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폭설이 내려서 아예 버스 타기를 포기하고, 전철역까지 한시간을 걸어갔다. 온 동네를 다 돌아서 송내역까지 가는 버스는 분명히 한시간이 더 걸리리라...지나다니는 버스가 별로 보이지 않아서 나의 선택이 옳다는 확신이 있었다. 한시간을 걸은 것이 아깝지 않았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기 보다는 걷는 것을 선택한다. 좀 더 진취적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차가 좀 다니는 것 같아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상동에서 부평구청까지 가는 9800번을 기다렸다. 10분이 지나도 안오고, 어제도 한시간이나 강의에 늦었는데 마음이 조급해졌다. 버스노선을 보니 87번도 삼산동까지는 간다. 일단 부천을 벗어나 인천으로 넘어가면 인천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급한 마음에 87번이 오길래 탔다. 삼산 체육관 앞에 내려서 택시라도 타려고 도로를 보는데 아!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9800번이 오고 있었다. 그 뒤엔 780번도 오고 있었다. 모두 부평구청까지 가는 버스이다. 조금만 기다릴걸...결국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부평구청역까지 갔다.
목표가 있으면 좀 더 믿고, 차분하게 기다려볼걸...
돌아오는 길에는 기필코 9800번을 타기 위해 기다렸다. 요즘은 버스도 몇번째 역전인지 몇분 후에 오는지 알려준다. 1200번이 곧 도착한다고 한다. 1200번을 타면 부개동에서 내려 좀 많이 걸어야한다. 아침의 교훈을 생각하고, 9800번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안내판에 9800번이 오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18분 뒤에 도착할 버스들도 나타나는데 9800번은 아예 안 나타났다. 그러면 20분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가? 갈등하며 차라리 저 안내문이 안 나오면 곧 오리라는 희망을 가지며 기다릴텐데..하며 가까운 미래를 미리 아는 것이 좋지는 않구나..생각을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9800번이 왔다. 야호!!!
어제 한시간 걸은 길을 15분 만에 왔다. 그 안내문을 믿고, 다른 버스를 탔더라면 곧 이어온 9800번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목표를 정하라
기다림이 길어도 목표를 변경하지마라.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주위에서 장담해도 믿지마라
곧 나타날지 모르니까...
만약 9800번이 끝까지 안왔다면...다른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목표를 정하라
그러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므로 한가지 방법에만 매달리지 마라. 미련한 짓이다.
이루워지지 않는다고, 주위에서 장담하면
주위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
귀 기울려라...
무엇이 옳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