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보니 남남종주 이후로 지리산은 처음이네....
무릎도 언제 나았는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지만 괜찮은 것 같다
사실 이번 산행의 의미를 굳이 두자면 '만복대'가 2인용 텐트를 새로 장만해서 마수걸이로 한번 자자고 박 산행을 잡았다
2인용이라서 혹시 좁을지 몰라 나도 1인용 고어텐트를 후배에게 빌려서 가지고 간다
07:54 물이 불은 선녀탕은 쉽사리 건너게 하지 않는다
'만복대'는 숏다리인데도 겅중겅중 징검질을 잘도 한다
'뫼가람'도 바싹 뒤를 잘 쫓는다
자욱한 개스에 가랑비에 어설프고 심란하기 짝이 없다
하긴 더 세차게 오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알아야지
07:57 옥녀탕에서 준비해간 김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뫼가람'이 부시럭 거리며 배낭에서 뭘 꺼낸다
어라~ 내 것하고 똑 같은 디카네
올 4월에 샀는데 성에 차지 않아서 인터넷에 내다 팔고 다시 샀단다
사진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다 (잘 찍는 노하우 안 알려줘야지... 흐흐~~)
옥녀탕 (우측에 김밥 먹는 모습이 희미하다)
옥녀탕과 칠선폭포 사이
08:15 아침을 간단히 마치고 옥녀탕을 출발
가는 길에 표고버섯이 눈에 뜨인다 원래는 그런 것 별로 관심이 없지만 점심 라면에 넣어 먹을 욕심에 몇 장 챙겨본다
09:23 엄청난 수량을 자랑하며 칠선폭포가 쏟아진다
길에서 본 칠선폭포
09:33 대륙폭포와 칠선 합수부다
우리는 합수부 바로 위에서(칠선쪽) 제석봉골을 타야하니 대륙폭포 방향도 아니고 칠선 길도 타면 안된다
막바로 계곡 산행을 해야한다
'만복대' : (능글능글 웃으며..)"시간도 널널한데 간식 좀 먹고 푹 쉬었다 가죠"
'나' : (그러면 그렇지.....) "알아서 해..."
'뫼가람' : "그럼 나는 대륙폭포좀 보고 올께요..."
쉴 때마다 둘이서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계곡에 자욱한 개스보다 더 짙게 다가온다 우씨!!!!!
10:55 긴 휴식을 깨고 본격적으로 계곡 산행을 시작한다
칠선계곡 물줄기를 타고 약 8-9분 진행하면 칠선골과 제석봉골 합수부가 나온다
우측 골을 접수해야 하는데 좁은 폭포가 버티고 있어 중간 능선을 약간 잡아타고 돌아야한다
제석봉골은 사태를 비켜간 몇 안 되는 계곡중의 하나이다
비록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신경이 쓰이고 자욱한 개스에 시야는 훤히 트이지 않았지만 수려한 계곡이다
'나는 靑山을 향해 가건만 綠水야 너는 어디서 오느냐~' 는 김삿갓의 싯귀가 읖조려진다
제석봉골을 타는 일행 ↑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발이 미끌려 몸이 주루룩 밀려 떨어진다 순간, '아, 이렇게 가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찰라에 든다
겨우 2m 남짓한 절벽이어서 불과 0.000몇초만에 떨어졌겠지만 최소 3-4가지 생각은 더 한 것 같다
특히나 목에 메고 댈롱거리는 디카가 또 물에 젖으면 이번엔 또 얼마를 들여 고치지??? 라는 생각 등...
왼팔 껍질만 좀 벗겨지고 배낭 덕에 멀쩡했다 물도 그다지 깊지 않아 배낭까지만 잠겼다
사진 찍는다고 뒤쳐진 덕분에 그 창피한 모양새를 '만복대'와 '뫼가람'에게 안 보여줘서 다행이다
리찌화라 너무 맹신했나???
