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에 찌들려갈 무렵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소식이 하나 있었으니.. 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 에밀레종을 타종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전에는 새벽에 매일 치던것을 종을 보존한다는 논리로 10여년전 부터 멈추어 졌던 것이 당장에 종을 친다고 해서 종이 파손되는 것도 아니고 종을 치지 않으면 그저 죽은 종으로 명작들의 공동묘지에 안치된 것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작년 10월부터 1년에 한번 한하여 음파검사겸 행사겸 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인용해보면 전 경주박물관장이었던 정양모선생이 경주의 대표적인 3가지 유물가운데 하나로 에밀레 종소리를 꼽았던 것이고 그 글을 읽으면서 에밀레종의 종소리를 듣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도 아쉬웠었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물론 목적지가 있으면 과정이 있는법. 이제 가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얼마나 빨리 가느냐 보다 어떻게 가는 것을 더 맣이 고민하는 편이죠. 물론 저의 여행에 열차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밤기차라 한 역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도 피하고 좌석이 경주까지 바로 나지 않아 열차를 끊어서 타보기로 합니다.(조치원->김천 #271, 김천->경주#261->나중에 울산으로 변경) 또 경주에 도착해도 너무 일찍 도착한다는 문제점이 있어 경주까지 가기로 한것을 울산까지로 늘려잡아 봅니다. 울산에서 통일호(#1350)를 타고 다시 올라온다면 대충 시간이 맞겠지요.
밤기차를 타는 날이면 저녁에 가장 분주해 지지요. 어느정도 스릴감도 느껴지고요. 미처 잡지못한 열차표도 예약하고,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아보기도 하고 막차시간에 늦지나 않나 서두르기도 하고요.. 시각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나 답사여행의 길잡이 같은 책도 챙기고요..
마침 조치원으로 가는 차가 일찍 도착을 했군요. 전에는 꾸물거렸다가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고 가던 기억이 나는군요. 약 1시간 만에 조치원역에 도착합니다. 평소에는 신탄진에서 타는 것이 더 신속하지만 열차도 잘 안설뿐더러 밤차는 특히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역으로 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리 개의치는 않습니다.
조치원역에서 내려다 보이는 홈에는 소화물차를 길게 연결한 열차가 다른 열차를 먼저 보내는지 거친 숨을 내쉬며 기다리고 있구요, 그 옆 홈으로는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급한 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서울로 가는 열차들이며 각 지방으로 내려가는 열차들은 손님을 싣고 내려놓고 하고는 제 갈길을 갑니다.
박준규님이 오늘도 스템프를 찍으러 내려가신다고 하죠. 전화통화를 해보니 #287열차에 탑승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마침 조치원역홈에 #287이 도착했건만 준규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쯤 꿈나라를 해매실듯...
이렇게 역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우리 열차 시간이 다 돼어가는군요. 개표를 하고 홈으로.. 잠시후 #271열차가 들어옵니다. 제가 탄 객차는 어느정도 운치를 느낄 수 있는 95년도 한진제작객차 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궁화호 객차이죠. 94년 현대제작과 함께. 먼저 뒤가 연결 통로에 문이 없어 이 객차가 맨뒤에 있으면 시원하게 우리가 지나온 길을 전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11호차이고 해서 그런 운치는 못느끼지 만요. 밤기차라 내일의 일정을 생각해서 일찌감치 눈을 붙여 봅니다. 얼마를 잤을까.. 내려보니 이론, 구미역이라는군요. 그것도 정차중에 부리나케 열차에서 내립니다. 맨 앞이라 플랫홈을 꽤 걸어야 합니다. 그것도 장대열차이니..
역무원님께 졸다가 역을 지나쳤다고 말씀드리니 표에 오승이라는 글씨가 새겨지고 #272열차를 타고 김천으로 올라가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십니다. 그런데 #272열차가 오는 중에 사고가 나 40분 연착이 된다고 하는군요. 누군가가 열차로 뛰어들었다고 하는군요..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도 사람들은 무덤덤한 표정들입니다. 삼촌이 요즘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죽은 사람은 동정하지 않고 자기가 늦어진 것만 걱정하게 된다고 하던 말이 기억이 나네요. 그만큰 남의 일에 무관심해진 현대의 자화상을 보는 듯합니다.
