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꽃나도샤프란
사프란 (Saffron)
학명 : Crocus sativus
영명 : Saffron crocus
산스크리트 : Kumkum
국명 : 장홍화 (藏紅花), 번홍화(番紅花), 박부람(泊夫藍), 철법랑(撤法郞),
사프란(Crocus sativus)은 붓꽃과(Irid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서 높이 15cm 정도 자라며 가을에 꽃을 피우는데, 이 꽃의 암술대를 채집하여 말린 것을 사프란이라고도 한다. 지름 3cm 가량 되는 납작한 공 모양의 알뿌리(구근)에서 줄모양(선형)의 잎이 모여 나며, 10-11월이 되면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올라와 끝에 한 송이 보랏빛 꽃이 핀다. 암술대는 길이 2.5-4cm이며 붉은 색에 가까운 진한 주황빛으로 위쪽은 세 갈래로 길게 갈라져 있고 밑둥은 붙어 있는데 말리면 실고추 비슷하며, 수술은 세 개로 노란색 꽃가루로 덮여있다. 2-3주 후 꽃이 진 다음 잎이 자란다. 한 철에 하나의 구근에서 2-9개의 꽃이 피는데 꽃마다 한 개의 암술대가 있으므로, 1그램의 사프란을 얻으려면 500개의 암술을 핀셋으로 일일이 채취하여 말려야 하는 수작업이므로 사프란은 가장 값비싼 향신료로 팔리고 있다.
사프란(saffron)은 아랍어로 Crocus sativus의 암술대를 가리키는 ‘azafran’ 또는 ‘zafaran’에서 온 것으로 ‘sahafaran’은 아랍어로 노란색을 의미한다. ‘Krokos’는 그리스어로 ‘사프란’, ‘sativus’는 ‘재배하다’라는 뜻으로써, 사프란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 소아시아 지역으로 야생종인 그리스의 Crocus cartwrightianus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온난하고 비가 적은 곳에서 잘 자라서 남유럽, 그리스, 스페인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특히 돈키호테로 유명한 스페인의 라 만챠는 남유럽 최대의 사프란 산지이다. 크로커스속에는 약 80종의 식물이 있는데 지중해에서 이란, 터키, 인도, 중국 서부에 이르기까지 분포되어 있다. 사프란은 종종 ‘meadow saffron’이라고 불리는 백합과의 콜키쿰(colchicum)과 혼동되기도 하는데, 콜키쿰은 외양이 비슷하나 독성이 있고 여섯 개의 수술을 지니고 있다.
사프란이 염료와 의료용 약재로 사용된 역사는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청동기 시대 (BC1500)인 크레테의 미노아 문명 유적에서는 사프란으로 염색된 옷, 사프란 무늬가 짜여진 옷, 사프란 꽃을 따거나 여신에게 바치는 여인들이 그려진 프레스코화와 도자기 들이 발견되었으며, 그보다 1000년 전의 약학서인 이집트의 파피루스 에버스에서도 사프란의 기록을 볼 수 있고, 성경 아가서 4장 14절에서는 번홍화(karkom)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로마시대의 여인들은 머리카락이나 옷감을 물들이거나, 음식에 사프란을 사용하였다. 15세기 뉴렘베르그에서는 사프란에 가짜를 섞어 팔았던 사람들이 산채로 매장되는 형벌에 처해졌다는 기록이 있으니 당시에도 중량을 늘이기 위하여 사프란 수술을 섞거나 이물질을 섞어 파는 일이 빈번했던 것 같다. 영국에 사프란이 들어온 것은 14세기로서, 한 영국인 여행자가 발각되면 처형당할 것을 무릅쓰고 자신의 지팡이 속에 사프란 구근을 넣어 가지고 와 에섹스 지방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재배법은 9월에 사프란 구근을 땅에 심어 10-11월에 개화기를 맞고, 꽃이 지고 난 사프란을 그대로 이듬해 4월경까지 잎이 자라도록 두어 광합성을 통해 구근이 양분을 얻도록 한다. 봄에는 다시 땅에서 파내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서 가을까지 보관하며, 2-3년에 한번씩 뿌리 나누기를 하여 구근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넉넉하게 마련해 주도록 한다. 사프란은 영양분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과 스페인의 라 만챠와 같이 뜨겁고 건조한 여름을 좋아하나, 여름 기후가 서늘하고 습한 영국에서도 재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프란은 값이 매우 비싸서 잇꽃(safflower) 꽃잎과 같은 값싼 물질을 분말에 섞어 파는 등 이물질을 섞은 것이 많으므로, 분말보다는 진한 오렌지 빛의 실고추 모양의 사프란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잇꽃 꽃잎은 노란 색은 내지만 사프란과 같은 향은 내지 못한다. 사프란의 색과 향은 강하므로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데, 소량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사프란을 팬에서 볶거나 전자레인지에서 30초 정도 구워 향이 발산되기 시작하면 식혀서 곱게 갈아 사용하거나, 미리 더운 물이나 국물에 15분 이상 담그어 색과 향을 우려내어 사용하는데 네 시간 정도까지도 맛이 계속 우러난다.
아유르베다에 의하면 사프란은 모든 도샤(체질)에 균형을 이루어주는 약재로서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몸에서 독소를 제거한다고 한다. 최음제로서의 효능이 있으며 관절염, 천식, 간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되며 열을 내리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음식에 사용할 때는 사프란을 우유에 담그어 우려내어 사용하기도 하며, 디저트, 채소 요리, 쌀 요리 등에 다양하게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사프란을 진정(鎭靜), 진경(鎭痙), 통경(通經)제로서 사용하였으며, 편두통, 현기증, 우울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프란에 들어있는 주요한 화학적 성분은 치자와 같은 색을 내는 크로신(crocin), 맛을 내는 피크로크로신(picrocrocin), 향을 내는 사프라날(safranal) 등으로서 이들 성분의 함량에 따라 수확물의 품질이 결정된다. 이중 사프라날은 전체 휘발성 물질 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에서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험실에서 사람의 암세포에 이들 크로신, 피크로크로신, 사프라날을 처리했을 때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는 것이 관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