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는 서 쪽에 금오산을 끼고 있다.
석양무렵에 어느 특정 지역에서 금오산을 바라보면
고 박정희 대통령 옆 모습이 보인다는 데
마치 고 김일성 수령의 신화를 흉내낸 것 같다는 생각만 든다.
냉전시대의 두 사람 하는 짓이 거의 비슷했으니까.
구미시 가운데로는 제법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으며
엘지, 삼성 등 대기업과 여러 중소기업이 몰려있고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공단 가로수 터널을 만들었었다.
지금으로부터 10 여년전 ISO 9000 사기치러 구미까지 출장 다녔다.
잊지 못할 기억? 추억? 2개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쓰린 속을 달래러
아침 일찍 어느 식당에 들러 김치찌개를 주문하였는데
식당 아줌마가 출장자들 욕본다며(고생한다면) 김치찌개에
커다란 수푼으로 오리지날 참기름을 듬뿍 떠 넣는 바람에
정말 느끼한 김치찌개를 딱 3번 떠서 먹다가 숟가락 집어 던지고
빵으로 아침을 먹었던 일.
또 하나는 이 날도 역시 만취해 느즈막이 00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눕자마자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이 밤 중에 누굴까 하면서 "누구세요"하고 물었더니
"빨리 문 좀 열어요" 하는 어느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 상황 삼각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정말 하늘에 맹세코 그 때는 배가 안 나왔다.지금은?^^)
문을 열자 말자 웬 아가씨가 불쑥 들어서더니
까페트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술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니 필름이 끊긴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이런 것을 "차려 놓은 밥상?^^"
그래도 세종대왕 외손자로서, 윤리와 도덕을 지닌 서생으로서
늘씬한 몸매를 감상하면서(팬티만 입은 체)
"이봐요. 정신 좀 차리세요"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자꾸 귀찮게 왜 그래" 하면서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유혹? 전형적인 콜걸? 온갖 상상이 머리를 스치면서
옷을 걸치고 나서 다시 아가씨를 일으켜 세우고
찬물을 한잔 떠다가 먹여 주었다.
"이봐요. 방이 몇 호세요?"
"아니..아저씨 누구세요, 여기가 어디에요"
그러더니 후다닥 나가버리는 통에 그날 밤새도록 악몽을 꾸었다.^^
각설하고
구미에 출장가는 사람이 반드시 한 번 쯤은
들리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 집이리라.
구미 역전 앞에 있어 오늘처럼 식사를 하며
반주를 하고 기차로 귀경길에 오르면
그만 딱 출장자의 안성맞춤이 바로 이 식당이다.
복집 "싱글벙글복어" 054 452 4515
아주 오래된 집이었다고 한다.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아이가 없어 고아들을 데려다가 대학을 졸업시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10년에는 약간 허름하고 골방 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틈에 끼어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이 나는 데
지금은 집을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개조를 하였다.
그런데 말이지. 맛은 10년 전하고 똑같다. 아니 더 맛있다.
복도 복나름이다. 생복 매운탕 1인 분에 만원이라는데
여느 집과 달리 복에 소고기를 넣어 국물이 한결 시원구수하다.
콩나물은 양념에 묻혀 안주 또는 반찬으로 겸하면 된다.
정말 10년 만의 맛을 느끼니 감개가 무량하고 사는 것이 즐겁고
사람이라는 동물은 벼랑박(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수 있다면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은 아니지만 살고는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