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의 근성과 대담성은 장난기 가득한 얄개였던 고교 시절에 형성됐다.
고교 3학년 겨울,대학진학을 위해 수능시험을 치러야 했던 김남일과 축구팀 일당 5∼6명은 한달간 숙소에 모여 공부를 했다.
운동장을 휘젓던 몸들이갑자기 공부를 하려니 좀이 쑤실 수밖에 없었다.
마침 이들의 뇌리에 ‘여학생이 깔고 앉던 방석을 훔쳐서 시험 당일 거기에 앉으면 시험을 잘 본다’는 묵은 속설이 떠올랐다.
이에 김남일은 일당을 선동(?)해 부평여고로 진군했다.
그러나 한밤중이라 문은 꽁꽁 닫혀 있고,오로지 4층 창문 하나만 열려 있었다.
"내가 올라간다”고 나선 김남일이 졸지에 ‘스파이더맨’처럼 벽을탔고, 친구들은 혹시 떨어지면 잡기 위해 밑에서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다행히 불상사 없이 교실에 도달해 친구 수대로 방석을 수집하고 칠판 앞에서 실례(?)까지 하며 정상에 오른 쾌감을 만끽하던 즐거움도 잠시.
방망이를 들고 뒤쫓아오는 당직 선생님을 피하느라 혼이 빠졌다.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다음이다.
하필이면 같이 방석을 훔치러 갔던 친구의 여자친구가 그 반의 아침당번이라 김남일의 영역표시물을 치우게 돼 엄청난 원망을 들어야 했단다.
이밖에 고 1때 축구부 단체 탈퇴를 주도한 뒤 다른 친구들이 복귀한 후에도 8개월간 웨이터 생활 등을 전전하다가 아버지의 눈물 때문에 결국 축구부로 되돌아온 일화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