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수도권 사람들의 경우 자기 사는 동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수도권의 어지간한 읍·면 주민들조차 부산, 대구, 광주같은 도시들도 시골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엄연히 '광역시' 타이틀을 달고 있는 대도시로서 왠만한 수도권 도시들보다 훨씬 크며,
이들 중에는 무려 '위성도시'를 달고 있는 곳도 있다.
김해, 양산, 경산시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 이 중에서도 김해의 규모가 단연 월등히 큰 편이다.
얼마 전 5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으며 아무리 외진 곳을 가도 공장단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규모뿐만 아니라 사실 부산보다 더 오래된 전통도시 타이틀을 지닌 곳이기도 한데,
가야 연맹의 핵심이었던 금관가야의 500년 도읍지로서 '가락국기' '구지가'의 고향이자,
가장 먼 이국 땅 인도까지 오갔던 한류열풍의 최초 근원지(?)인 곳이기도 하다.
그랬던 곳이 금관가야 멸망 이후 오랫동안 잠잠하고 계속 동래와 부산에 종속되어있기는 하지만,
내외·북부지구, 장유신도시, 부산신항 등 개발의 호재를 더불어 맞음과 동시에
노무현 전대통령의 고향으로서 또 한번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결코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2009년 1월 2일.
양산에서 경남고속 우등형 시외버스를 타고 새로 뚫린 고속도로를 무섭게 밟아제껴 30여분만에 들어왔다.
여행 3일차라 너무 피곤해져 눈도 제대로 못 뜰 상태가 되었지만,
그래도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카메라를 꺼낸다.

그러고보니 내가 내린 곳이 도로 한복판이다.
김해터미널 시설이 안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설마 하차장이 이런데 있을까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도로 바닥 한가운데 하차장이라는 글자가 떡하니 붙어있다.
여기서 내려서 사진 위로 보이는 주차장 구석을 지나가야 한다니...
도로 한복판에서 내린 경험은 처음 해본 것 같다.

하차장에서 바라본 김해여객터미널 건물.
한 눈에 봐도 꽤 세월의 손때를 많이 탄 듯 보인다.

오기 전에 들은 소문 때문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왔었는데, 예상과 달리 주차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다양한 업체들과 다양한 차량들이 한 곳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게 인상적이다.

임시건물같이 초라하게 생긴 터미널이지만 승객도 많고 버스도 많고 승차장도 길다.
이런 건물로 꽤 오랫동안 있어왔던 것 같은데 조금 신기하게 느껴진다.

김해도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주 수요노선이 서울행과 주변지역으로 가는 것들이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업체들보단 경남, 삼도, 강남, 천일 등 토종업체가 훨씬 많은 편이다.
사람들도 수도권쪽 승차장보다 주로 영남행 승차장에 많이 몰려있다.

사진에만 강남고속, 삼도고속, 경남고속, 김해여객, 금호고속, 고려여객(고속), 천일여객, 신흥여객 무려 일곱 업체나 있다.
이들 말고도 더 많은 업체들이 김해터미널을 드나드는데,
노선이 주로 주변지역 위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업체가 들어오는 것이다.

차가 드나드는 출입구 쪽에는 시내버스들이 줄을 지어 주차되어 있다.
이곳 외동터미널이 고속, 시외터미널이면서 덩달아 시내버스 차고지 역할도 같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터미널에 직접 서지는 않고 여기서 휴식만 취할뿐이다. 말 그대로 '차고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보면 볼수록 주차장과 터미널이 매치가 되지 않는다.
저렇게 크고 수많은 버스를 수용하면서 정작 사람을 수용하는 공간은 이렇게 허름하다는게 정말 매치가 안 된다.
사람보다 버스가 우위인 건가..?

대충 보면 그렇게도 느껴진다.
비록 연초여서 더 그렇겠지만 자리가 꽉 찰 정도로 무척이나 사람이 많았는데,
자리만 꽉 찼는데도 터미널이 꽉 찬 듯한 느낌까지 받을 정도로 아담하니 말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낡은 건물을 조금이라도 꾸미려고 꾸준히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엿보인다.
일단 내장재부터 여러 번 리모델링한 듯 보였고,
LCD 안내시스템까지 갖춘 나름 '최신식 터미널'이기도 하다.

매표소 또한 자동발매기가 창구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굉장히 구식으로 보이는 디자인이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것들 때문에 창구가 너무 좁은게 문제라면 문제.
명절이나 휴가철이면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좁다.

