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삶’을 어떻게 ‘회통’시킬 것인가
“두번째 화살을 맞아선 안된다”
실상사 대중 <화엄경 열린논강> 첫공부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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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불확정성 혹은 혼돈 그리고 무상. 그 가운데서의 끝없는 선택.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원시 상태에서도 그랬고 유전자 지도까지 환하게 그려낸 오늘날도 그렇다. 그래서 종교는 누천년을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바른 삶을 엮어가는 원리로서의 불교.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그것을 선택한 사람을 일러 ‘불자’라
한다. 2,500년 전 부처님이 통찰한 ‘세계의 실상은 무엇인가?’에
대한 결과로 제시한 ‘바른 길’을 따르겠다는 사람들이다.
2,500년 전 부처님의 문제의식을 오늘의 삶 속에서 체현하려는 불자들의 수행 공동체 실상사. 그곳에서 또 하나의 공부를 시작했다. 이른
바 ‘화엄경 열린논강’.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 삶과 어떻게 소통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토론 마당이다. 지난 4월
29일에 열린 첫 논강의 주요 내용을 지면에 옮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나의 거울이 될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무엇이 보살의 마음씀인가(善用其心)
선용기심(善用其心). 소박한 일상의 언어로, ‘그 마음을 어떻게 쓰는
것이 착하게 사는 길인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착하디착한 사람들의 고통스런 일상이 세상의 날줄이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일대사(一大事)’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부처님이 닦아 놓은 길이 명명백백 진리라
할지라도, 그 길을 걸어가야 할 사람은 부처님이 아니고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 논강은 출발한다. 그 출발의 의미를 도법 스님(실상사 주지, 열린논강 진행자)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 삶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예속돼 있어요. 자기 중심의 맹목적 이기심이 그 바탕일 겁니다. 배타적 소유와 독점, 지배를 부추기는 경쟁 논리는 갈수록 첨예화됩니다. 지금 인류는
사상 최악의 비인간화와 생명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선 이러한 현실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우리 삶을
직시해야 합니다. 초기 경전의 부처님 말씀으로 이러한 문제의식의 절박함을 표현해 보겠습니다.
‘제2의 화살을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첫 화살은 맞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두번째 화살을 맞지 않습니다. 어떤 폭력과 미움도 되돌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누가 미워하면 나도 미워합니다. 악순환이죠. 제2의 화살을
맞는 것입니다.
진정한 수행은 제2의 화살을 맞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늘 ‘깨어있는’ 상태에서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혜와 선정입니다. ‘성성적적(惺惺的的)’입니다. 바로 그 방법을 가르친 것이 화엄경이고요. 앞으로 우리의 공부는 ‘지금 여기의 우리 삶’을 화엄경에 비추어
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왜 화엄경인가
다 아는 대로 화엄경은 방대한 경전이다. 한역(漢譯)으로 40, 60, 80권 본이 있는데, 40화엄은 60, 80화엄의 마지막 장인 입법계품에 해당하므로 60, 80화엄만이 완본이다. 내용은 부처님이 깨달은 바를 그대로 담고 있다.
스케일에 있어서도 화엄경은 우주적이다. 무시로 천상과 지상을 오간다. 수없는 보살이 등장하고 생사와 열반의 경지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특히 입법계품에서는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찾아 가르침을 구하는데, 그들 가운데는 비구, 비구니는 물론 바라문과 외도, 뱃사람,
술집 여자까지 등장한다. 치열한 구도심 앞에서는 종교와 계층, 신분
따위는 하등의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태도다.
그렇다면 왜 화엄경인가. 얼핏 보면 황당하기조차 한 이 경전이 지금
이곳에서의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
“모든 불교 사상을 통일적으로 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과 서, 과거와 현재의 사상을 다 끌어안을 수 있는 경전이 화엄경입니다. 무한한 개방성으로 다양성을 인정합니다. 대립과 반목, 질시를 공존과 조화로 가꿀 수 있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이지요. 불교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살고자 하는 삶의 ‘소의경전’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무한과 영원을 다루며 우주적 사유를 하지만 내막은 현실을 다룹니다. 이런 경전을 철학적 또는 학문적으로만 다루면 공허해요. 그
가르침을 현실의 구체적 삶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대립이 생겼을 때, 화엄경은 어떻게 가르쳤나를 묻자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화엄경은 어렵지 않느냐는 선입견
즉 못난 버르장머리부터 내려놓고 시작해야 합니다.”(도법 스님)
어떻게 공부하는가
참석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모두가 ‘배우는 자이면서 가르치는 자’로,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방식이다.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지만 실상사 대중이 주축이다. 화엄학림과
화림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중학교 과정의 대안학교인 ‘작은학교’ 교사들, 귀농학교와 한생명공동체의 식구들이 바로 그들이다. 오로지 ‘불교적 삶’을 위해 기꺼이 어려운 길을 선택한 그들이지만,
그 선택이 ‘이렇게도 살 수 있다’가 아니라 ‘마땅히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는 믿음을 확고히 하기 위한 공부다.
진행 방식은 먼저 예불을 한 다음 오늘의 언어로 옮긴 화엄경의 <정행품(淨行品)>을 봉독한 뒤, 화엄경의 주요 내용을 주제로 그것에 근거한 구체적 삶의 방식을 개인의 살림살이를 바탕으로 모색한다.
첫 모임은 오리엔테이션의 성격이어서 도법 스님의 설명이 주가 되었지만 앞으로는 활발한 토론으로 진행될 것이다.
시간은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저녁 7시. (참여 문의:063-636-3031)
첫댓글 어디에 실려있던 기사인지 안 밝혀졌네요. 출처를 밝혀야 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