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악이씨족보 서(安岳李氏族譜序)

기정진(奇正鎭) 찬(撰)[생졸년] 1798년(정조 22년) 6월 3일 ~ 1879년(고종 16년) 12월 29일  무릇 사대부가의 씨족 원류는 그 내력이 멀다. 그 처음에 이미 현조(玄祖)가 있어 성씨를 얻고, 중엽에는 분봉(分封)되어 관향을 받는 조상이 있으며, 명덕(名德)이 계속해서 일어나 가문의 명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이와 같다면, 지목하여 사대부가라고 한다. 삼가 살펴보면, 안악(安岳) 이씨(李氏)는 그 관향을 받은 조상이 고려 상장군(上將軍) 휘 견(堅)이다. 이를 이어 명덕을 때때로 기술할 만하니, 아조(我朝)에 들어와 벼슬로 드러난 사람으로는 참의(參議) 설(渫)과 그 사촌 형제 판서 호(灝)가 그 최고이다. 창의(倡義)와 순열(殉烈)로 드러난 사람으로는 훈도(訓導) 운기(雲起)와 부장(部將) 운장(雲長) 형제가 이들이다. 학행으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증참의(贈參議) 득종(得宗)과 참봉(參奉) 명세(明世)이고, 유생(儒生)으로 천장(天奬)을 받은 이로는 진사(進士) 정훈(廷薰)이니, 모두 가끔 사림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그러므로 거주지가 단의(丹宜) 부근 가까이의 몇 읍에 불과하지만 온 영남이 그 가문의 명성을 들었는데, 다만 그 수봉(受封) 이상의 가승(家乘)은 빠졌다.  어떤 경우 경주(慶州)를 근본으로 하지만 이미 확실한 증거가 없고, 또 어떤 경우 학성(鶴城)의 지파(支派)라고 하며, 《만성보(萬姓譜)》에 실려 있다고 하나 그 주각(註腳)의 연대가 현저히 모순된 데가 있다. 그래서 이씨가 수보(修譜)할 때 제공(諸公)들을 편입시키지 않았으니, 이씨가 보법(譜法)에서 그것을 안 것인가. 이근영(根英)ㆍ헌훈(憲薰) 두 훌륭한 이들이 전후로 찾아와 정진(正鎭)에게 글을 요청하니, 정진은 소씨의 족보에 명윤(明允)이 문장을 썼던 것처럼 이씨 족보의 글도 굳이 다른 성씨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영남에 거장(巨匠)들이 줄줄이 서 있는데, 진정 찾으려고 했다면 어찌 가까운 곳에서 찾지 않았겠는가.  아, 이씨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나는 헤아릴 수가 있다. 그 집안은 선세(先世)로부터 근본에 힘써 실상 기록을 간략히 하였다. 그 분봉된 조상의 공로는 이정(彝鼎)에 새기고, 토성(土姓)을 주어 한 성씨로 만들었으니, 밑을 쌓아 수립한 것이 그 얼마나 높이 드러났을 것인가. 그러나 집안에 전해지는 한 편의 문자도 지금까지 없으니, 하물며 이보다 아래인 것이 그 민멸되어 날로 닳아 없어짐에 나아가도 괴이할 것은 없다. 이씨가 전일의 일을 경계삼아 널리 찾아 오래 전할 생각을 하여 정진 같이 늙고 어그러진 사람에게 잘못 빈자리를 메우도록 했으니, 이씨의 성의가 참으로 안타깝다. 나는 말하기를 “전일에 흩어 없어져 소략하게 기술한 것을 이제 와서 추가 보충할 수는 없습니다.  겸하여 또 그대는 영남에 살고, 나는 호남에 사는데, 큰 두류산이 소식을 막고 있어서 내가 공의 집안의 향기로움을 막연히 전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비록 그대를 위해 도모하고자 해도 그대에게 무엇을 하겠습니까. 우선 그 보첩에서 부분이나마 엿본 것으로 이상과 같이 서열(敍列)합니다. 그 숨겨진 미덕을 발천시키는 일 같은 것은 공손히 영남의 군자가 하기를 기다립니다.”라고 하였다.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ㆍ조선대학교 고전연구원 | 박명희 김석태 안동교 (공역) | 2018---------------------------------------------------------------------------------------------------------------------------------------------------------[原文] 安岳李氏族譜序 凡衣纓家氏族源流其來遠矣。厥初旣有玄祖得姓。中葉有分封受貫之祖。名德繼興。不墜家聲若是者。指目以爲衣纓家。謹按安岳之李。其受貫之祖。高麗上將軍諱堅也。嗣是名德往往可述。其入我朝而顯於位者。參議渫及其從父兄弟判書灝其最也。以倡義殉烈著者。訓導雲起，部將雲長兄弟是也。以學行名。則贈參議得宗，參奉明世。以儒生受天奬。則進士廷薰。皆斑斑見稱於士林。是以居不過丹宜傍近諸邑。而全嶺聞其家聲。獨其受封以上家乘闕焉。或以爲本於慶州者。旣無的據。或以爲鶴城支派者。載在萬姓譜。然其註腳秊代。顯有矛盾。故李氏修譜諸公。不以編入。李氏之於譜法。其得矣乎。李氏根英，憲薰二秀。後先趼足謁文於正鎭。正鎭竊以蘇氏之譜。明允文之。李譜之文。不必他姓是求。抑嶺之南。巨匠林立。苟求之。曷不求諸近。噫。李氏有心。我忖度之。其家自先世務本實。簡於記錄。其分封之祖勞勩。勒於彝鼎。錫之土姓。爲一姓。築底樹立。何等巍顯。而傳家迄無一篇文字。况下此者。無怪其泯泯。日就磨滅也。李氏懲前之爲。爲博求傳遠之圖。正鎭之荒耄顚錯。誤爾承乏。李氏之情。誠可悶然。吾謂記述之軼略於前日者。今不可得以追補矣。兼又子嶺我湖。聲光隔以頭流鉅山。吾於公家芬馥。矇然未有前聞也。雖欲爲子謀。其奈子何。姑以其斑窺於譜牒者。敍列如上方。若其闡發潛懿。恭竢嶺南君子。<끝> 노사집 제18권 / 서(序)