'서울 공화국'인 대한민국 특성상 어느 지역에서도 서울가는 버스가 1등공신이다.
김해도 예외는 아니지만 대략 50~60분 간격으로 도시 규모에 비하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장유가 자체수요로 빠지기도 하는데다, 시내 양 사이드에 끼는 구포역, 진영역의 존재감도 한 몫 할 것이다.
더욱이 이 때만 해도 서울-부산 KTX가 모두 구포로 다니고 진영역엔 KTX가 들어오기 전이었는데,
지금은 부산까지 KTX 전용선이 놓이고 진영으로도 고속열차가 들어왔으니 아마 서울행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을 것 같다.

역시나 주력노선은 마산, 울산, 진주 등 주변지역으로 가는 노선.
특이하게 마산에는 '고속' 표시가 있는데, 삼도에서 운행하는 김해-진영-덕산-창원역-마산 노선과 구분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마산 직행노선은 사진처럼 0시와 30분 정각에 출발하고, 완행노선은 15분 간격으로 수시로 운행한다.
양산-울산행도 새로 뚫린 고속도로로 자주 운행하는데 11:00, 11:40이 11:20분차로 통합된걸 제외하면 변동이 없다.
진주행도 7시~19시까지 정각 출발을 몇 년 째 변동없이 유지중이고,
광주행은 창원터미널-창원역을 경유하고 15:20, 16:20분차가 16:00로 통합된 걸 제외하면 그대로다.

열차의 영향이 어느정도 있다는걸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는 바로 수도권 노선의 전멸.
구미경유 성남행이 생기기 전까지는 오산-수원-안산행말고는 수도권 노선이 아예 없었다.
그나마도 하루 여섯번. 지금도 배차는 변동없이 그대로다.
언양-경주-포항행 노선도 하루 12회 운행하고 있고, 순천행은 15:30이 폐지되면서 지금은 하루 3회에 그친다.
부곡-영산-창녕-대구행, 배둔-고성-통영행, 밀양행, 생림-삼랑진행은 지금도 위의 시간표 그대로 차가 출발하니 참고하시길.
다만 밀양은 시간에 따라 경유지가 각각 다르니 잘 보셔야 한다.

창원직행, 전주-익산-군산행은 지금도 시간표 그대로 운행중이고,
사상행은 07:00 + 07:20 → 07:10(공항경유), 09:50 + 10:40 + 11:30 → 10:00 + 11:00, 15:40 → 15:00(공항경유), 16:20 → 16:00으로 바뀌고,
대전행도 07:20, 08:50, 10:50, 12:50, 13:50, 14:50, 16:50, 17:50, 18:50으로 많이 감차되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사진에 나와있는 진영-창원-마산이 위에서 말한 마산완행으로서, 첫차가 5시40분으로 늦춰진걸 제외하면 지금도 그대로다.
창원완행의 경우 장유를 들렸다가는 노선인데, 창원직행 노선이 하루 2회밖에 없는것도 위의 장유경유 노선의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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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간표에 없는 노선은 동래-해운대, 통영직행(거가대교경유), 구미-성남이 있는데,
동래-해운대는 06:00, 06:30 이후로 매시간 10, 30, 50분 운행 (21:30~00:30 사이는 정각,30분 출발).
통영직행(거제 무정차)은 08:30, 11:30, 14:10, 16:40, 19:00에 출발.
구미-성남은 08:10, 10:10, 13:40, 17:20에 출발한다.

정식이름은 '김해여객터미널'이지만 주민들은 외동터미널, 김해터미널, 김해정류장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쓰는 이 곳.
이름마저도 하나가 아닌 이 곳은 김해시의 색깔을 마치 형형색색의 옷으로 입는 듯하다.

