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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가정에서, 어떻게 이걸 직접 설치합니까? 이런 건 전문가들이나 할 수 있는 거죠!” “아닙니다. 가능하다니까요?” “정말 DIY가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저희 제품은 어렵지 않아요!” “그럼, 지금 이 자리에서 보여줄 수 있습니까?” “당연하죠! 제가 보여드리면, 바로 계약하시겠습니까?” “뭐... 확인만 된다면야...” “좋습니다. 금방 끝나니까, 잘 보고 계셔야 됩니다! 자, 이렇게 펼쳐서 고정만 시키면, 어떻습니까?” “아니, 어떻게 이렇게 간단할 수 있죠?”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누구나 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요! 자, 이제, 계약하시겠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우리 사우디아라비아에, ‘코리아핫픽스’ 대리점을 최대한 빨리 개설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계약하죠!”
중동 최대의 건축 기자재 전문박람회 '두바이 건축기자재 박람회'. 이곳에 참가한 ‘코리아핫픽스(Korea Hot Fix)’의 부스에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안기풍 대표가 직접 차양막 샘플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문가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야 설치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차양막을 안 대표 혼자 쉽게 설치하는 모습에 전시회에 모인 바이어들이 일제히 관심을 가진 것이다.
차양 전문 업체 ‘코리아핫픽스’는 1992년에 출발한 기업이다. 현재는 차양 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처음 창업할 당시에는 의류 부자재인 ‘핫픽스’를 제조해서 수출하는 업체로 시작했다. 셀프 빨래방과 운동화 빨래방 사업을 거쳐 지난 2006년, 비가림 차양 캐노픽스 제품을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은 ‘코리아핫픽스’의 대표 제품은 ‘캐노픽스’다. 캐노픽스는 차양을 의미하는 ‘캐노피(CANOPY)’와 ‘픽스(FIX)’의 합성어다. 주택이나 아파트 입구, 상가의 입구나 창문 위에 설치돼 빗물이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고, 일조량을 조절하기도 하는 제품이 바로 ‘캐노픽스’다.
해외 전시회에서 ‘캐노픽스’를 본 해외 바이어들은 용접 작업이나 볼트를 사용하지 않고 간편한 조립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에 한 번 놀라고 튼튼한 소재에 또 한 번 놀란다. ‘캐노픽스’는 방탄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드는데 내구성이 우수해 쉽게 파손되지 않고 수명도 긴 것이 장점이다. 특히, 비가 오면 빗물을 따로 저장하는 배관을 타고 모았다가 농경지 등에 재활용할 수 있는 점도 해외 바이어들을 사로잡는 비결이다. 지금은 해외 전시회에 부스를 마련하고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디어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안기풍 대표도 한때는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건축박람회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던 때가 있었다.
의류 부자재와 셀프빨래방 사업을 접고 차양막 사업을 시작한 2006년. 안기풍 대표는 캐노픽스를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개발했다. 그런데 스테인리스를 커팅기로 절단해 후가공 작업을 거쳐야 제품이 만들어지다 보니 판재 가격과 가공비용이 비싸 판매도 안 되고 대리점도 늘지 않았다. 당시 엔화 대출로 사업체를 시작했던 안기풍 대표는 3년간 계속된 사업 침체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 집을 팔아 월세방으로 옮겼지만 원금과 이자를 갚기가 버거웠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해 어려워하던 안기풍 사장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KOTRA의 문을 두드렸다.
소요 경비의 50%를 지원해줄 뿐 아니라 한국관 임차, 장치 디자인 시공, 전시품 운송 및 통관, 통역 섭외, 바이어 유치, 상담 후 사후관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KOTRA의 도움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안기풍 대표는 다른 업체들의 제품을 눈으로 보고 설명도 들어가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렇게 수많은 제품을 보고, 개발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탄생한 것이 폴리카보네이트를 원료로 한 지금의 ‘캐노픽스’다. 가볍고, 바닥에 내리쳐도 깨지지 않고, 게다가 기존 스테인리스 캐노픽스의 1/8 가격에 생산할 수 있게 되자 수출길도 열렸다. 전시회장에 가면 부러운 마음으로 다른 업체의 부스를 둘러보던 안기풍 대표는 이제 ‘캐노피스’ 샘플을 전시해 놓은 부스를 차려놓고 바이어들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코리아핫픽스’는 현재, 전국에 220여 개 지역의 대리점을 가지고 있고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코트디부아르, 일본 등 10개국 이상의 해외 대리점도 유치한 상태다. 전시회가 지닌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안기풍 대표는, 해마다 국내외 건축 관련 전시회에 30회 가까이 참가한다. 이 중 요즘 안 대표가 공을 들이는 해외전시회는 유럽에서 열리는 박람회다. 지난 2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국제도어기술박람회 'R+T 2015'에 참가했을 때는 50개국에서 온 100여 명의 바이어가 ‘코리아핫픽스’의 부스를 찾아 수출 관련 상담을 하고 돌아갔다. 캐노피스 제품이 유럽풍으로 디자인돼, 영국이나 이탈리아, 프랑스인들이 특히 선호하고 있다.
신개념 제품으로 수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기풍 대표는 발명왕으로도 유명하다. ‘제49회 발명의 날’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안기풍 대표는 캐노픽스를 비롯한 다양한 익스테리어 제품을 개발했고 PCT 3건 국제 특허, 1100여 건의 국내 특허 등 수많은 발명 특허를 출원했다.
국내외 전시회를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요즘도 한 달에 1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 ‘코리아핫픽스’는 캐노피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익스테리어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소리 나는 방범창, 울타리 펜스, 조립식 창고 등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기존에 있는 것보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도전하는 것 자체가 힘이 나는 일이죠! 대리점을 늘리는 것도 좋고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진보된 제품을 만들어서 선보이는 겁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마음이 남다른 안기풍 대표는 제품을 만드는 금형이나 소재 개발은 물론 국제 특허를 출원하는 데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제품이 외형만 기술적으로 베낀 유사품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더더욱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안기풍 대표의 남다른 창조 에너지는 뜨거운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수출이 35%나 증가한 경이적인 성장을 보인 ‘코리아핫픽스’는 올 3월, 이미 2014년의 수출액을 넘어서며 질주하고 있다. 이제는 안주할 법도 한데 요즘 안기풍 대표는 전시회 부스 구상에 박차를 가한다.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보면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업체의 부스는 저마다의 독창성으로 가득하다. 전시회를 통해서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가 많은 ‘코리아핫픽스’로서도 욕심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무엇을 창조하는 소수의 사람이요, 둘째는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구경하는 수많은 사람이요, 셋째는, 무엇이 창조되는지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이다.
안기풍 대표는 기꺼이 변화에 맞서는 창조적인 사람으로 아직도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집과 건물이 있는 한, ‘코리아핫픽스’의 제품은 꼭 필요하기에 세상을 향해 ‘I can do it!’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안기풍 대표. 그에게 전시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태양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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