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만난 주민께 여쭈니 6시 정도면 과역행 버스가 온다며 정류장에서 기다리란다. 30분 동안 더 걸어가는데 삼거리다. 과역행이 어디로 갈까 정류장마다 차 시간표도 없고...
지도를 확인해서 지름길로 생각되는 길로 향하는데 산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마지막 마을이다. 6시가 되어 캄캄하여 더 이상 앞길을 모른채 산속으로 진행하는 것 보다는 이쯤에서 버스를 탈 생각으로 불이 켜진 농가로 들어가 차시간을 확인하니 6시 20분이면 과역행 버스가 있다며 정류장에서 기다리란다.
농촌분들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습관화된 것 같은데 초행길 나그네에겐 불안하기만 하다.
이분들의 말을 믿어야 할지 워낙 고령이신지라...
정확히 20분이 되니 군내버스가 캄캄한 도로를 밝히며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손 들어 세우니 차안엔 아무도 없다. 이제까지 손님 하나 없이 달리기만 했는데 종점까지도 한분도 타는 분이 없다.
조만간에 농촌주민들도 사라질 것이니 농촌마다 불켜진 집을 찾아 볼 수도 없을 것 아닌가
모두가 떠나간 농촌 들녘은 그대로 방치될 것인가 아니면 군단위로 영농단을 조직해서 운영할 것인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농촌뿐만이 아니라 도시 역시도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할 것이 뻔한데 속수무책으로 세월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니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들로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크게 고통할 것 같은데 뭐 내일 일로 앞당겨 걱정할 필요 있겠느냐마 오히려 그런 말 하는 자를 부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자라며 왕따시키는 사회이니... 내일 일은 나 몰라요 그저 하루 하루 믿음으로 살아가요 내일의 행복은 공짜로 얻어질 순 없는 법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그에 합당한 결실을 누릴 수 있는 법인데 내일 일을 걱정하며 대책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면? 듣기는 좋아보여도 그럴 듯한 사기꾼들 아닌가?
모든 말에는 적용 대상과 적용범위가 있는 법인데 긍정적인 마인드로 되는데로 고통없이 고뇌함이 없이 살아간다면 만사가 해결될 것인가
팔영산 산행길에 간간이 만나보는 문구들 중에 만족한 돼지보다는 고뇌하는 사람이 되라는 문구도 이런 취지에서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루하루 돼지처럼 육체적인 즐거움과 만족을 누리면 그것으로 최고의 인생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는 것 같은데 그 스스로가 사람이길 포기한 자라 할 것이다.
나에게 모든 것이 풍족하니 그것으로 만족한 삶을 누리면 됐지 뭐 고뇌할 필요 있느냐
나만 만족하면 그것으로 편안하다 할 수 있겠는가 내 주변도 함께 편안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기에 우리들 인생은 고뇌하지 않을 수 없고 고뇌함으로 인간답게 살아간다 할 것 아닌가
내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런 자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더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닐까
40년 전엔 모두가 궁색한 삶이었지만 오늘날같은 심각한 갈등은 없었던 같다.
어려움 중에도 이웃과 나누는 정이 있었는데 오늘날엔 면전에서 자랑하듯 약을 올리고 있으니 그렇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들
부유해질수록 돼지처럼 동물화 되어가는 데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니 그야말로 우리들 인생에게도 종말이 가까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