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Woo Seum 유랑단
-브라보 웃음공연단의 행복나눔 공연을 보고-
오후 일을 마치고 어린딸과 함께 과천으로 향했다.
제1회 브라보 웃음 공연단의 “행복나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길은 생각보다 막힌다.
라디오에서 MC몽의 노래가 흐른다.
아이와 함께 몸을 흔들며 따라 불렀다.
노래에 집중하니 막히는 도로가 오히려 고맙다.
“찬바람 불때 내게 와줄래~
세상이 모질게 그댈 괴롭힐때~
신나게 놀자 웃자 한바탕~ 하하 하하하 하하
이밤이 다할 때 까지....“(중략)
MC몽의 “서커스”에서는 삶이 유랑극단의 한바탕 놀이판이 된다.
힘들고 괴로울때 서로의 손을잡고 놀아주고 웃어주자는 가사에서 인간애가 묻어난다.
연예인 으로서는 부대끼는(?) 외모로 촌티나게 막춤을 추어대는 MC몽은 자유롭고
발랄한 이시대 명랑 아이콘 이어서 참 좋다.
30분 늦게 도착한 공연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스마일 박사(레크리이에이션 전문가)의 오프닝 스팟으로 막이 오르면서
댄스메들리로 이어지는 전반부 내내 300여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은 끊이질 않았다.
브라보 웃음공연단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행복여행 19기 리오(닉네임)와 라라(닉네임) 부부가 경희의료원
암병동에 입원해 있었다.
그들의 동기이자 웃음친구인 늘새(닉네임)님을 중심으로 웃음봉사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2008년 5월부터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서 웃음치료를 해주게 되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뜻있는 봉사에 행복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한명한명 같이 참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댄스팀을 구성해 춤과 웃음을 함께 선물하는 즐거운 봉사단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한바탕 춤패들이 퇴장하고
무대는 둥근 조명등 안으로 기타를 멘 여인이 들어온다.
12년동안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웃음치료 봉사를 하고 있는 방글이(닉네임)님이다.
Sing a long 과 함께 웃음을 만들어내는 멋진 재능을 가진 중년의 그녀가 매력적이다.
이어 나잘난님(닉네임)이 나온다.
그녀는 지체장애 2급에 시각 장애1급을 지녔지만 댄스공연단에서 제일 열정적인 춤을
보여주고 있는 슈퍼우먼이다.
교통사고로 손가락 두 개가 마비되었고 언제든지 전신마비가 올수 있는 희귀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이라는 병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
왕복 7시간이 걸리는 동네 강원도 철원에서 서울까지를 오가는 웃음봉사단 활동이
당연하기만하다.
웃음치료사인 그녀의 진짜 꿈은 뮤지컬 배우다.
배우처럼 당당하게 거위의 꿈을 열창한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풍부한 성량이다.
그녀의 굳은 한쪽팔과 움직여지지 않은 손가락에 유독 눈길이 꽂힌다.
나의 멀쩡한 눈과 건강한 팔다리는 어떤 봉사를 위해 쓰여져야하나...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멀쩡한 내 두손을 펴놓고 한동안 내려다 보았다.
시력이 거의 떨어진 그녀의 큰눈이 어둔 우리 가슴을 향해 샛별 하나씩을 박아놓는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갖고 오로지 돈 많이 벌어 잘살아 보고싶었던
포도송이(닉네임)님이 등장한다.
“오로지 기댈건 돈밖에 없어.”라는 믿음으로 살았다.
악착같이 저축해 살만해졌다.
어느날 남편은 모든걸 한방에 날려버렸다. 주식투자였다.
믿었던 돈을 다 잃은 그녀는 삶의 의욕을 접고 숨조차 쉴수없는 무기력증과 함께
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자식 때문에 죽을수가 없었다. 살고싶었다.
막연하게 인터넷에 “웃음”이라고 쳤다. 행복여행을 만났다.
거기서 만난 웃음친구의 “걱정마 내가 도와줄게”
이짧은 위로의 한마디가 자신을 살리고 가정을 살리고 남편을 이해하는 용기가 되었다.
울기만 했던 그녀였기에 춤추는 그녀의 미소가 더욱 아름답다.
조명은 무대 오른쪽 귀퉁이로 향한다.
흰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여인은 누구인가.
무얼 찾고있다. 목발이다.
걸어나오려는 것인가 보다.
그녀가 움직인다.
목발을 짚고 갸우뚱 일어선다.
길게 늘어뜨린 드레스 자락 안에 한쪽 다리가 짧게 메달려 흔들거린다.
또웃자(닉네임)님 이다.
소아마비인 그녀에게 유방암이 찾아온 것이다.
“의사는 그러더군요. 목발을 짚느라 어깨에 힘을 주면 몸이 마비가 오니 목발을 짚지 말라고요.
걸을수 없는 제가 목발없이 어떻게 살겠어요?”
“저는 웃음과 긍정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볼품없는 내몸에게 감사합니다.”
”다리야 고마워 팔아 고마워 함께해줘서 고마워”
“목발인 몸이지만 암병동과 산부인과 병동을 돌며 저의 체험을 들려주며 아픈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봉사를 더 많이 하고 싶어요.”
“가장 힘들었을때 웃음을 가지고 찾아와준 웃음친구들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작은 소망 하나는 아이가 나으면 아이의 손을 잡고 힘든 환우들에게 웃음봉사를 하러
다니는 것입니다.” 아들은 아직도 2년이라는 항암기간을 견뎌야 하지만 걱정이 안된다.
