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는 지난 21일 개산 1359주년을 맞아 개산조인 자장율사와 역대조사에 차를 올리는 부도헌다제를 엄숙하게 봉행했다. 부도헌다제는 창건정신을 잊지 않고 사부대중 모두가 정성이 깃든 차와 마음을 봉헌하는 의식이다.
조계종 제15교구 본사 통도사(주지 현문스님)가 영축산 전역을 대상으로 수행과 신행 복지와 문화공간을 창출하는 ‘통도사 100년 불사’를 추진한다. 개산대재 첫날인 지난 21일 오후 2시경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는 통도사를 비롯해 12개 산내 암자의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백년대계(百年大計)’에 관한 첫 브리핑이 실시됐다.
지난 3월부터 국내 내로라하는 지리학 풍수학 조경학 건축학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거 영입돼 실시된 이번 프로젝트는, 사찰불사가 임시방편으로 시행되는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지 현문스님이 고안해낸 것이다. 이른바 ‘미래 통도사 불사 기본지침서’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강원대 이학동 교수가 통도사 개산조인 자장율사가 창건 당시 중점을 두었던 풍수지리학적 근거 등을 토대로 향후 불사의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본지가 입수한 보고서 ‘통도사 장기개발 기본계획-주변지역에 대한 지형학적 고찰’에는 ‘극락암을 옹위하는 영축산 능선도’ ‘통도사 주봉에서 금강계단으로 내려가는 기맥선’ ‘통도사 본찰의 기맥의 흐름과 혈형성의 개념도’ ‘장래 통도사 본찰 터잡기’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브리핑에서는 풍수지리학상 가장 좋은 명당자리로 꼽힌 현 극락암 자리에 신(新) 통도사를 건립하는 건과 산내 암자 연계도로망 구축, 근현대 중창불사 중 잘못된 부분 교정 건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다음 브리핑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기로 했다. 통도사측은 중간브리핑에서 대중들과 심층적인 협의와 토론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뒤 오는 2006년 3월부터 ‘백년불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도사 문화유산의 정비와 보존, 금강계단의 새로운 가치 창출, 불국토 조성원리의 가치 고양, 세계문화유산 등록 추진 등을 목적으로 한 통도사 ‘백년대계’는 이외에도 다양하고 획기적인 문화체험 공간을 마련할 방침이다. 통도사 산문부터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천혜의 보행로(1.2km)를 ‘테마가 있는 보행로’ ‘불교신앙과 어우러진 사색의 공간’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공원’으로 조성, 선재동자 53선재상을 배치하는 등 이색문화공원으로 꾸밀 계획이다.
또 연꽃 청포단지와 생태하천 연화광장 등이 있는 대규모 연화습지공원〈사진 위 조감도〉도 조성, 젊은이들을 위한 이색적인 문화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그동안 중진 어른스님들의 의견과 중지를 모으고 여론을 수렴하는 등 수년전부터 구상한 프로젝트였다”는 현문스님은 “새로운 지식 정보 문화시대에 불교의 가치를 한껏 더 높이기 위해 통도사를 격조 높은 불보사찰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는 사부대중의 지혜가 다 모아져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통도사 백년대계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 신행과 수행의 조화, 본사와 암자의 조화, 문화와 복지, 교육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획기적인 불사 프로젝트”라며 “특히 수행승과 교학승 종무소 소임자들이 기거하는 장소를 분리하고, 노스님들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여 스님들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전문시설을 설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도사 산내 12암자의 연계 도로망 구축도 검토중인 통도사측은 향후 취운암은 스님노인복지시설, 사명암은 탱화전수실, 서운암은 십육만도자기대장경 봉안실 등 암자별로 특성을 살려서 문화신행포교도량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1~22일 열린 통도사 창건 제1359년 개산대재에는 정재계인사를 비롯해 사부대중 1만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전국의 다인(茶人)들이 모여 통도사 창건주와 역대조사들에 차를 올리는 부도헌다제를 비롯, 성보박물관에서 열린 마곡사 괘불탱 특별전, ‘노인전문요양원’건립을 위한 고승 선서화전, 청소년 사생대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