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가대표 발탁이다.
10월 2일 발표된 예비명단에 내 이름이 오른 것을 봤다. 국내 최고의 축구선수들로 이뤄진 대표팀 명단에 들어갔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래도 은근히 최종명단에 들 걸 기대했다. 이를 지나치게 의식했는지 10월 4일 대전 시티즌전에서 몸이 무거웠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지켜보고 있었다.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경기 막판 (최)광희의 골을 돕는 등 결실이 있었다. ‘이제 다 끝났다.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라는 생각에 홀가분했다. 느낌이 좋았다.
누구에게 얘기를 들었나.
최종명단이 발표된 10월 6일이 선수단 휴식일이라 울산의 처가에 가 있었다. 전날 떨려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오전에 쉬고 있는데 구단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축하한다”고 했다.
같이 예비명단에 포함됐던 박희도는 탈락했다.
(박)희도가 내 룸메이트다. 예비명단 발표 후 동료 선수들이 우리 방을 가리켜 ‘대박방’이라고 부러워했다.
희도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 녀석도 태극마크에 대한 기대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희도가 떨리는 목소리로 “형 발표 났어요”라고 묻는데 “미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반응은 어떤가.
황감독님은 칭찬을 많이 하지 않는 분이다. “축하한다. 대표팀에 가서도 열심히 하라”고 가볍게 말씀하셨다.
선수단에서는 국가대표 경험이 많은 (안)정환이 형이 많이 챙겨 줬다. 내가 국가대표가 된 데에는 동료 선수들의 도움이 컸다.
정환이 형에게 반박자 빠른 슈팅 등 많이 배웠다. 정환이 형이 대표팀에 다녀올 때 꼭 선물을 사오라고 압력을 넣었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올 생각이다. 다른 선수들 눈치도 있고(웃음).
허정무 감독이 지난해 말 K리그 활약상을 바탕으로 대표선수를 뽑겠다고 했다. 그 말이 당신에게도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나.
K리그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이 ‘나도 잘하면 국가대표로 뽑힐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축구선수가 프로무대에서 뛰는 건 돈을 벌려는 것만이 아니다. 태극마크라는 꿈을 품고 있다.
난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자주 찾는다. ‘이번에는 혹시 내 이름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대표팀 명단을 살핀다. 대표팀 경기도 빼놓지 않고 본다. 그때마다 나도 저 경기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국가대표로 뽑힌 건 K리그의 좋은 성적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 국내 공격수 가운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황감독님의 가르침 덕분이다. 감독님은 훈련도 매우 공격적으로 하신다. 슈팅 연습도 정말 많이 한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훈련량이 가장 많은 것 같다. 또 감독님이 현역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공격수의 움직임에 대해 많이 얘기해 주신다.
“주워 먹기 등 쉽게 골을 넣을 생각을 하지 마라” “적극적으로 수비수와 부딪혀 이겨 내야 득점 기회가 온다” 등인데 감독님의 말씀을 항상 메모한다.
그리고 훈련하기에 앞서 메모를 다시 한번 읽고 연습장에서 그대로 해 본다. 그런 방식으로 계속 훈련하니까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부산 이적이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지난 시즌 수비수로 보직을 바꿀 뻔 했다.
지난해 7월 대전 사령탑으로 김호 감독님이 오신 뒤 청평에서 첫 훈련을 했다. 감독님이 나를 따로 부르시더니 “수비수로 뛸 마음이 없느냐”고 물으셨다.
당혹스러웠다.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다음날 또다시 수비수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물어보셨다. 난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하기 싫다는 의사 표시였다.
난 프로에 진출한 뒤 줄곧 공격수로 뛰었다. 공격수로 인정받고 싶었다. 또 대전의 주축 공격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였다. 어린 나이였으면 모르겠지만 28살이었다. 이대로 ‘국가대표 공격수’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것 때문에 대전을 떠나게 된 것 아닌가.
그 일이 대전을 떠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부산 이적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부산으로 왔기 때문에 내 실력이 이렇게 향상됐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 만약 수비수로 포지션을 전환했다면 영원히 국가대표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난 정말 행운아인 것 같다.
허감독은 황감독과 지도 방식이 다르다.
허감독님과 관련된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내심 궁금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허감독님에게 배운 (홍)성요와 (송)태림이에게 물어봤다.
둘 다 “허감독님은 열심히 뛰는 선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원래 공격수치곤 많이 뛰는 스타일이다. 평소 하던 대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선수는 첫 대표팀 생활을 힘들어했다.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가 본 적이 있나.
없다. 이번에 처음으로 파주 NFC에 간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어떤 짐을 챙겨야 할지 모르겠다.
(안)정환이 형과 (김)창수에게 물어보기 부끄러워 (이)승현이를 조용히 불러내 알아봤다. 승현이가 “아무 것도 가져갈 필요가 없다. 편하게 다녀오라”고 했다. 긴장되지만 설레기도 한다.
처음 대표선수가 됐지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잘하면 앞으로 계속 뛸 수 있고 부진하면 탈락하게 될 것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당장 살아남아야 한다. 월드컵 3차예선과 최종예선을 지켜보며 공격수들을 유심히 살폈다. 내 장기인 포스트플레이를 잘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부담감도 적지 않을 텐데.
지금은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려 한다. 후회 없이 뛴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기회인만큼 놓치고 싶지 않다.
정성훈
생년월일│1979년 7월 4일
신체조건│190cm/84kg
소속팀│부산 아이파크
포지션│공격수
K리그 성적│129경기 24골 8도움
약력│2002년 울산 현대 입단
2004년 대전 시티즌 이적
2008년 부산 아이파크 이적
SPORTS2.0 제 125호(발행일 10월13일) 기사
http://www.sports2.co.kr/people/people_view.asp?AID=188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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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마지막 기회 놓치고 싶지 않다" (국대 데뷔 이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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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멋진 마인드다
성훈이형열심히하셔서좋은모습보여주세요!왼지힘이있고파력있는겄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