇨기관데?
태웅 그래도 의사니까 정보는 있을 거 아냐? (하고 시민에게 인사)
안녕하십니까? 대한자동찹니다.
씬66 영업소 사무실(아침)
태웅, 외근을 나가기 위해 팜플렛과 서류를 가방에 챙기고 있다.
용만 (가방 챙기면서) 누가 위암이야?
태웅 나중에 얘기해 줄게. 꼭 알아봐줘.
용만 알았어. 근데 오늘은 또 어딜 가냐? 필드에 나갈 때마다 막막하다.
태웅 (웃는데)
지점장 (E) 차태웅!
태웅 (돌아본다)
지점장 너 캐피탈에다가 박미선 할부연체 건 니가 책임진다고 했다며?
태웅 네.
지점장 캐피탈에서 할 일을 왜 니가 책임져?
태웅 보증인한테 피해도 가고, 박미선씬 저한테 좀 특별한 고객입니다.
지점장 (못마땅해서) 그래서 책임을 어떻게 질 건데?
태웅 오일만 시간을 주십쇼.
지점장 오일?
태웅 네.
지점장 (잠시 생각하다) 좋아.
태웅 고맙습니다.
지점장 (O.L.) 대신 조건이 있어.
태웅 (본다)
지점장 오일 동안 다섯 대 계약해 와. 못하면 그땐 사표 쓰구.
태웅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다)
씬67 거리
용만은 떠들고 태웅은 흘려들으며 걷는다.
용만 (답답해서) 너 제정신이야? 점장하고 그런 약속은 뭐 하러 해?
그냥 캐피탈에다 넘기면 그뿐이지 왜 사서 고생이냐구?
태웅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중에 보자.
용만 (염려 가득) 어떻게 할 건데?
태웅 보증인부터 만나봐야지. (씩씩하게 간다)
용만 아우 저자식 진짜....
씬68 정란의 병원 외경. (낮)
씬69 소아과 진료실(낮)
연호, 꼬마환자의 입안을 들여다보며 진찰을 하고 있다..
연호 (끝내고 아이에게) 수고했어. (컴퓨터로 처방전 내주며 보호자에게)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손 발 깨끗이 씻기시구요, 물하구 과일 많이
먹이세요.
보호자 네.
연호 나가셔서 주사 맞히시고 처방전 받아가시구요.
-보호자와 꼬마가 인사를 하고 나가자마자.
연호 (하품을 입이 벌어져라 한다) 아우 어제 잠을 못 잤드니 되게 졸리네.
(잠을 털어 내듯 머리를 흔들고는 진료 카드 정리한다)
(E) 노크.
연호 (고개 숙이고 정리하면서) 네.
-문이 열리고 태웅이 들어온다.
태웅 안녕하세요. 아침에 전화 드렸던 차태웅이라고 합니다.
연호 (고개 숙인 채로) 잠깐만요. 거기 앉으세요.
태웅 네. (한쪽에 있는 소파로 가서 앉는다)
연호 (서류 정리 마치고 일어나 소파로 가면서)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예요?
(하다 멈추고 띵해서)
태웅 (일어서다가 역시 멍해서)
연호 ...세에상에.
태웅 (반갑다) 화장실에서 만난 분 맞죠.
연호 (뻔뻔해라. 모른척)...화장실이라뇨?
태웅 어제 백화점에서
연호 (O.L.) 제가 지금 좀 바쁘거든요. 용건이(하는데)
태웅 (O.L.) 화장실에다 핸드폰 놓고 가셨잖아요.
연호 (뜨악해서) 그걸 어떻게 알아요?
태웅 제가 주웠습니다. 안 그래도 핸드폰 주인을 어떻게 찾나 걱정했는데.
연호 (O.L. 쏘며) 여자 화장실 엿보는 게 취미예요?
태웅 (덤덤하게) 거긴 남자화장실인데요.
연호 (벙) 네?
태웅 아마 용무가 급하셔서 착각을 하신 모양입니다.
연호 (당황, 창피) 뭐...그거야 그렇다치구. 핸드폰이나 돌려주세요.
태웅 죄송합니다. 제 실수로 핸드폰이 고장이 났습니다. 수리를 맡기긴 했는데
(하며 가방을 여는데)
연호 (O.L.) 됐어요, 그럼.
태웅 (멈추고 본다)
연호 (소파에 앉으며 다소 거만하게) 어차피 핸드폰은 새로 구입했으니까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하시구요. 찾아오신 용건이 뭐예요?
태웅 (일어선 채로) 고맙단 인사부터 하는 게 순섭니다.
연호 뭐라구요?
태웅 그리고 그쪽 핸드폰을 왜 내가 처리합니까?
연호 수리 맡겼다면서요? 어차피 나한텐 불필요한 건데 다시 찾아서 돌려 받구 하는
과정 귀찮고 성가셔요.
태웅 그렇습니까?
연호 (본다)..?
태웅 그러죠, 그럼. (하더니 가방에서 핸드폰 꺼내 그대로 휴지통에 던져 버린다)
연호 (황당해서 입 벌어지며 벌떡 일어나 부르르 떨며) 이...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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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H 저 푸른 초원위에서 뛰고 싶어......H
ㅡ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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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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