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봉으로 갈까? 낙성대 둘래길을 갈까? 요즘 새벽에 운동하고 매일 오고 있어서 조금만 가리라 마음을 먹고 올라가는 중에 어떤 사람이 내려오면서 연주대에 가면 바다가 보인다고 말을 하고 내려갔다
그 순간 연주대에서 바다를 보는 것은 몇년에 한번 보기도 어려운데 라는 생각을 하며 능선길로 올라갔다 샘터에서 2리터 가득 물을 준비하고 쨍하게 맑은 날씨의 능선을 걸으니 도시가 내려다보여서 풍경 사진을 찍었다
땀이 흐르고 덥다 더위 속에 마당바위와 헬기장을 지나 연주대 가는 갈림길에서 산으로 갈 것인가 우회길로 갈까?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 산길로 붙어 올라갔다
새로 놓은 나무 계단과 구비구비 산 능선을 지나 예전에 밧줄잡고 올라가던 길을 한번 처다보고 밧줄을 잡고 올라가던 그때를 이제는 그리워하며 계단으로 올라가서 짧은 밧줄을 두번 잡고 연주대로 올라갔다
아! 바다가 보인다 오염된 공기로 막혀있던 보이지 않았던 바다가 환하게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수리산 정상이 코 앞에 보이고 그동안 숨어 있던 더 먼 산들이 지척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서울 안에 아파트와 건물들이 그 너머 경기도 일대의 모든 산들이 도시의 건물 끝에서 하늘과 맞닿아 도시를 빙둘러 쌓고 있었다
인천 대교 다리가 한강다리처럼 선명하게 보이고 온통 물색 바다 그 뒤에 산도 보였다
수도권 도시를 중심으로 가깝고 선명하게 둘러 쌓인 산들이 보여서 좋았는데 어느 도사님이 축지법을 쓴 것처럼 세상이 코 앞에서 보였다
한참동안 바라보다 서울대 자운암 쪽으로 내려오며 물색 바다에 자꾸만 눈이 닿았다 바다와 가까이 보이는 산과 도시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상쾌해 졌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잘사는 물질 문명 세계에서 잘 살게 되면서 공기는 흐려졌고 한강은 탁해졌다
어릴때 한강에서 모래장난을 하고 맑은 물에서 헤엄을 치는 송사리를 잡고싶어 했으나 언제나 빈손에 잡힌 한강물에 햋빛만 반짝이던 맑고 가난했던 그 시절의 맑음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살아가면서 세월은 흐르고, 흐르는 물에 남은 돌처럼 나이를 먹었다
그나마 그 세월 속에 건져지는 것은 아이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산 다닌 추억들이 일기장과 사진 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남아서 좋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서울시내 전체가 손에 잡힐듯이 가까웠고 몇 발 자욱만 걸으면 갈수 있을것 같았다
도화지 한장에 다 그릴 수 있을 듯이 한 눈에 다 보이는 풍경은 처음이었다
2007년도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켐프 가는 길에 칼라파트라를 가기로 하고 고락셉 롯지에서 아침 일찍 나섰었다
한산국여성산악회 회원 여자 네 명은 바로 앞에 칼라파트 정상이 바라 보여서 금방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올라가는 길은 엿가락 처럼 늘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유럽에서 온 어떤 팀은 한줄로 나란히 서서 하나 둘 셋 넷 .. 여덟 발자국을 올라가면 잠시 쉬기를 반복하면서 올라가고 있어서 나도 그들을 따라서 여덟 발자국에서 멈추고 큰 숨을 쉬며 다시 하나 둘 셋 넷... 여덟 발자국을 세며 올라가기를 반복하며 오천 미터 넘는 산은 산소가 부족한지 올라가니 숨이 덜 차고 쉬웠었다
맑고 깨끗한 순도 100%의 희말라야 공기는 사물을 가깝게 보이게 했다
여성산악회 독서 모임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영광의 북벽을 쓴 정광식씨는 희말라야는 공기가 맑아서 산이 가깝게 보인다는 말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말이 생각이 났다
중국과 일본이 장마 때문에 물이 마을을 잠기고 선샤땜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는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오락 가락하기도 하면서 쾌청하고 깨끗해서 보이지 않던 풍경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관악산 글씨가 쓰여있는 바위 앞에는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너머에 시원하게 보이는 바다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오래 전 태풍 매미가 왔을때 연주대에서 보았던 바다는 오후의 태양빛에 반사되어 은빛 갈치 한 마리처럼 빛나고 있었던
그날의 풍경을 다시보는 것은 그야말로 운수 좋은 날이었으니 시원하고 통쾌한 감동이 었다 그날처럼시간이 일러서 바다물은 물색이었고 은 빛으로 반사되지는 않았다
바다를 볼수있는 자운암으로 밧줄을 집고 내려오는 하산길은 한적하고 좋았다 내려와서 서울대 입구에 내려오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중에 눈길이 멎었다
우연히 예전에 카나바루와 대만 옥산을 같이 갔던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알듯 말듯한 사람을 만났다 십여 년도 더 넘은 오랫만에 보는 얼굴 잠시 마주앉아 그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관악산 주변을 걸어 다녔다고 말해서 연주대에서 멋진 바다를 보았다고 말을 했다
마치 그때로 돌아간듯 그 산악회 사람들중 누구 누구는 건강 하시냐고 안부도 묻고 우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번에 어디를 가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어 아쉽다는 말도 했고 그는 낭가파르밧과 베이스 켐프와 K2베이스 켐프도 갔다왔다고 말했다
참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가 배낭에서 꺼내어 따라주던 인삼차 한잔을 마시고 서울대 입구에 와서 그는 집을 이십분 걸어가면 된다는 말을 하며가고 나는 버스를 기다리다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 올랐다
예전에는 관악산을 타고 내려와서 서울대 입구에서 다시 집까지 걸어오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무릅을 아껴야 한다 더 산에 오래 다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