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화구 둘러메고 부지런히 길을 나선다. 인사동을 거쳐 죽전을 경유해서 화우들을 태우고 충주를 거쳐 제천의 행정구역인 덕주골에 도착하니 11시 쯤이다. 금년의 산채수묵회의 첫 사생지인 望瀑臺 에서 始山祭를 지냈는데 날씨는 따스하고 바람도 산들거려 참 좋은 날에 제를 올린다. 축문을 읽는 중에 오산 홍성모 선생이 금년도 무사 산행과 좋은 작품이 뜻대로 잘 되여 작가생활에 지장이 없기를 바란다라는 축문을 읽자 다들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만큼 화가들의 삶이 녹녹치 않다는 반증이리라. 두부전골에 산나물, 그리고 냉이튀김은 입맛 돌게하는 풍족한 점심이다. 반주 곁들여 맛나게 먹고 망폭대 근처에 자리해 사생을 하기 시작한다. 아지랑이 가물거리며 솟는 온기는 또 다른 여유의 망중한이다. 산채수묵회의 회장을 맡은 청암 신철수 선생은 사생을 뒤로 미루고 같이 온 화우들의 작품들을 조언하며 더 나은 작품을 창출시키랴 여기저기 바쁘게 다닌다. 산채수묵회의 오래된 연륜이 그저 이루워진게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고 회장의 무게감이 느껴지니 멋쟁이는 저런 양반이 멋쟁이가 아닐까? 돌아오는 귀경길이 산듯하다 중앙차선을 타고 밀리는 고속도로를 휭하니 쏜쌀같이 달리니 금년도 인생살이가 궁즉 통이며 일사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