이렇게 연착이 되면 김천까지 간다는 것은 무리고 여기서 바로 #261표를 끊습니다. 한 밤중인데도 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술에 취한 아저씨는 노래를 계속 불러제끼는데 목소리 자체는 좋습니다. 사실 노래마저 못부르면 완전히 짜능나는 경우지요. 역무원이 제지를 해보는데.. 아저씨 왈 "내가 쉽게 나갈 것 같애?" 그리고는 바로 역밖으로 나가시대요.. 이런 허망한...-.-;;
#261을 끊으면서 입장권도 한장 구입하고 앞면에 숫자게 없는 것이 신형인 모양입니다. 얼마 안있어 서울로 가는 #272열차가 도착합니다. 40분 연착이로군요. 열차가 출발하고 곧이어 #261 열차 도착, 이번에도 95한진이로군요. 마침 1호차니 열차뒤로 뻥 뚫린 경치도 볼 수 있겠지요. 역시 열차안엔 사람이 많은 편, 일단은 잠을 청해봅니다. 대구역에 도착할 때쯤 다시 깨고 동대구역에서 사람이 역시 많이 내립니다. 하지만 의외로 열차에 남아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열차는 경부선을 옆으로 비껴 보내고 대구선이라는 특이한 코스로 들어섭니다. 대구선으로 비껴가는 노선이라 그런지 경부선 열차중에선 가장 막차로 배치된 듯 합니다. 대구-부산 구간에는 고철공사(경부선 개량)로 인해 #271열차의 출발시간마저 앞당겨 버렸죠. 그나마 화,수,목에는 운행을 안하구요, #269는 운행이 정지되구요.
열차맨 뒤에서 보이는 풍경에는 희믜한 빛을 띈 철길이 뒤로 물러나며 우리열차를 밀어내고 있는 듯합니다. 역에 켜있는 가로등만이 외로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고요. 새벽에 아무도 없는 건널목에 울리는 경보음은 웬지 쓸쓸해 보입니다. 가끔 일찍 하루일과를 시작하는지 불이 켜져있는 건물도 가끔 보입니다. 지금이 대략 새벽 4시쯤이니까요. 서울에서는 시내버스가 다니기 시작할 시간이로군요.
객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자 잠이 엄습해 옵니다. 눈을 떠보니 울산역에 다와가고 있군요. 아까와 같은 불상사가 없어서 다행, 5:27에 열차는 울산역에 도착합니다. 동쪽 하늘은 벌써 붉게 하늘을 밝혀오고 있군요. 맞은편 홈에는 이따가 제가 타고갈 #1350통일호 열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울산역 대합실에는 첫차를 타고 갈 사람들인지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관광안내소에서 관광안내팜플랫을 챙기고 밖으로 나갑니다. 역내에도 있도 밖에도 커다랗게 건물이 만들어져 있네요. 전에는 도로였던 것이 지금은 광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버스도 많아진 것 같구요.
동쪽하늘로 먼 동이 산넘어 붉은 기운을 내며 어둠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운행을 시작한 시내버스들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고.. 또 하루가 시작되는군요. 울산도 공업보다는 관광을 앞세우는 듯한 경향이 강합니다. 지방자치의 고장 유치경쟁의 영향일까요? 요 몇년 동안 부쩍 달라진 모습입니다. 지방마다 무슨무슨 축제다 하면서 1년 내내 끊이질 않죠.
역사 안으로 들어가 경주로 가는 승차권을 끊습니다. 경주방면으로 가는 차로는 첫차로군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승객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열차안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맞은 편에는 부산(#551경주-부산)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몇 안되는 손님을 싣고 훌쩍 떠납니다.
아직 가을아침의 약간은 쌀쌀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7:00 #1350열차가 경주로 출발합니다. 울산역에 서있는 화차들이며 자동차화차며 새마을호pp동차 창밖으로 보이고 울산역을 지나자 바로 태화강을 건넙니다. 오른편으로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보이죠. 나도 초등하고 5학년 까지는 살았던 곳이었죠. 왼편차창으로는 옛 철길자리랑 경주로 가는 7번 국도, 울산공항이 보입니다.
효문역에서도 이용하는 승객은 영 신통치 않고 호계역에서 사람들이 좀 타는군요. 이후로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졸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경주역에 벌써 도착하였군요. #1350도 통일호 중에서도 짧은 운행거리에 속하죠. #1243,1244 경우도 그렇고, 부산-해운대, 군산-익산도 그렇고...
이제 본영화를 상영할 수 있겠군요. 역을 빠져나와 관광안내 팜플랫을 챙기고 길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갑니다. 역앞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전거 하이킹을 하면서 경주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군요.
경주역에서 길건너 버스 정류장에서 610번 시내버스 탑승, 박물관까지는 5분정도 걸리네요. 내린곳은 박물관과는 좀 떨어져 있는 곳이고요. 박물관쪽으로 왼편으로는 안압지, 왼편으로는 석빙고가 있는 반월성터가 자리잡고 있고요. 경주시내쪽으로 더 내려가면 계림과 첨성대가 자리잡고 있죠.
오늘은 박물관 무료입장이로군요. 경주국립박물관안에는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시장, 박물관장, 지역유지 같은 사람부터 시작해서 학생, 가족단위, 친구단위로 온 사람들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군요.
--------2편에서 계속----------
*교통편(1편내)
조치원->구미 제 272 무궁화호(서울발 부산행)
구미->울산 제 261 무궁화호(서울발 부전행)
울산->경주 제 1350 통일호(울산발 경주행) 1200원
역->박물관 610번 시내버스(일반)7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