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의 장편소설
因 緣
<제1편 세상 문>
⑰ 양지호라는 사람-6
그러나 경산의 날선 서슬을 무엇으로 어떻게 무디게 할 방법이 그녀에게는 떠오르지 않아서 무슨 계략을 꾸미어 서로 좋은 사이를 맺게 하려는 거였다.
“접주어른, 경산님이 저의 집 이웃에 셋방을 들어 사시게 되었습지요.’
정숙은 일단 경산과 이웃해서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오, 박 부인 댁과 이웃해서 살게 되었군요.”
그는 들을수록 위엄이 넘치는 굵직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정숙은 양지호의 보쌈에 걸리지 않고, 그를 만났더라면, 운명은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따금 하였다.
“예! 그렇습지요. 오늘 출근하면서 제가 살림살이를 들여놓으라고, 그분께 당부하였으니, 지금쯤 그렇게 하셨을 거예요.”
정숙은 아침에 경산에게 일러준 말을 상기하면서 말하였다.
“그럼, 잘 되었습니다.”
정 접주는 길게 늘어뜨린 수염을 한번 모아잡더니,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하였다.
“앞으로 저와 함께 직장에도 같이 다닐 테니, 그러면 이따금, 교당에도 함께 들르게 될 거예요. 그렇게만 된다면, 정 접주어른께서도 그분과 얼굴도 익히게 될 터이고, 이야기도 서로 나눌 수 있으니, 일이 잘 될 듯싶어요.”
“고맙습니다. 박 부인! 이토록 마음을 써주시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경산님은 선뜻 응할 것 같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습지요?”
“그야, 상대의 속뜻을 모르고, 함부로 덤벼들었다간, 큰일 나는 법입니다.”
그는 수년간 동학군을 이끌고, 관군과 싸운 경험이 있는지라,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이치를 몸에 익히고 있는 터이었다. 말하자면 상대를 알고, 또 나를 말면 백번을 싸워서도 이길 수 있다는 병법의 말을 여기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쩍 하니, 생각하고 있었던 거였다. 뿐 아니라, 처덕이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났던 것도 이러한 지기를 갖추게 한 것 같았다.
“그러게 말이에요.”
정숙은 걱정스레 대꾸하였다.
“아무튼 가까이 사신다니, 좀 더 차근히 생각을 해보기로 합시다. 서두를게 없습니다. 인연이 끼친다면, 무슨 방법이 나오겠지요.”
“.....!”
정숙은 그가 인연이란 말을 흘려내자, 그렇구나 싶었다. 불가에서 사람이 옷깃만 스치어도 인연이라던데, 한 몸이 되어 평생을 함께 살아갈 배필이라면, 천생의 인연이 끼치지 아니하고서 사람의 힘만으로 억지 맺어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기에 모든 일은 천지신명께 맡기어둘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아무리 노심초사한들 제 갈 길이 따로 있는 법이었다.
그녀가 잠시 이런 생각에 잠기었는데, 정 접주도 그런 침묵을 틈타서 잠시 뭔가를 속으로 궁리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문득 침묵을 깨더니, 말을 이어갔다.
“박 부인께서 어려우시더라도, 기왕에 도와주시려고 발 벗고 나섰으니, 경산부인 곁에 자주 가까이 근접해서 그분을 깊이 살펴보시고 속내를 떠보세요. 그러면, 그분이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어느 땐가는 순간이나마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니, 그게 겉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얼마든지 짚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동요하는 빛을 엿보신 연후에, 상태를 자주 귀띔을 해주신다면, 결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슨 수를 쓰리다.”
첫댓글 대우도 정숙씨를 평소에 잘 사귀어놔야겠습니다ㅎ
오늘도 아침부터 푹푹 삶아대는 날씨입니다
출근전에 컴을 켰다가 늦어서 그냥 끄고 출근해서 잠시 들려 갑니다 ^^*
중매꾼이 실로 실속은 없으면서 잘 뛰어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역시 오전8시 집을 나가 청양에서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가뭄속에 더위라 더욱 심하군요. 아스팔트 시멘트건물도 더위와 추위를 한층 고조시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