헤헤~ 별수 없이 카메라를 벗어 배낭에 깊숙이 넣는다
12:38 점심시간
라면에 표고버섯을 넣어 끓이니 기가 막히다 서로 버섯만 건져 먹으려고 난리다
점심 먹은 장소
13:26 점심을 끝내고 출발
가랑비는 좀처럼 그칠 기세가 아니다
13:49 조그만 합수부가 나온다
우측은 평퍼짐하고 조그만 폭포가 있다 우리는 좌측골로 진행한다
수량이 줄어들고 계곡은 다소 좁아지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계곡의 나무에는 벌써 가을이 깃든다
14:04 고도 1,400m을 가리킨다
아직도 300-400m는 더 고도를 쳐야한다
계곡 산행은 끝까지 마르고 닳도록 계곡만 고집을 해야 그래도 산행이 쉽다
좌우로 반반하고 훤한 능선이 깔족깔족 유혹을 해도 과감히 뿌리쳐야지 편하자고 선뜻 들이 밀었다가는....
거의 고생할 확률이 높다
15:03 고도가 1,650m에 이르자 비로소 물이 끊기고 계곡이 끝난다
계곡을 벗어나자 경사가 서서히 날을 세운다
처음에는 목 짧은 조릿대가 듬성듬성 있는 편안한 오르막이 이어지더니 정상 냄새가 가까이 다가오자
철쭉과 덩굴이 엉겨 진행이 더디다
마지막 피치를 올리니 제석봉의 고사목이 자욱한 개스 속에 하나 둘 모습을 들어낸다
제석봉이 다가온다
15:43 제석봉
'만복대' : "아이고 배고파 나 사과 한 개 먹어야겠네요"
의미심장한 말이다 정확히 해석하면 사과 한 개를 옴쓰락 혼자 먹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도 '뫼가람'이 지고 왔는데....
그리고 눈치도 안보고 껍질 채 한 개를 뚝딱 해치운다
16:03 바위 삼거리다
제석봉에서 백무동 내려가는 길로 5-6분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길이 제석단으로 가는 길이다
이 제석단으로 가는 길이 10여년전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이다
10년만에 와 봤다고 '만복대'가 희미하게 기억해 낸다
16:17 제석단
제석단
개스가 시야를 가렸지만 보이지 않아도 확 트인 느낌이다
다행이 비도 완전히 그친 것 같다
이 제석단은 예전부터 지리산 산신제를 지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이성계가 창업의 뜻을 품고 명산 순례를 하며 제를 지낼 때 유독 지리산에서만 소지(燒紙)가
타오르지 않아 나중에 불복산으로 명명하라 했는데 그 때 제를 지낸 곳도 이 제석단이란 설이 있다
(창암능선의 소지봉은 이 ‘소지’와는 관계가 없고 예전에 소시장이 이루어져 ‘우장봉‘이라고도 한다)
또한, 이 제석단은 해방 후 마구잡이로 벌목이 자행될때 모농림부장관의 숙부가 제재소를 차렸던 자리라고도 한다
현재 백무동에서 가내소폭포 부근까지의 길이 목재운반으로 인하여 길이 그렇게 좋은성 싶다
우리의 안식처
우리는 느긋이 야영준비를 한다
‘뫼가람’이 돔발돔발 궂은일 잡일은 다 한다
‘만복대’는 입으로만 한 몫하고....
제자가 준비해준 갈비찜에 채취해간 표고버섯을 넣고 끓이니 안주빨이 팍팍~ 선다
30도짜리 대포알이 금방하나 날라 가고 ‘뫼가람’이 짱 박아 온 딤풀 한 병도 ‘맞바람에 게눈 감추 듯 없어진다’
별 수 없이 아침 해장을 위해 남겨둔 900㎖ 정종도 홀짝거려버리고 만다
제석단의 모닥불
언뜻 삼정마을의 불빛이 보이는 것 같아 둘러보니 개스가 걷히고 별이 초롱초롱하다
‘만복대’와 ‘뫼가람’은 새로산 2인용 텐트에 들어가고 난 혼자 1인용 텐트로 들어간다
벌써 자정이 가까워 온다
9/21(일)
아침이 되어 텐트속이 환해졌는데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딩굴거린다
8시가 넘어 ‘뫼가람’이 혼자 나와 ‘손 시려, 손 시려’ 하면서 아침준비를 한다
텐트 지퍼를 열고 내다보니 싸늘한 공기가 확~ 몰려들어 온다
옆 텐트에서는 ‘만복대’ 코고는 소리가 아침인데도 계속이어진다
텐트에 누워서 본 하늘
‘나’ : “어이~ 뫼가람 뭐 좀 도와 줄까???”
