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실화 (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9장 연옥 영혼을 위로하는 방법
미사 문제를 끝맺으면서 연옥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성교회가 예로부터 사용하고 있는 특별한 공덕을 쌓는 방법 한 가지를 들어 보겠다.
성 그레고리오의 서른 대의 미사
성 그레고리오 교황은 《문답》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학을 공부한 적이 있었던 수사 유스토는 임종 때에 ‘나는 금화 세 닢을 숨기고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수사가 누워 있던 병실에는 정말로 금화 세 닢이 숨겨져 있었다. 청빈 서원까지 한 수사가 이럴 수가 있는가 하고 나는 몹시 분개했다. 수도원에서는 다른 이에게 교훈이 되도록 죄인 옆에는 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외딴곳에 무덤을 파고 시체를 묻을 때 금화 세 닢을 그 위에 던지며 ‘너와 함께 이 금화는 저주를 받을지어다.' 하고 수사 일동이 말하도록 했다.
수사 유스토는 본인은 훌륭한 통회를 하고 세상을 떠났으나 유스토의 시체는 수도원에서 명한 방식대로 매장되었다. 이 수사가 죽은 후에도 벌받는 것을 보고 수사들은 느낀 바가 있었는지 수도원에서 허가한 사소한 잘못까지 원장에게 가서 털어놓기도 했다.
유스토가 죽은 지 30일 후, 수도원에서는 그가 연옥에서 겪고 있을 고통을 불쌍히 여겨 3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유스토가 한 수사 앞에 나타났다. 수사는 유스토에게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유스토는 '계속 고통받고 있었으나 오늘 구원을 받았다.'라고 대답했다. 날수를 헤아려 보니 그날이 마침 30일째 미사가 봉헌된 날이었다."
'그레고리오의 서른 대의 미사'는 이 신비롭고도 두려운, 그러나 기쁜 일화에 기인하는 것이다. 전기에 의하면 어느 날, 성 그레고리오는 죽은 후에는 연옥 영혼을 도울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때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나타나시어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셨다.
“벗아, 네게 특권을 주겠다. 즉 너를 위해 30일 동안 연옥 영혼을 위한 미사 서른 대가 봉헌된다면 네 영혼이 아무리 무거운 빛을 지고 있더라도 곧바로 구해 주겠다.”
그때부터 한 영혼을 위하여 30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른 번의 미사를 봉헌하는 관습이 교회에 전파되었다. 이 방법은 연옥에서 그 영혼을 구해 주는 것 외에도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연옥에서 고생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서른 대의 미사' 봉헌을 위해 살아 있을 때부터 준비한다.
이 거룩한 관습은 베네딕토회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지금도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 즉 수사 한 사람이 죽으면 30일 동안 계속 그 영혼을 위하여 미사를 봉헌한다. 그리고 미사를 봉헌하는 동안에는 죽은 자가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를 위해 음식을 마련한다. 그리고 식탁 의자에는 죽은 자 대신 큰 나무 십자가를 둔다. 식사 시간이 끝나면 그 음식은 가난한 이에게 보낸다.
하느님께서 이러한 일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는 것은 종종 입증되어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이 신심이 아주 널리 퍼져 있다. 이 관습은 유럽에서 전란이 끝난 뒤 유럽 각국에서 성행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레고리오의 서른 대의 미사'는 죽은 자를 위하여 30일 동안 매일 서른 번의 미사를 봉헌하는 것으로, 30일 동안 미사를 주재하는 신부나 제대, 성당은 각각 달라도 상관없다. 그러나 부활 전 성삼일은 예외로 하고, 한 번이라도 미사를 빠뜨리면 30일의 미사를 처음부터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미사 예물은 평소의 두 배 또는 적어도 한 배 반을 내는 것이 관습이다.
-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