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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찾아뵙지도 못하고 이렇게 문자로서나마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올해는 문 무 용 인 신 오덕의 상징인 닭의 해라서 모두에게 후덕한 복이 몰려오는 해라고 합니다. 닭은 머리에 볏을 썼으니 문文, 발에 발톱이 있으니 무武, 적을 보면 용맹히 싸우니 용勇 모이를 보면 서로를 부르니 인仁 밤을 지키며 때를 맞춰 우니 신信의 오덕을 지닌 정유년은 작금의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시사한 바가 큽니다. 새벽에 우는 건 닭의 천성이자 운명이고 어둠을 몰아내고 광명을 부르는 울음이라 하니 한결 희망이 전해 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닭은 사람들에게 삼계탕으로 보양식을 제공하고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치맥 문화가 전 세계에 확산되어 닭고기의 소비가 늘어난 건 우리도 놀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인해 지금까지 닭·오리 등 가금류 3300여 만 마리가 살 처분되어 매몰됐고, 이로 인해 먼저 달걀 값 폭등과 닭고기 소비기피현상으로 축산농가와 유통·가공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덕의 상징이고 보배로운 닭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할 한 해입니다.
한방에서는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이라고 합니다. 풀어보면 ‘통(通)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입니다. 기나 혈의 흐름이 원활하면 병이 없고 원활하지 않으면 병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단지 몸만이 그럴까요. 우리의 마음도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물론 잘 통하면 즐겁고 뿌듯합니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감동은 느낌이 움직이는 것이기에 너의 느낌이 움직여 나에게 오고, 나의 느낌이 움직여 너에게 가야만 감동이 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좌 와 우의 극한 대립속의 불안한 사회에서 대치하며 살아갑니다. 자기의 주장이 옳고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불통의 시대에서 다가오는 탄핵의 인용과 기각에 따라 얼마나 더 우리는 분열되고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야할지 참으로 걱정이 앞섭니다.
정부에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서두르기로 의견을 모은 모양입니다. 현재 시행령에 명시돼 있는 3·5·10(식사·선물·경조사비)만원의 한도 등을 조정하는 것인데 “김영란법으로 인해 농축산 농가 등의 어려움이 크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부정부패 추방 취지 살리면서 ‘3·5·10’ 등 경직된 규정 보완해서 내수·소비 진작 묘미 살리기를 바랍니다만, 공직자·교원·언론인 등 4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이 법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부정청탁과 접대 관행이 줄어들고, ‘N분의 1’로 상징되는 각자 계산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선과 부작용도 컸습니다. 담당부처인 권익위가 사회 통념이나 상규를 감안하지 않고 너무나 경직된 규정을 적용해 혼선을 빚은 탓입니다. 규정의 묘미를 살려 융통적인 대처 방안을 강구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진짜 불행한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사람, 사랑할 사람,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나 내 편’인 사람이 없는 이들이라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우리를 구석진 자리로 밀어붙이더라도,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라고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애틋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말수가 줄어듭니다. 이건 정말 애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서도 이내 참기로 합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애기는 늙어서 잔소리가 늘었다고들 하고 지나고 보면 그렇게 가슴에 닿은 애기도 아닌 듯합니다. 어쩜 말을 줄이는게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같이 영악한 젊은 세대에게 전해야 할 말은 예전의 고리타분한 애기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감각적이고 시대에 맞는 유머 있고 위트가 넘치는 활력적이고 생산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 전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부장판사에 대한 각종 유언비어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영장 기각 판사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판치는 데는 유전무죄(有錢無罪) 같은 법에 대한 불신 탓 일수도 있는데 이는 대통령과 삼성 총수가 정경유착을 했을 것이라는 박영수 특검에 대한 실망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 영장 기각 후 나타난 우리 사회 일각의 일그러진 행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이후 벌어질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당장 찬반 진영에선 불복운동이 일어날 게 뻔하고, 온갖 선동도 난무할 것입니다. 촛불 민의는 헌법 위반 혐의가 있는 대통령도 헌법에 따라 탄핵 절차를 밟으라 하고, 태극기 집회는 탄핵사유가 아니라고 세상을 향해 절규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까지 승복하는 것이 헌법정신이자 법치주의입니다.
정유년을 맞으면서도 격동의 해에 우리는 어떤 현명함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지에 대한 걱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최선의 방편입니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가면 바다 속이 정화된다고 합니다. 거대한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갈 대한민국에게 정유년 새해에는 모든 국민들에게 평온과 평정심으로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기를. 그런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정유년을 맞은 2월의 첫날에 세금나라 박 동 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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