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울릉도, 그 숲을 거닐면서 독도를 생각한다.
울릉도와 독도!!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랜다. 동해에 우뚝 솟은 작은 섬 울릉도 대한민국의 섬들 중에 9번째로 큰 섬, 인구는 9,000여명이 살고 있고, 풍부한 관광자원이 숨어 있는 곳. 250만년 전에 화산폭발로 생긴 섬 울릉도, 그곳엔 세월을 거치면서 많은 식물 들을 품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0.1%도 안되는 곳에 살아가는 식물 종만도 800여 종이나 된다.
지금부터 약 20여년 전에 울릉도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들을 섭렵해 보자고 다짐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당시는 40대 초반의 현직 교사 시절이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뱃길도 멀고 선플라워호같은 쾌속선이 울릉도를 오가긴 했지만 식물 탐사를 위해 본인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1주일에 고작 1박 2일, 그것도 식물탐사를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밖에 없었다. 2005년부터 울릉도를 들락거리면서 그곳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그 이후 13년의 세월이 흘러 2018년 어느 날 어느 정도의 자료가 축적되니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진 것이 ‘울릉도독도식물도감’이었다. 아쉽게도 그 책에 담겨진 식물 종 수가 470여 종밖에 되지 않았다. 울릉도 전체 식물이 약 800여종 인데, 그 중에 470종이 도감에 실려 있으니 60% 정도밖에 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히 울릉도와 독도를 찾았고 2018년 이후 지금까지 내 손에 잡힌 식물들이 300종 가까이 더 되니 770여종이 내손에 들어온 샘이다.
2022년 8월에 정년퇴임 후, 울릉도 1년 살기 프로잭트를 준비했고 그 실천을 2023년 3월에 실행에 옮겼다. 2023년 3월부터 12월까지 약 10개월간 울릉도에 살면서 울릉도독도식물도감(증보판)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물론 단순히 식물탐사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울릉도에서 숲해설가로서의 활동을 한번 해 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숲해설가와 식물탐사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어 상방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가장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숲해설 소재가 단연 식물이 아니던가? 식물조사를 많이 해 놓고 나니 숲 해설도 재미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숲해설은 주로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관광객들 중 대부분은 울릉도와 독도를 함께 보기 위해서 들어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즉 울릉도와 독도는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고 늘 함께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독도를 가지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면 대부분 독도에 대해 애잔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독도는 한국땅인데 ‘왜 한국땅이냐’고 물어보면 시원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유없이 그냥 한국땅이지 않느냐고 한다. 그렇다. 유구한 역사를 통해서 실효적으로 지배한 이 사실만으로도 당연 한국땅인 것이다. 말이 필요 없다. 그렇지만 논리를 개발해 놔야 한다. 일본인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확실한 논리를 개발해 놔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자들이 독도를 이야기할 때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한국땅”이라는 사실은 빠짐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에 하나 더 추가하여 “독도는 식물학적으로도 한국땅이다.”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하겠다. 그러니까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그리고 식물학적으로도 한국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어떻게 해서 “독도는 식물학적으로도 한국땅.”이지?
전세계적으로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식물이 있는데 이를 ‘울릉도 특산식물’이라고 한다. 울릉도 특산식물에는 40여종이 있다. 그 특산식물 40여종 중 12종의 특산식물의 학명(Scientific Name)속에 독도가 한국땅임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30년대 이전에 Nakai, Uyeki & Sakata, Honda등 일본인 식물학자들이 울릉도 식물을 조사한 후에 울릉도 특산식물 12종의 학명의 종소명에 ‘takesimana’, ‘takeshimensis’등을 붙여 놓았다. 이 ‘takesimana’, ‘takeshimensis’는 ‘타케시마(竹島)에 있는’이라는 의미로 울릉도에서 발견한 특산식물에 ‘타케시마(竹島)에 있는’이라는 것을 붙여 놓았다는 이야기는 그 12종의 식물이 발견될 당시인 1930년대 이전에는 울릉도가 타케시마(竹島)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일본인들은 1930년대 이전에는 울릉도를 타케시마(竹島)라고 해 놓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독도를 타케시마(竹島)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에 해당하며, 현재의 일본인들은 과거에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이 내용은 일본인들이 발행한 고문서, 고지도인 죽도방각도(1833), 조선죽도도항시말기(1870), 기죽도약도(1877)등에서도 확인된다.
아래는 위에 언급한 12종의 학명들이다.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 Nakai(1919)], 섬나무딸기[Rubus takesimensis Nakai(1918)], 울릉장구채[Silene takeshimensis Uyeki& Sakata(1931)], 섬장대[Arabis takesimana Nakai(1918)], 섬기린초[Sedum takesimense Nakai(1919)], 섬벚나무[Prunus takesimensis Nakai(1918)], 섬단풍나무[Acer takesimense Nakai(1918)], 섬광대수염[Lamium takesimense Nakai(1929)], 섬현삼[Scrophularia takesimensis Nakai(1938)], 섬남성[Risaema takesimense Nakai(1929)], 섬바디[Distaenia takesimana (Nakai)Kitagawa (1937)], 섬포아풀[Poa takeshimana Honda(1928)].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중 나리분지 숲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위의 내용을 담아서 숲해설을 해 준다. 울릉도까지 와서 나리분지 숲길을 찾는 사람들이면 숲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숲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펼쳐 놓으면 대부분은 감동한다. 그리고 나서는 내년에 계절을 달리하여 꼭 다시 오겠노라고 이야기하고는 나리분지를 떠난다.
울릉도 나리분지 숲길은 식물자원의 보고이다. 그래서 그곳은 더 이상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해야 한다. 나리분지 숲길을 거닐면 이른 봄에는 초록향기를 내 뿜는 섬노루귀, 섬벚나무들이 귀를 쫑긋 새우고는 숲속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즐비하게 늘어선 큰두루미꽃들도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 여름에는 키큰나무들이 햇빛을 차지하려고 서로 키를 쭉쭉 키운다. 양지식물인 침엽수와 음지식물인 활엽수가 목숨을 건 한판 명승부를 펼친다. 올해도 그들의 진검승부는 무승부다. 언제까지나 그들은 무승부로 남을 수는 없다. 어느 일정한 시점이 되면 양지식물인 침엽수들은 도태될 것이다. 그때가 언제쯤일지(30년 후? 50년 후?) 그들의 여름은 그렇게 경쟁도 하지만 인간에게 유익한 다양한 물질들도 많이 공급해 준다. 그때쯤 섬백리향은 아주 진한 향기를 내 뿜으면서, 섬초롱꽃은 한껏 자신의 자태를 자랑하면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가을이 오면 봄소식을 전해 주었던 식물들은 대부분 결실로 이어져 열매를 맺고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그 가을 숲속에 순백의 울릉국화도 아름답게 피어나 어서오라고 손짓하네. 11월이면 관광객들도 상당히 줄어들고 나리분지가 400m정도의 고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추위도 빨리 찾아온다. 11월 말경에 첫눈이 내렸고, 12월 20일경에는 4일 연속 눈이 내려 40cm가까이 쌓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라고 하니 울릉도 겨울은 그것이 일상이란다.
그렇게 그렇게 울릉도의 1년살이가 지났다. 지나고 나니 늘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목표로 한 것이 있었기에 나의 1년살이는 살뜰한 1년이었다. 2024년은 더 바쁜 한해가 될 것 같다. 3월부터 늦깍기 대학원(경북대)도 준비했으니 말이다. 다시 1년을 준비해 보자. 더 멋진 울릉도의 내일을 위해서.....
이 글은 3월에 산림문학지에 실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