‘뫼가람’ : “아뇨 되었어요 더 주무셔요 밥 다 되면 깨울께요” (착한 뫼가람...)
난 그래도 물어 보기 라도 하지 코만 고는 ‘만복대’는 뭐야....
밖은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2인용 텐트 안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순두부찌게가 솔찬히 맛있다 밥도 아주 잘 되었다
‘만복대’가 무지 좋아하는 것 같다 나랑 둘이 다니면 지가 다 해야는데...
근데 텐트 때문에 연신 투덜거린다 몇십만원을 준건데 안으로 결루가 되는 꼴이 영 아닌가보다
(결국 다시 반품을 받아주고 교환하기로 했다)
제선단에서 본 제석봉 능선과 삼정마을 (우측에 보이는 바위가 제석단으로 들어오는 삼거리) ↑↓
11:00 노닥노닥 게으름 부리며 배낭을 꾸려 제석단 출발
지금 가는 길이 예전에 백무동에서 제석단을 거쳐 장터목으로 가는 길이다
제석단에서의 야영을 금지 시키려는 목적인지 10여년부터 길을 밑으로 돌려버렸다
묵혀진 길 치고는 그래도 제법 훤하다
11:06 장터목대피소다 어중간한 시간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
바로 연하봉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2003. 9. 21 11:10경의 장터목대피소
연하봉을 향하여
11:24 연하봉
연하봉에서 본 제석단 (중앙에 둥근 스포트라이트 속의 하얀 것이 제석단 표지판)
연하봉에서 본 천왕봉
능선을 살피는 ‘만복대’
연하선경 속의 ‘뫼가람’
연하봉에서 본 일출봉
연하봉에서 본 ‘덕천강’
서쪽방향과 서북방향은 개스가 끼어있고 남쪽인 거림방향은 멀리 남해까지 보인다
연하봉 표지판 뒤쪽에서 초입을 잡는다
연하북능(한신지능)의 초입은 뚜렷하게 2군데가 있다
연하봉 표지판 뒤쪽과 연하봉을 지나 안부에서 들어가는 길이 있다
두 초입은 40-50m밑에서 만난다
12:17 고도가 1,480m를 가리키는 전망바위다
나뭇가지 사이로 개스 걷힌 반야봉이 보인다
길은 전반적으로 훤하다
능선 전망바위에서 본 반야봉
고도가 1,400m 밑으로 떨어졌을까???
앞서 가던 ‘만복대’와 ‘뫼가람’이 환성을 지른다
길옆의 자빠진 나무에 표고버섯이 더덕더덕 붙어 있다
‘만복대’ : “동주형 오늘은 버섯 따면서 천천히 가죠 그 대신 안 쉬고 점심도 안 먹을께요”
(버섯 따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지뭐..)버섯이라면 끔뻑 죽는 ‘만복대’가 흥분한다
‘나’ : “알아서 해”
산행이 갑자기 표고 채취 목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 이게 표고버섯이구나’ (뫼가람의 모습)
원래는 1능이, 2표고, 3송이로 송이버섯보다도 표고를 더 알아줬다
능이버섯은 물론 식용이지만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 단방약으로 사용해 더 알아 준다
현재는 송이가 인공재배가 안되니까 더 비싸졌지만....
