指鹿爲馬(지록위마)
2014년 한해를 보내며 교수신문이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선정한 사자성어이다.
지록위마의 의미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얼토당토않은 것을 우겨서 남을 속이려 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며, 윗사람을 속이고 권세를 휘두르는 자들을 비판할 때 쓰기도 한다.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진시황제의 수하에는 조고(趙高)라는 환관이 있었다. 부친이 죄를 범하는 바람에 조고의 모친은 관노(官奴)가 되었다. 이일로 인해 그는 노예라는 미천한 신분으로 출생했다. 하는 수 없이 조고는 어려서 거세를 하고 궁으로 들어가 궁의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 신분 낮은 환관이 되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하였다. 덕분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궁중예법을 몸소 익혀 나라의 법률에 정통하였고, 그런 그의 영명함이 진시황제의 눈에 들어 제법 높은 관직을 맡아보게 되었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에도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비위를 맞추고 머리를 조아리는 등 온갖 수모와 치욕을 다 참아내야만 했다. 그러나 조고는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세상의 권력을 움켜쥐고 자신을 천대했던 귀족문벌 사람들의 무릎을 꿇게 만들고야말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의 복수심은 극에 달했다.
조고는 중국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제를 따라 여행하던 중 시황제가 병사하자, 당시의 승상 이사와 짜고 거짓 조서를 꾸며, 시황제의 맏아들 부소와 명장 몽염을 자결하게 만들었다. 또 시황제의 용렬(庸劣)한 막내아들 호해를 시황제를 이은 2세 황제 자리에 앉혀놓고 자기 마음대로 조종했다. 또한 평소 정사에는 별관심이 없었던 황제 호해에게 참소(讒訴)하여 승상 이사를 죽이고 스스로 그 자리에 앉아 횡포와 만행을 저질렀다. 이사가 죽은 후, 진나라의 권력은 이제 완전하게 조고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조고는 자신의 위세(威勢)를 과시도 할 겸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기도 할 겸 겸사겸사 황제 호해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면서,
“폐하, 천하의 명마(名馬)를 한 마리 바치오니 부디 거두어 주시오소서”라고 하였다.
호해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조고에게 물었다.
“승상, 저건 사슴이 분명한데 어찌 말이라고 하는 것이오?”
승상 조고는 매우 엄중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건 분명히 말입니다. 폐하께서만 어찌하여 사슴이라고 하십니까?”
호해는 그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좌우의 대신들에게 모두 물었다.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저것이 말로 보이오?”
대신들은 조고의 눈치를 보다가 대체로 “그렇다”고 대답하였으나, 더러는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고는 부정했던 사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엔 어리석은 군주가 간신배 환관들의 눈가림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백성들이 불쌍해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