아버지는 아들이 1년간 누워있었던 그 병원 그 침상 앞에서 웃음봉사를 시작했다.
조명이 사라지며
“여러분 저 멋지죠?” 당당한 그녀의 목소리가 홀 안을 압도한다.
그녀가 부는 오카리나 연주 속에서 가난한 나의 행복에 웃음이 고인다.
무대위엔 체격이 크고 건장한 사나이 한명이 등장한다.
우람한 체격에 비해 머리숱이 많이 빠졌다.
고교에 다니던 아들에게 들이닥친 백혈병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곁을 지키고 있는
행복한 아버지(닉네임) 이다.
아들이 경희의료원 암병동에 입원해 있을때 찾아와준 웃음봉사단 에게서 웃음을 알게되어
지금은 아예 봉사단에 합류해 버린 분이다.
항암에 지쳐 물한모금 못마신 아들 앞에서 “그래도 웃자”라며 억지로라도 웃게 했더니
한달만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밥을 먹으며 기력을 되찾아 회복을 했단다.
한무리의 춤꾼들이 등장한다.
모두가 아들(고교생)복장이다.
삐딱한 모자 힙합바지 뜯어진 청바지 단추가 덕지덕지 달린 조끼를 걸쳐 입고 있다.
주름진 얼굴 펑퍼짐한 엉덩이에 툭 튀어나온 똥배 위로 10대들의 반항을 걸쳤으니
그폼이 웃기고 재밌다.
늙은 사람들이 고교생 아들이 되어 젊은 힙합춤을 춘다.
빅뱅의 “마지막 인사”다.
아픈 자식을 끌어안고 울음대신 웃어야했던 눈물겨운 부정(父情)도 함께 춤을 춘다.
우리는 모두 건강하게 일어나 춤추는 아들이 되어 춤속에서 울다가 웃으며 행복했다.
각각의 사연들이 음악처럼 흘러가는 가운데 춤이 곁들여지고 무대는 종반을 향했다.
우리는 봉사가 아름다운 행위 라는것 쯤은 익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상처투성이요 아픔 덩어리들인 이들이 이렇게 신나게 뭉쳐 미친(?) 봉사를
자발적으로 해낼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것일까.?
아픔도 고통도 모이면 힘이된다.
그들이 겪었던 힘겨움은 진정으로 아픈 이들을 감싸 안을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웃음은 고통을 에너지로 승화시켜주는 윤활유가 된다.
웃음은 아픔이 사랑으로 바뀌는 신비의 체널이 된다.
웃게되면 세상의 모든 환경과 조건들이 무조건 긍정을 향해 일어선다.
가난 질병 두려움 불안 고통을 웃음의 오크통 안에다 담아 버리면
온갖 궁핍의 요소들이 오히려 함께해야 할 행복의 요건으로 발효되어 버린다.
웃음을 주는 일은 선(善)한 행위중에 최고의 선이다.
그늘진 곳을 찾아가 지친사람들을 웃음으로 위로하고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웃음봉사단은 누구나가 기다리고 즐거워하는 신나는 웃음 유랑단 이다.
저마다의 존재(생김) 그 자체로 아름답게 깨어있는 그들을 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안에 꽉 채워진 신의 위대한 사랑을 본다.
늙었으면 어때?
암이면 어때?
머리가 허여면 어때?
똥배가 나와 옷이 작으면 어때?
남편이 망했으면 어때?
아들이 아프면 어때?
손가락이 없으면 어때?
저마다의 결핍이, 다름과 개성 안에서 빛을 발하며 어두움을 밝혀주는 그들은
박수받아야 마땅할 이 시대 스타중에 스타이다.
못생겨서 부담없고 잘나지 않아서 편안한 스타 MC몽 들이다.
스타들의 몸짓속에 울고 웃느라 그날 나는 기침과 목의 통증이 사라져 버렸다.
코딱지만한 마음 그릇도 넓어지고 훈훈해져 온다.
나에게도 나눠줄수 있는 웃음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오늘 1년을 건강하게 살수있는 영양주사를 맞고 온 기분이다.
1년짜리 영양주사 행복항체를 맞았으니 으랏차차...
몸과 마음이 활기차고 명랑해지며 행복감으로 꽉 차오는다.
부라보 웃음공연단, 전국 방방곡곡에 웃음을 퍼뜨리리며 행복을 나눠주는 신나는
웃음 유랑단으로 오래오래 건승하기를 기립박수로 기원해 본다.
첫댓글 기억력 좋으시네요. ^^*
이렇게 감동의 부라보공연을 못보다니 아쉽군요. 다음부터는 이 오라버니도 델고다니소.글을읽고있으니 그림이그려지네요.다들 건강과 행복을기원 합니다.부라보..부라보..기립박수칠께요..짝짝짝짝짝.........
저도 넘 가고 싶엇는데,..테레사님 글 보니..그림이 정말 그려지네요..멋집니다..감사합니다
어저께 사랑방 모임에 한나님께서 멕에주고 놀아주고 재워줘당..리치님(33기회장).뚱단지님. 3기 학생님.열정가득님(포항에서).아카시아님.스마일박사님. 스마일박사장자님.한나님.파란잠바.한방기득히 웃음만땅이었다우..푸우.이 웃음으로 열정가득님이 완치되었다.
동상. 내 교도소 한번 덱꼬가라.누가보면 웃을까..푸
책은 한줄만 읽으면 졸린디 이 글은 몇번을 읽어도 감동이다.좀 길기는 길다.푸하
언제 이런...감동.. 그날을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