최근 몇년간 지방에서의 인구 증가율 1위.
위성도시임에도 전통의 색깔을 누구보다 많이 입은 역사의 산증인이자,
장유와 부산신항 개발로 생활권이 여러 갈래로 분산되는 김해는 여러 면에서 다양성을 보이는 곳이다.
단순한 박스형 건물이지만 은은한 색채로 뒤덮여 누구보다 포근해보이는 터미널 건물.
그 뒤로는 올해 개통예정인 김해경전철 공사 현장이 얼핏 눈에 들어온다.
서로 다른 도로교통과 궤도교통이 한 데 어우러질 것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예 건물 밖으로 나와 따스한 햇살에 몸을 녹여본다.
주변의 아파트와 텅 빈 공터, 그리고 높은 산이 손에 잡힐 듯 한 눈에 아른거린다.
방문한지 무려 2년 반이란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
겨울에 본 것과 여름에 보는 것은 어떻게 다를지, 건물이 싹 바뀌어있을지 차들은 얼마나 바뀌었을지..
조만간 갔다올 내일로 여행이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다.
첫댓글 터미널 건물 도색이 유니버스 기본도색을 연상시키는거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그러고보니 유니버스 기본도색과도 꽤 비슷하네요..
밀양 가는 버스는 도착지는 어차피 시외버스터미널이죠...
예... 그렇죠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사실 너무 횡설수설하는것 같아서 개인적으론 별론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창원직행은 김해-남산동-창원터미널이고, 장유경유 창원은 김해-주촌-장유-남산동-창원터미널입니다.
그래서 창원직행과 삼도여객 완행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창원직행 운행회사는 신흥여객, 장유경유 창원은 김해여객입니다...
또한 삼도여객 완행은 창원터미널에 정차안하고 창원역에 정차합니다...
마산완행을 창원완행으로 쓰는 바람에 장유경유 노선과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지적해주시면서 자세한 부연설명 붙여주신것도 고맙고, 다른 내용을 써버린것도 유감이네요. 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저 터미널이 한때를 풍미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땅입니다. 토공으로부터의 매입과정에서 상당한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지만..비록 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사이였긴 해도 정치적 후원은 사방팔방에 하고 다닌 사람이어서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된 것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얼마 전에 시세차익 500억 이상을 남기며 신세계에 부지를 매각했지요. 신시가지쪽에 위치한 부지라 복합상업시설로 개발하면 영향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많던 박연차 회장의 소유였다는걸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위치도 좋고 부지도 넓은데 왜 허름한 건물에서 영업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대로 맘만 먹으면 정말 훌륭한 시설을 만들 수 있을텐데요.
터미널 세우는 당시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던때라... 대통령이 언급되는건 좀 불 필요하지않나 생각됩니다. 당시 시장이었던 송은복씨는 뇌물수수로 구속되었구요. 박연차씨가 김해에 가진 땅이 꽤 될껍니다. 얼마전에 한일골프대회 열렸던 김해의 골프장도 태광실업꺼구요.
아;; 제말은 터미널 부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상관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연차 이야기만 나와도 노무현 어쩌고 하면서 욕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여야를 막론하고 박연차와 연관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오해가 있었네요;;
강남고속 운행 안한걸로 알는데 해운대고속 다닌 걸로 알고있습니다
강남고속이 뿔뿔이 흩어졌지요 ㅎㅎ
저는 제가 갔었을 당시 기준으로 글을 쓰곤 한답니다^^; 이해해주세요.
임시로 만든게 정식터미널로 이어져 온지 한 10여년은 된거같네요. 터미널 부지에 이마트가 들어서 터미널과 함께 사용하기로 되있는데, 문제가 있어 꼬였는지 아직까지 지지부진합니다. 옛날 터미널은 지금 새벽시장으로 쓰고있는 자리에 있었는데, 구.동신여객(현재 김해여객이 그 명맥을 받아오고 있습니다)이 망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해운대나 동쪽에서 오는 버스들은 거기서도 하차시키기도 합니다. 지금도 외관이 그리 크게 바뀌진 않았습니다. 배둔-통영노선 중 일부는 거가대교를 이용하구요. 강남고속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해운대고속이 들어오는것과 금호고속의 출입이 좀더 잦아졌다는거 말곤 그대로입니
건물이 임시느낌을 워낙에 팍팍 풍겨서 조금 수상하긴 했는데, 역시나 이유가 있었군요. 구터미널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하고요. 해운대고속 차도 한 번 타보고 싶네요. ㅎㅎ
시청에서 경찰서 방향으로 가시다보면 오른쪽에 보이실껍니다. 안전제일이라고 적혀있는 구 터미널 벽면이ㅎㅎ
덕분에 좋은 공부하고 갑니다.
늘 수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제부터 맥시멈님의 터미널 기행을 처음부터 읽고 있는 중인데...금강고속의 홍천터미널도 가보고싶고 울산터미널도 가보고싶어져서...한숨만 푹푹 쉬다 잠들었습니다.
고등학교,대학생때 터미널에 가서 매연냄새만 맡고 좋아하면서 차에 올라탈 생각을 못했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사진 잘 봤습니다. 생각했던 김해터미널 보다 주차장 규모가 크네요..
서태지님같은 분이 계셔서 왜 이렇게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글 올릴때 가장 위안도 되고 힘도 나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시간이 되신다면 잠깐이라도 바람 좀 쐬고 오셔요 ㅎㅎ
김해에서 구미 오는 버스도 있었군요 몰랐네요 공항 리무진만 있는줄 알았는데 ^.^
예 어느새 생겼더군요.. ^^
성남 직통으로 생긴 노선이었는데 승객이 없어서 구미 경유로 변경된 노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