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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은 양반 가문의 서자로 태어났다. 할아버지 허곤(許琨)은 무관 출신으로 경상우수사를 지낸 인물이며, 아버지 허론(許碖) 역시 무관으로 용천부사를 지냈다. 어머니 김씨가 첩이기는 했으나 천출은 아니었다. 양반 가문의 서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법 권세 있는 가문의 서자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자란 허준은 “총민하고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했으며 경전과 역사에 두루 밝았다.”고 전한다.
허준이 왜 의학을 선택했고, 어떤 과정을 밟으며 공부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소설이나 드라마에 나왔던 유의태라는 스승도 허구의 인물이고, 허준이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해 놀랄 만한 깨달음을 얻는 드라마틱한 사건도 작가의 상상력일 뿐이다. 내의원에 들어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기 전까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선조 때 유학자인 유희춘(柳希春)의 문집이 유일하다. 그 문집에 남아 있는 허준의 모습은 유희춘이나 일가의 병 치료에 참여하기도 하고, 유희춘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한다. 아직 관직에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살림살이가 궁색하지 않았고 의술이 제법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1569년 유희춘의 얼굴에 생긴 종기를 완치한 적이 있는데, 그로 인해 유희춘의 신임을 얻었다.
유희춘은 이조판서에게 허준을 천거하는 편지를 보냈고, 그 덕분인지 몇 년 뒤 허준은 종4품 내의원 첨정의 자리에 오른다. 서른한 살에서 서른세 살 사이의 일인 듯하다. 당시 의과의 초시와 복시를 1등으로 합격해서 얻을 수 있는 관직이 종8품이었다고 하니 허준이 얼마나 파격적인 승진을 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허준은 의과도 통과하지 않았고 서자 출신이었다. 의원으로서 크게 인정을 받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