표고버섯은 사목기생균(死木寄生菌)으로 죽은 참나무에서 주로 뚫고 나오는데 성장의 조건은
일단은 포자가 균사가 되어 죽은 참나무에 침투해 있어야하고 그 다음,
첫 번째는 수분이지만 수분만 가지고는 만족하지 못하고 충격이 나무에 전해져야 많이 나온다
따라서 나무를 때릴 정도의 폭우, 태풍, 뇌성벽력 등이 훑고 지나간 3-4일 후가 가장 많이 나온다
우리도 아마 태풍 ‘매미’ 때문에 이렇게 많은 표고를 만난 것 같다
버섯류는 산짐승의 먹이도 아니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바로 썩어 쳐져 버리기 때문에 채취를 강력하게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채취 목적으로 금지된 지역을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문제겠지만...
↑↓ 표고에 정신 잃은 ‘만복대’
둘은 배낭을 열고 잡주머니란 잡주머니는 다 꺼낸다
길옆에서만 채취를 해도 금방금방 주머니들이 차 버린다
얼마 후에는 선별해서 딴다 A급만 골라 따고 물기가 많고 갓이 펴진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표고를 찾아라
13:29 능선에서 오른쪽 한신지곡으로 떨어지는 듯한 길이 나온다
둘이 버섯을 따는 동안 10여분 내려가 보니 아마 장군대나 내림폭포 쪽으로 떨어지는 길 같다
14:28 고도가 1,000m 정도로 떨어지자 신기하게도 표고가 보이질 않는다
버섯이 없으니 속도가 빨라진다
둘의 배낭 무게가 아마 4-5㎏씩은 더 불었으리라
15:17 한신계곡과 지계곡의 합수부인 가내소폭포 부근이다
한신지능의 끝자락 쯤에는 기가막힌 야영지가 2-3군데 있다 한 군데는 거의 30여명 이상이 동시에 막영을 할 수도 있겠다
한신지능의 초입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능선으로 붙어도 되고 한신계곡길을 따라 7-8분 진행하면
금지표지판도 없는 좌측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그 길로 가면 야영지에서 합류된다
16:00 백무동
마천택시는 전화를 받지 않아 인월의 단골 개인택시를 콜 한다
추성까지 2만원 달랜다
백무동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일행 (만복대 스틱이 고장 나버려 다시 샀다)
17:00경이 다 되어 추성산장에 도착하니 주인아주머니가 무척 걱정을 했단다
어제 출발 할 때, 오늘 오후 2-3시경이면 충분히 도착할거라 했는데 시간이 넘어도 안오고
칠선계곡 쪽으로는 119가 출동하고 해서 혹시 우리가 아닐까 걱정을 하신 것이다
표고 따느라 늦었다고 말하고 큰 봉지에 담아드리니 사양을 하다가 잘 먹겠다고 받으신다
추성을 빠져나오는데 아까 타고 온 다이너스티 개인택시가 길옆에 서있고 기사는 나와 있다
초보운전 비구니스님이 차를 받아버렸단다 괜스리 미안하다
오늘은 하산주 안주로 표고버섯과 막창을 같이 구워 먹기로 했다
‘뫼가람’은 피곤해도 운전하는 나를 생각해 끝끝내 졸지도 않건만...
무지막스런 ‘만복대’는 금방 골아 떨어져버린다
첫댓글 맨위에 롱다리 벌레이름은 자벌레랍니다 우리 아들왈~ 대단들 하세요 와~!!! 부럽다 전 그날 아주 목아 죄도록 작업했는데... 지리능선을 벌써 가을이 오네요 단풍이 더러 보입니다 아참... 저 낼 지리에 가요 ^^*
캬캬캬! 추락 하시던 모습 다 봤습니다. 과일주용 으로만 알고 사지도 먹지도 않았던 30도 대포알.와인처럼 부드러웠던 것은 지리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담에는 59도 이과두주로 대포알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바로 엊그젠데 또 그립습니다. 지리가.....
남은 표고 있으면 나눠먹자. 다 주면 좋고....
지리에 다녀왔습니다 산행은 꼴랑 6시간 밖에 안했는데 무릎통증이 장난이 아닙니다 무엇이 문제 였을까요???? 으.....공지산행(광속단)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